땅의 예찬/박재희
“땅은 겸손한 자에게 자신의 품을 연다.
땅은 모든 것을 주었으나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임한다.
땅은 자신의 공을 드러내거나 다투지 않는 부쟁(不爭)의 덕을 가르쳐준다.
땅의 주변에는 버려진 존재가 없다.
잡초도 작물도 벌레도 모두 자기 방식대로 존재한다.
벌레를 잡고 잡초를 뽑는 것은 농부의 선택일 뿐이다.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는 차별적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땅이다.
사랑과 증오란 이름으로 축복을 내리거나 저주를 내리지 않는다.
그저 차별하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이 땅이다.
땅은 열릴 때와 닫힐 때를 안다.
겨울에는 문을 닫아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을 준다.
그리고 봄이 되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올라와 세상을 품어준다.
생명은 오로지 땅에 기대어 한 호흡으로 존재한다.
땅의 마음은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낌없이 자신의 살을 내주기에 밥 퍼주는 엄마, 식모(食母)라 부를 만하다.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어도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안긴 모든 존재를 품어주는 땅은, 우리의 어머니를 닮았다.
노자는 자연(自然)을 알려면 땅(地)을 먼저 배우라고 말한다.
땅에는 하늘의 이치가 담겨 있고, 그 하늘에는 도(道)와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人法地·인법지),
땅은 하늘을 본받고(地法天·지법천),
하늘은 도를 본받고(天法道·천법도),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道法自然·도법자연).’
‘저절로(自) 그러한(然) 것’이 자연이다.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듣는다.
세상에 어떤 일도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없다.
강요와 억지는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물거품과 같아서 결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없다.
우주 어느 하나 자연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없을진대
인간 역시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
그 자연의 원리가 온전하게 깃들어 있는 곳이 바로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