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무서워 죽을 줄 알았니?”
충영의 불을 뿜는 듯한 매서운 눈길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성연이 생글거리며 말한다.
“아무튼 이런 영상은 다시 보기 힘들 만큼 잘 찍힌 대박작품이니까 같이 감상하자고.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그렇게 불편하게 있지 말고 편하게 앉아서 봐.”
성연이 마치 남자친구에게 하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하자 충영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어 다시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
침대에 수진이 눕자 충영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밀고 들어가 보지부터 입으로 애무를 한다.
그가 두 손으로 껍질을 벌리고 그 속으로 혀를 내밀어 핥자 수진이 호호, 웃으며 상체를 세우더니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말하는 것이 충영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오빠! 그렇게 하니까 꼭 내 강아지 같아.”
“흐흐. 그래 맞아. 난 우리 수진이 전용 강아지야.”
충영이 대꾸하며 더욱 열심히 수진의 보지를 핥는데 그 장면이 너무도 외설스럽다.
충영은 옆의 성연이 의식 되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우. 씨팔. 이렇게 동영상으로 보니까 진짜로 실감난다. 화질은 왜 또 저렇게 좋은 거야?’
충영이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정말 화면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명했고 목소리도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실제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동영상을 보니까 더욱 음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쪽쪽쪽-
보지를 빠는 소리가 충영의 귀에 아프게 들려오는데 그날따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수진의 보지를 아주 긴 시간 동안에 걸쳐 모든 기술을 동원해 애무하고 있었다.
“어머! 저것 좀 봐. 저렇게도 하는 구나. 충영 씨 기술 진짜로 좋다. 어머. 어머. 수진 아가씨 좋아하는 것 좀 봐. 눈이 벌써 풀렸네.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옆에서 성연이 감탄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음성으로 중얼거리는 것이 그의 귀에 들려온다.
“아으... 오빠. 나도 오빠 거 빨고 싶어. 줘 봐.”
“응.”
충영이 69자세를 취해주자 수진이 게걸들린 사람처럼 그의 자지를 입에 넣고 열심히 빤다.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다 수진이 자지를 토해내고 충영에게 소리쳤다.
“오빠! 나 이제 한계야. 어서... 어서 오빠 이것 좀 넣어 줘. 으응.”
“알았어. 오빠도 오랜만에 하니까 우리 수진이 보지에 들어가고 싶어서 미치겠다.”
“으응. 어서. 어서 해 줘.”
수진이 다리를 쫙 벌리고 그의 자지를 간절히 원하는 표정이 화면에 그대로 다 잡히자 성연이 여지없이 또 한 마디 한다.
“어머! 저거... 수진 아가씨. 되게 좋아하는 구나. 평소에는 새침한 표정으로 말도 잘 붙이기 어렵게 하더니, 알고 보니 순 내숭 떠는 년이었어.”
그러다 충영의 굵고 큰 좆이 수진의 작고 여린 보지에 닿자 그 불균형적인 모습에 두 사람 모두 신음소릴 냈다.
“헉! 진짜로 크다. 저저. 아우 미치겠네...”
성연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옆에서 보는 충영도 자신의 자지가 저토록 크고 굵은 것인지 처음 깨달은 것 같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위에서 자신의 눈으로 자지를 내려다보는 것보다 이렇게 화면으로 보는 게 훨씬 더 커보였던 것이다.
“아아앙! 오빠! 들어왔어.”
굵은 귀두가 비좁은 수진의 보지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적나라하게 다 보였고 곧바로 수진이 좋아 죽을 것처럼 신음소릴 내는 것도 분명하게 들려왔다.“하으. 하으. 흐으으.”
충영의 굵고 단단한 자지가 왕복을 하며 조금씩 밀려들어가다 이윽고 그 실체를 모두 보지에 박자 수진이 그의 등을 끌어당기며 포만감 가득한 소릴 낸다.
“으으응. 너무 좋아.”
“수진아.”
충영도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지를 절반쯤 뺐다가 서서히 왕복운동을 시작한다.
퍽-퍽-퍽-퍽-
처음이라 부드럽고 천천히 왕복을 하다 다시 뿌리 끝까지 박고 원을 그리며 밀어 돌리자 수진이 숨넘어가는 신음소릴 내며 그에게 매달렸다.
“허억. 오빠! 너무 커. 아아. 크고 뜨거운 게 꽉 차서 거기가 타는 거 같아.”
“으으. 수진아. 오빠도 너무 기분 좋아.”
“키스해 줘.”
“으응.”
충영이 입술을 갖다 대자 수진이 그의 입술을 격렬하게 빨았다.
“아우. 씨팔. 키스도 진짜 맛있게 하네.”
성연이 입맛을 다시며 투덜거리는데 충영은 그녀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두 사람의 키스하는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리얼해서 꼭 보는 사람이 영상이 주인공이 되어 키스하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길고 긴 키스가 끝나자 충영이 고개를 숙여 수진의 예쁜 젖꼭지를 입속에 넣고 빨았다.
그렇게 수진의 젖꼭지와 가슴을 마음껏 맛본 뒤 충영이 본격적으로 좆질을 시작한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충영이 힘찬 좆질이 시작되자 수진의 몸이 침대에서 태풍을 만난 가랑잎처럼 흔들렸다.
퍽퍽퍽퍽퍽퍽-
“아아아! 오빠!”
그녀의 제법 커진 가슴과 몸 전체가 그의 좆질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아우. 저저. 힘 좀 봐. 정말 죽여주네. 저렇게 강하게 해주면 안 넘어 갈 여자 없겠다.”
성연의 독백을 들으며 충영은 계속 화면을 응시했다.
‘......!’
충영이 수진의 몸을 들고 침대 옆에 서서 좆질을 하자 화면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그의 다리만 보였다. 하지만 수진의 간드러진 신음소리와 충영의 힘찬 좆질하는 소리는 그대로 들려오고 있다.
“호호. 충영 씨. 걱정하지 마. 저 장면은 따로 찍힌 게 있으니까. 내가 수진이 방에다 장치를 한 개만 한 게 아니거든.”
‘이런 씨팔년...’
충영은 속으로 욕을 하며 성연이 있는 쪽을 아예 쳐다보지 않았다.
“아아아. 오빠. 너무 강해. 이렇게 하면 너무 깊이 들어와. 아아.”
“싫어?”
“아니. 자극이 너무 강해서. 아아. 오빠! 힘들지 않아?”
“아니. 우리 수진이가 가벼워서 하나도 안 힘들어.”
“우응. 오빠. 힘들면 침대로 가.”
“응. 힘들진 않지만 침대로 가서 다른 자세로 해보자.”
“응.”
충영이 다시 침대로 가서 수진의 몸을 뒤로 돌리고 뒤에서부터 힘차게 좆질을 한다.
“아앙!”
수진이 여지없이 신음소릴 내는데 충영은 지칠 줄 모르고 몸을 움직였다.
하얀 엉덩이를 수진이 뒤로 쭉 내밀고 그 사이로 충영이 드나들며 좆질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보는 충영의 마음을 사정없이 뒤흔들었고 자지는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단단하게 발기했다.
‘아우 씨팔. 이거 내가 한 거지만 진짜로 꼴리네.’
충영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옆에서 신음소리가 들리자 그는 슬쩍 곁눈질을 했다.
‘......!’
언제부터인지 성연이 손을 바지 안에 넣고 움직이고 있었다.
“으응. 너희들... 진짜.”
그러다 그녀가 다른 손으로 충영의 바지혁대를 잡고 끌어내리는 시늉을 한다.
“벗어 봐.”
성연이 명령 조로 말하는데 충영은 잠시 망설였다.
그가 망설이자 성연이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저 영상이 인터넷으로 돌면 좋겠니? 대성그룹 막내딸이 형부하고 저렇게 재미난 씹을 하는데 아마 저 영상이 인터넷으로 나가면 완전 대박일 거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충영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 그냥 그녀가 시키는 대로 바지 혁대를 풀고 팬티에서 자지를 꺼냈다.
탱-
마치 그런 소리가 나듯 팬티 안에서 압박을 받고 있던 자지가 배꼽을 치면서 드러났다.
“아아. 역시! 기가 막히네.”
성연이 감탄사를 발하더니 대번에 그의 자지를 한 손으로 쥐었다.
“아!”
충영이 놀라 몸을 떨었다.
하지만 성연은 그보다 더 놀란 듯 불끈거리는 자지를 손으로 꽉 쥐며 신음소릴 냈다.
“으음. 뜨거워. 진짜로 뜨겁다. 아아.”
바지 속에 들어간 그녀의 손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하는 동안 화면에서도 점점 마지막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뒷치기에서 옆치기로, 그리고 정상위로 돌아와서도 여러 가지 자세로 바꿔가며 충영은 쉬지 않고 수진을 요리했고 마지막에 수진이 절정으로 올라가자 그는 마지막 피치를 가하며 그녀의 보지가 뚫어져라 좆질을 했다.
“아아악! 안 돼. 오빠! 어서... 어서 해 줘. 나 이제 한계야.”
수진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절정에 오르는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침이 마르고 가슴을 타게 만들었다.
“으으으. 수진아.”
충영도 사정을 눈앞에 둔 듯 굵은 신음소릴 토해내며 마지막 좆질을 했다.
퍽퍽퍽퍽퍽퍽-
“아아악.”
수진이 그의 등을 부서져라 끌어당기며 절정에 오르고 충영도 그와 맞춰 사정을 한다.
“흐으으윽.”
충영은 옆에서도 성연이 뭔가 올랐다는 것을 느꼈다.
자지를 쥐고 있던 성영의 손이 마치 좆대를 터트릴 듯 세게 주무르더니 강한 신음소릴 내고 몸을 경직시킨다.
자지를 쥐고 있던 성연의 손이 풀리자 충영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흐응. 흐응. 흐응.”
충영의 정액을 받으며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진의 얼굴이 그야말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충영은 화면이지만 수진이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그녀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걱정과 근심도 점점 가중되어왔다.
‘수진아. 나 어쩌면 좋냐?’
사정이 끝나고 충영이 키스하자 수진이 그의 얼굴을 보는데 한창 섹스할 때와 달리 그 얼굴이 너무도 아름답고 청초해 보인다.
“저것 좀 봐. 저렇게 예쁜 년하고 저렇게 큰 자지를 갖고 있는 놈하고 이토록 자연스럽게 씹을 하는 영상은 다시 보기 힘들 거야. 아아. 이게 인터넷으로 퍼져나가 사람들이 볼 생각을 하면 정말... 너무너무 짜릿해.”
성연이 황홀한 표정을 짓자 충영은 분노와 걱정이 동시에 몰려왔다.
본인이 봐도 이 영상은 예술적이었다. 보통 야동은 배우들이 각본을 짜고 찍기 때문에 뭔가 어색하다. 그런데 자신과 수진이 연출한 이 영상은 찍힐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한 거라서 자연스럽기 이를 데 없었고 또 출연한 배우들이 일반인이긴 하지만 프로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멋진 얼굴과 몸을 갖고 있었다. 한 마디로 대박인 것이다.
그래서 충영은 더욱 불안하고 걱정이 됐다.
영상이 끝나고 성연이 손을 거둬들이자 충영은 얼른 자지를 넣고 바지를 다시 입었다.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던 성연이 침대에서 일어나 탁자로 가더니 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여기 앉아.”
그녀가 명령하듯 말하자 충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때? 잘 감상했어?”
충영은 생글거리며 웃는 그녀의 얼굴을 묵사발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오오. 아직도 기가 펄펄 살았네? 역시 당신은 매력 있는 남자야. 이리 좀 가까이 와 볼래?”
충영이 얼굴을 가까이 대자 성연이 손을 들더니 그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짝-
무방비 상태에서 뺨을 맞은 그가 무의식적으로 물러나며 손으로 맞은 곳을 어루만졌다.
‘......!’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뺨이 화끈거리며 그곳에 댄 손에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충영이 노려보자 성연이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한다.
“왜? 나도 때리려고? 때리고 싶으면 때려. 남자가 한 번 맞았으면 갚아줘야지. 비록 상대가 여자라도 말이야.”
충영이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있자 성연의 안색이 갑자기 싹 변했다.
“너 이 새끼. 네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갑자기 그녀가 돌변하자 충영은 저번에 명기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웃고 잘 대해줄 때는 천사처럼 예쁘고 착하게 보이는데 막상 화가 나서 인상을 쓰면 악마처럼 변한다는 명기의 얘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 갑자기 변해버린 성연의 모습은 감히 마주 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납고 위압적이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충영이 약간 풀 죽은 음성으로 말하자 성연이 그를 노려보았다.
“개새끼가... 너 말이야. 너 처음 볼 때부터 내가 얼마나 다정하게 대해줬니? 응? 다른 놈들은 나한테 환심 한 번 사려고 온갖 것들 다 바치면서 내 밑에서 벌벌 기는데, 너란 새끼는 내가 먼저 호감을 보이며 굽히고 들어갔는데 날 본 척도 안 해? 결혼하고 집에 와서는 더 하더구만. 내가 무슨 벌레라도 되는지 가까이 다가가면 어색하게 대하고 형식적으로 인사만 하고 도망가고... 말 하니까 또 열 받네. 씨팔. 수진이란 년도 똑같아. 공부 좀 잘한다고 거만한 표정으로 생전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어요. 그나마 영진이는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좀 낫다 싶었는데 임신해서 병원에 입원 중이고... 이 집에서 나한테 제일 잘해주는 사람은 시아버지 김동민 회장 밖에 없어.”
“내가 그랬나? 잘못했네. 앞으로 조심할게.”
충영이 굽히고 들어가자 성연이 그의 얼굴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쳇. 너 장애인이냐? 이제 와서 네가 그러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점수 더 잃는다는 것도 모르지? 멍청한 새끼. 운동이나 잘하지, 대가리엔 똥만 들어가지고...”
성연이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자 충영은 그녀에게 살심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그녀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은 마음에 얼굴이 굳어지자 성연이 그의 얼굴을 보며 다시 생글거린다.
“왜? 날 죽이고 싶어? 와서 죽여 봐. 그러는 순간, 네 인생은 끝장나니까. 넌 교도소로 직행이고 수진이란 년은 완전 파멸이야. 인터넷에 동영상이 돌아다니면 어떻겠니? 상상 한 번 해 봐. 대성그룹의 막내딸이, 그것도 영리한 머리하고 외모 최상인 데다 회장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형부하고 씹하는 장면인데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나올 것 같아? 그리고 회장님이 알면 또 어떨까?”
충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회장님이 아시면...’
충영은 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것을 느끼고 절로 신음소릴 내뱉었다.
“으음.”
성연의 말을 듣고 보니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고 충영은 그 동안 승승장구해 오던 자신의 인생에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생각을 하던 충영이 그녀에게 말했다.
“알리고 싶었으면 장인어른이나 인터넷에 먼저 알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나를 먼저 부른 데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닐까? 내게 원하는 게 뭐야? 말을 해야 내가 알지.”
충영이 부드럽게 말하자 성연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제법 머리가 돌아가네. 그러고 보니 아주 멍청한 놈은 아니구나? 음. 지금은 나도 뭘 해야 할지 정하진 않았어. 하지만 우선 네가 해야 할 일은 내 노예가 되는 거야. 내 말이면 무엇이든 복종하고 따르는 노예 말이야.”
“생각할 시간을 좀 줘. 너무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지금 아무 생각도 안 떠오르니까 마음의 정리 좀 하게.”
“훗.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너 그깟 알량한 자존심 좀 세우려다 진짜로 파멸한다?”
성연의 눈이 다시 매서워지자 충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너 지금 나가면 당장 인터넷에 자료 방출할 줄 알아.”
성연이 자신을 노려보며 앙칼지게 말하자 충영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씨팔년. 네가 지금 죽고 싶어서 진짜 환장했구나. 그래. 같이 죽자.”
충영이 그녀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위로 쭉 들어올렸다.
“우윽.”
숨이 막히자 성연이 몸을 비틀며 발버둥을 쳤다.
“아우 씨팔.”
충영이 욕을 퍼부으며 성연의 목을 움켜쥔 채 침대로 가서 그녀의 몸을 그대로 내팽개쳤다.
털석-
출렁거리는 침대에 누워 성연이 목을 두 손으로 잡고 숨을 헐떡거렸다.
“하아. 하아. 너...”
성연이 충영의 얼굴을 보는데 왠지 전보다 눈빛이 더 순해졌다.
“씨팔 년아.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그것도 못 해주냐?”
충영이 다시 다가와 그녀의 목을 움켜쥐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루 줄게. 잘 생각해 봐.”
그녀가 의외로 부드럽게 나오자 충영은 또 의심이 들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충영은 얼른 그녀에게서 벗어나 문 쪽으로 도망치듯 바삐 걸었다.
“내일 얘기하자.”
충영은 말을 내뱉고 방을 나왔다.
집을 나서는 충영의 머리에 든 생각은 수진을 만나야 한다는 것 한 가지뿐이었다.
갑자기 터진 이번 일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자신 혼자서는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충영은 수진이 다니는 학교로 가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수진아. 나야. 급한 일이다. 문자 좀 줘.)
잠시 후 수진에게서 바로 답글이 왔다.
(왜? 무슨 일 있어?)
(응. 큰일이 생겼다. 지금 네 학교 앞이야. 시간 되는 대로 빨리 만나자.)
(알았어. 곧 나갈게.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잠시 기다리자 수진이 정문 앞에 나타났다.
“오빠!”
“수진아!”
“대체 무슨 일이야? 오빠가 학교까지 찾아오고.”
“조용한 데로 좀 가자.”
충영이 수진의 손을 잡고 학교 앞 벤치로 갔다.
“앉아 봐.”
수진이 벤치에 앉자 충영은 그녀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그녀에게 말했다.
“성연이가 말이야.”
“응.”
“수진이 네 방에다 몰래카메라 종류를 설치했나봐.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그게 무슨 말이야?”
수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충영은 오늘 성연에게 불려가 당했던 일을 모두 말했다.
‘......!’
그의 말을 듣고 수진이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세상에 어찌 그런 여자가 우리집에 들어왔을까...”
충영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 도청되고 있을지 몰라.”
“어떻게?”
“영화 같은 거 보면 옷 같은데다가 도청장치를 설치하기도 하잖아?”
수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그 정도까지일까?”
“모르겠어.”
“으음.”
수진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문자를 보낸다.
(어떻게 할까?)
(어디 조용한 호텔에 가서 얘기하자.)
(응. 오빠가 운전해.)
충영은 수진을 차에 태우고 가까운 호텔로 갔다.
룸을 빌려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먼저 옷부터 벗었다.
수진이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시트로 몸을 가렸다.
충영은 그녀와 자신의 옷을 모두 모아 욕실로 가서 그곳에 두고 문을 닫았다.
달칵-
충영은 알몸으로 시트를 들추고 수진의 곁에 누웠다.
“이제 괜찮을 거야.”
충영이 수진의 몸을 안아주자 그녀가 물었다.
“오빠! 대체 그 성연이란 여자 어떤 여잘까? 그 여자에 대해 아는 거 있으면 하나도 빼지 말고 전부 말해 봐.”
“내가 볼 땐 또라이 같기도 하고, 성격파탄자 같기도 한데.... 명기하고도 사이가 아주 안 좋아.”
충영은 이제 명기의 사정을 봐줄 형편이 아니라서 저번 명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다 수진에게 해줬다.
“아아. 진짜 이상한 여자가 들어왔네. 어쩜 좋지?”
수진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짓자 충영이 물었다.
“정말 인터넷에 그 동영상을 올리면 어떡하지? 그럼 우린 끝장인데...”
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럴까?”
“응. 그렇게 되면 그 여자도 타격이 클 거니까. 남의 방에 불법 도청을 하는 게 모르긴 몰라도 큰 범죄에 해당할 거고, 아빠가 알면 우리한테 큰 화가 닥치겠지만 가문의 망신을 시킨 그 여자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오빠 말 들어보니까 그 여자, 어떻게 하든 명기 오빠한테 자식을 낳아서 우리 기업을 가로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 같이 파멸할 짓을 하겠어?”
“아하! 수진이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렇지만 장인어른한테 이르면 어떻게 되지? 만일 장인어른이 아시면 우릴 가만 두지 않을 거고 그렇게 되면 자식들 중에서 명기와 경쟁을 할 인재들이 다 사라지는 거니까 성연이 걔 입장에선 그렇게 하고 싶을 거 같은데...”
“그것도 쉽진 않아. 아빠가 알면 집안에 평지풍파가 일어날 텐데 그 와중에 아빠가 그 여자를 인정하고 자식을 후계자로 물려줄 마음이 들까? 내가 아빠라면 안 그럴 것 같아. 집안의 수치를 드러낸 그 여잘 마음속에서 접고 더 밀어낼 것 같아. 그리고 오빤 가만있겠어. 나도 가만있지 않고 반드시 갚아 줄 테지만 오빠도 복수할 것 같은데...”
“그럴 말이라고 하니? 아까도 그 개자식을 죽여 버릴 뻔 했다. 어찌나 화가 솟던지 이성을 차리고 보니까 내가 그 년 목을 조르고 있더라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목 졸라 죽여 버렸을 거야. 그리고 다른 건 다 참겠지만 수진이 널 괴롭게 하는 건 죽어도 내가 못 봐. 일이 터지면 그년 죽여 버리고 교도소 갈 거니까.”
충영이 분개하자 수진은 그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아빠가 알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우리 둘이서 한국 땅 떠나 살자. 설마 우리 둘이서 살만한 곳이 없을까...”
“수진아. 그러면 네 꿈은 영영 사라지잖아?”
“할 수 없지. 옛날엔 대성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게 꿈이었고 다른 건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오빠가 내 맘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이젠 대성의 후계자보다 오빠가 더 소중하니까 괜찮아.”
충영이 감동하여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고맙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안 만들 거야. 수진이 너한테만은 절대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게.”
“하지만 그 여자가 오빨 가만 두겠어?”
“뭐. 내게 요구를 하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줘야지. 그러면서 기회를 볼 거야. 참고 살다보면 뭔가 반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지. 그때까진 어쩔 수 없어. 수진이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년도 쉽사리 폭로를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으니까 미리 겁먹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잖아? 죽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오빠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건 상관없어. 그리고 수진이 넌 당분간 모르고 있는 걸로 하자. 그년이 알게 된다면 구태여 숨길 필요는 없지만 걔가 알게 될 때까지 만이라도 넌 모르는 척 해. 그래야 그년이 너한테 집적대지 않지.”
“후. 오빠한테만 짐을 다 맡긴 기분이라 찝찝해.”
“그렇지 않아. 그년 말을 들어주면서 나도 준비를 좀 할 거야. 돈을 모아야겠어. 나중에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모은 돈으로 한국을 뜨자. 내 몸 하나 튼튼하고 수진이 너 머리 좋으니까 어디 간들 우리가 굶어죽기야 하겠니?”
“그래. 상황이 어려워지면 나한테 꼭 말해줘.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연락할게.”
“응. 그리고 그 여자 만날 때는 항상 녹음기를 휴대하고 만나도록 해. 그 여자, 머리는 영리한 것 같지 않으니까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 반드시 실수가 나올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그 여자가 하는 말은 하나도 빼지 않고 녹음을 시켜 둬.”
“그래. 알았다.”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진이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제 우리 당분간 섹스는 못 하겠네?”
“그럴 것 같다. 정 하고 싶으면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할 수밖에...”
충영이 수진의 몸 위로 올라타며 말하자 그녀가 그의 등을 끌어당기며 그와 만난 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훗. 지금 하게?”
“응. 앞으로 할 것까지 다 오늘 해버리자.”
충영이 키스하자 수진이 그의 입술을 빨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래. 오늘은 아주 오래오래 해 줘.”
두 사람은 평소보다 더욱 뜨거워진 몸과 마음으로 이내 하나가 되었다.
수진을 학교로 데려다 준 뒤 충영은 녹음기를 파는 곳으로 가서 휴대용, 소형, 대형, 가릴 것 없이 가장 성능이 좋은 것으로 몽땅 골라서 샀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야.”
충영은 백화점으로 돌아가는 중에 차 안에서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다음날.
백화점으로 출근해서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성연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야. 지금 백화점에 와 있는데 잠깐 볼까?)
(여기 강남?)
(그래.)
(어디에 있어?)
(1층 정문 앞.)
(잠깐만 기다려. 지금 갈게.)
충영이 발이 안 보이게 뛰어 1층으로 내려가자 로비에 성연의 모습이 보였다.
‘씨팔 년이... 얼굴 하난 진짜 눈이 부시게 예쁘네.’
스키니 진에 티셔츠 차림의 간편한 복장이지만 날씬한 몸매와 혼이 나갈 것 같은 아름다운 얼굴은 어디 가질 않아 지금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온통 집중돼 있다.
“성연 씨!”
충영이 가까이 다가가 부르자 성연이 그를 보고 활짝 웃는다.
“어머. 사장님!”
“이렇게 제가 근무하는 백화점까지 다 찾아주시고... 영광입니다.”
충영이 공손하면서도 다정하게 나오자 성연이 눈가에 이채를 띄우며 그를 본다.
“호호. 사장님이 환대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은 데요.”
“당연하죠. 가족이잖아요?”
“참! 맞다. 우리는 가족이죠? 호호. 그걸 이제야 알았네.”
성연이 전혀 몰랐다는 듯 말하자 충영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놀고 있네. 씨팔년이...’
하지만 겉으로는 시종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대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안 하셨다면 저와 같이 식사라도 하시죠?”
“그럴까요? 나, 스테이크 먹고 싶은데... 사주실래요?”
“그러시죠. 근처에 잘하는 집 있습니다. 제가 그리 모시죠.”
“호호. 좋아라. 어서 가요.”
성연이 팔이라도 낄 듯 가까이 다가오자 충영은 그녀와 함께 백화점을 나섰다.
양식당에 들어가 충영이 룸을 잡았다.
둘만 있는 조용한 방에서 식사를 모두 마치고 디저트를 먹으며 성연이 그에게 물었다.
“그래. 시간은 충분히 줬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은 해봤어?”
그녀가 생글거리며 웃는데 그 모습이 정말 천사처럼 아름다워 충영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명기 말이 맞구나. 저 아름다운 얼굴이 언제 표독하게 변할 줄 모르니까 저렇게 웃고 있는 모습도 무서워진다.’
충영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 네 말대로 해야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흐응. 지금 조건 달 형편이 아닐 텐데?”
성연이 묘한 표정을 짓자 충영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 나도 여기 백화점 일이 적성에 맞고 지금 모든 게 다 부족한 게 없으니까. 될 수 있으면 이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나도 사내자식이고 자존심은 있거든. 남자의 모든 게 다 무너진다면 여기 생활만 고집할 수 없지. 그래서 최악의 경우 성연이 네가 다 까발린다면 나는 수진이하고 여기 한국을 뜰 거야. 뭐, 둘이서 외국 나가면 굶어죽기야 하겠니? 모아놓은 돈도 조금은 있고. 수진이한테는 얘기 안 했지만 수진이도 내 말에 동의할 거야. 걔가 머리는 영리해도 아버지 사업에 그다지 큰 욕심은 없거든.”
충영이 말을 하고 성연의 눈치를 보았다.
‘......!’
충영의 말이 조금은 의외였는지 그녀가 약간 당황한 표정을 드러낸다.
“으음. 한국을 뜨겠다?”
“그래. 뭐, 최악의 경우를 말하는 거고. 어지간하면 그냥 여기서 살아야지. 외국 나가서 살아본 적도 없고. 그러니까 날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서로 합의점을 찾잔 말이야.”
“좋아. 네 조건을 얘기 해 봐.”
“내 조건은 간단해. 첫 째로 수진이는 아무 것도 모르니까 걔는 건들지 말아.”
“그거야 조건도 아니다. 난 걔한테는 전혀 관심 없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다음은?”
“다음은 한 가지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으니까 선을 넘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 예를 들어서 남자의 자존심을 완전히 꺾는다거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나를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또?”
“없어.”
“좋아. 그럼 결정된 거지? 넌 지금부터 내 노예야. 맞지?”
“응. 그래도 호칭은 서로 편하게 말을 놓는 걸로 하자.”
“그래. 호칭 같은 건 아무 상관없고 오히려 서로 말 놓는 게 나도 편해. 아우. 이거 이제까지 사는 재미가 눈꼽만큼도 없었는데 이 귀여운 자식 땜에 내 인생에 갑자기 활력소가 생기네. 아우! 너무너무 좋아.”
두 눈이 감길 정도로 좋아 죽겠다고 웃는 성연의 모습을 보자 충영은 소름이 끼쳤지만 겉으로는 그녀를 따라 웃었다.
“하하!”
“밥 다 먹었으면 나가자.”
성연이 일어서자 충영이 따라 일어서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 가려고?”
“응. 오랜 만에 삼촌도 좀 보고 내 부하들 잘 있는지 얼굴이나 보여주려고.”
“나는 일해야 하는데...”
“아이. 오늘 하루만 땡땡이 쳐. 사장이 그것도 못해?”
성연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바짝 붙는데 탄력 있는 그녀의 가슴이 팔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으음. 본부장에게 전화 좀 해 보고.”
충영이 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본부장님. 난데 오늘 백화점에 특별한 일 없죠?”
“예. 별 일 없습니다.”
충영이 전화를 걸 때 존대를 하면 공식적인 일이란 걸 수빈이 알고 백화점 상황에 대해 알아서 말을 해 준다.
“음. 내가 밖에 나와 있는데 사적으로 볼 일이 좀 있어서 바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본부장이 내 대신 해주고 급한 일 있으면 전화로 연락 줘요. 예. 수고.”
전화를 끊고 충영이 성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됐어. 가지.”
충영이 협조적으로 나오자 성연은 기뻐서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호호. 가자.”
식당을 나선 성연은 자신의 차에 충영을 태우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차로 20분 정도를 가서 어느 건물 앞에 멈추고 성연이 그를 향해 말했다.
“다 왔어. 내려.”
충영이 조수석에서 내리자 성연은 그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복도를 지나치며 가끔 만나는 남자들이 성연을 보자 공손하게 인사하는데 충영이 보니 얼굴이나 체격이 꼭 조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충영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우리 작은 아버지 일하는 곳이야. 참. 우리 작은 아버지가 조폭두목인거 알고 있어?”
“으응. 명기한테 잠깐 들은 것 같아.”
“그 새끼는 입도 싸네. 좆도 밤일 하는 능력은 제로에 가까우면서...”
성연의 안색이 변하자 충영이 얼른 말했다.
“명기가 나한테는 비밀 없이 다 말하거든. 내 입에서 다른 사람한테 말 나가는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
“그래? 그럼 밤일 못하는 것도 얘기 했겠네?”
“응. 어느 정도는...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어떡하든 노력해 본다고 그러던데... 조금 좋아지진 않았나?”
충영이 웃으며 묻자 성연이 코웃음 쳤다.
“흥. 좋아지기는커녕 아예 요즘은 얼굴 마주치는 것도 피하는데 뭘. 얼굴만 매끄럽고 잘 생겼지, 하는 행동은 좀생이에다 진짜로 밥맛이야. 우리 새끼들보다 훨씬 못해.”
“새끼들이라니?”
“응. 삼촌 부하들.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서 많이 친하지. 자 소개시켜 줄 테니까 들어가자.”
성연이 충영의 손을 잡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충영이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성연이 데려간 곳은 방이 아니라 체육관 같은 곳이었는데 넓은 그곳에서 지금 여려 명의 남자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런 모습을 보자 충영은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어때? 우리 애들이 체력단련 하는 곳이야.”
“좋은데. 아주 좋아.”
충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성연이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내가 널 여기 데려온 이유가 있어.”
“뭔데?”
“삼촌이랑 정식으로 한 판 붙어보라고.”
“뭐? 옛날 상견례 때 그...”
“응. 팔씨름 했던 삼촌 말이야. 그 삼촌이 우리 조직에서 싸움으로는 일인자야. 이제껏 남과 겨뤄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때 처음으로 패배를 당해 마음고생을 좀 했거든.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한테 낯도 안 서고 본인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해서 내가 꼭 한 번 붙여주고 싶었는데 너하고 나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니? 오늘 한 판 붙을 수 있지?”
충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이런 쪽으로 도전해 오는 사람은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으니까... 언제든지 콜이야.”
“와우. 역시...”
성연이 웃는데 이번엔 가식적인 미소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해서 웃는 거란 게 느껴졌다.
두 사람이 중앙으로 다가가자 운동하고 있던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아니. 아가씨!”
“오랜만에 오셨네요.”
성연은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삼촌은 어디 갔어?”
“예. 잠깐 밖에 나가셨는데 곧 오실 겁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분은...”
사람들이 충영에게 관심을 보이자 성연이 그를 소개했다.
“너희들도 들어 봤지? 우리 삼촌을 팔씨름으로 이긴 사람.”
“예. 대성그룹 회장님의 큰 사위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바로 이 분이야. 오늘 나랑 친구 하기로 했고 그 기념으로 삼촌하고 정식으로 무술을 겨루기 위해 온 거니까 빨리 삼촌 찾아서 데려 와.”
“야아.”
그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이거 돈 주고 볼 수 없는 큰 시합이 되겠네. 야. 빨리 가서 동수 형님 모셔 와라.”
“예.”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충영은 성연의 인도로 구석에 있는 의자에 가 앉았다.
“우리 삼촌이 지금 넘버 투야. 옛날에는 내 보디가드 겸 조직에서 행동대장으로 있었는데 내가 결혼한 뒤로 작은 아버지 바로 밑의 이인자가 됐지.”
“아. 어쩐지 실전에 뛰어난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더라.”
충영이 칭찬하자 성연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 엄마고 그 다음이 바로 삼촌이야.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날 보호해주고 내 말이라면 뭐든 안 들어준 적이 없을 정도로 날 예뻐해. 지금은 결혼해서 그 두 사람을 별로 볼 수가 없는 게 제일 아쉽다.”
“삼촌의 심정을 알만 하다. 나도 수진이를 어렸을 때부터 네 삼촌이 너한테 하듯 그렇게 돌봐왔었거든.”
“아. 그러다 정 들었구나?”
“응.”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연이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후후. 나도 한참 사춘기 때는 삼촌한테 이상한 마음 품기도 했었는데... 워낙 나한테 잘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격투기에도 뛰어나니까 한때 우상처럼 따르던 시절도 있었어. 만약 내 친삼촌이 아니었다면 벌써 내가 꼬셔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났을 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내 엄마하고 둘도 없이 친한 남매지간이라서 내가 포기했지.”
“잘 했다. 근친은 좀 그렇잖아? 할 때는 짜릿하겠지만 뒤끝이 별로 안 좋을 것 같아.”
“그래. 네 말이 맞아. 네가 볼 때 나, 미친 년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성은 있는 년이야. 의리도 있고 날 믿고 따르는 놈들에게 절대로 배신 같은 거 안 해.”
“그렇구나. 내가 확실히 성연이 너 좀 잘 못 본 거 같다.”
충영이 동조하자 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도 내 말만 잘 들으면 내가 봐줄게. 시아버지에게 이르거나 인터넷 같은 데 올리지 않는다고. 알았지?”
“응. 고맙다. 나도 잘 할 게.”
왠지 두 사람 사이에서 분위기가 급진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충영이 할 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거구의 남자가 두 사람 앞으로 걸어왔다.
“삼촌!”
성연이 소리치며 일어서자 충영도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
김동수가 성연에게 웃어 보이더니 곧바로 충영을 향해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예. 오랜만입니다.”
“삼촌. 오늘 여기 충영 씨랑 개인적으로 친구 하기로 했거든. 그 기념으로 우리 식구들한테 소개도 시키고 삼촌하고 정식으로 한 번 겨뤄 보기 위해 왔어. 어때? 이 친구는 좋다고 하는데, 삼촌도 괜찮지? 저번 팔씨름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좀 그렇잖아?”
“나야 그러면 고맙긴 하지만...”
동수가 어색한 미소를 짓자 충영이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습니다. 사실 이제껏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상대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겨뤄보고 싶습니다.”
충영이 시원하게 나오자 동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주위가 대번에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변했다.
“그럼 뭘로 겨루면 좋을까?”
성연이 고민하자 동수가 말했다.
“젊은 친구보고 고르라고 해라.”
“하하. 저는 걷기 시작할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놈입니다. 일대일로 겨루는 거라면 뭐든 자신 있으니까 그쪽에서 정하시죠.”
충영이 어찌 보면 건방지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신 있게 나오자 동수도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듯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럼 격투기로 하는 게 어떨까? 크게 다치면 안 되니까 글러브는 끼고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휴식시간도 없고 몸의 어느 부분이든 다 사용가능.”
“좋습니다. 대신 운동하다 발생하는 사고는 서로 묻지 않기로 하죠.”
“허허. 정말 자신감 하나 끝내주는군.”
동수가 실소를 금치 못하며 충영의 얼굴을 보았다.
어찌 보면 적진이랄 수 있는 곳에 단신으로 와서 이토록 큰 소리 칠 수 있는 담력은 보통 사람에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 성연이 말했다.
“말은 그만 하고 시합 들어가죠. 이봐. 여기 이 친구하고 삼촌한테 맞는 옷 좀 가져와. 그리고 글러브도 가져오고.”
“예, 아가씨.”
잠시 후 급조된 링이 만들어지고 그 가운데 충영과 동수가 섰다.
팬티 차림의 두 사람을 보고 사람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야. 저 정 사장 좀 봐라. 몸이 완전 예술이다.”
“그래도 우리 동수 형님이 이기겠지?”
“모르겠는데 저 몸을 보면 그냥 단순하게 운동한 게 아니야. 완전 프로의 몸이다.”
성연이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저 남자, 몸만 좋은 게 아니야. 너희들은 내 상견례 때 못 봐서 그러는데 힘이 아주 장사야. 오죽하면 삼촌이 힘에서 밀렸겠냐고.”
“그래도 격투기는 형님이 이기겠죠?”
“아니. 난 저 정 사장이 유리하다고 보는데?”
“음.”
다른 놈이 참견한다.
“저 몸을 봐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동수 형님이 체격은 커도 전부 근육으로 형성된 몸인데 저 정 사장도 만만치가 않네요. 더구나 키가 형님보다 훨씬 크고 다리가 길어서 만약 발차기에 능하다면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은데요.”
성연이 말했다.
“내가 그 집 가서 들은 바로는 저 정사장이 근접해서 싸우는 걸로는 못하는 운동이 없단다. 원래 내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시아버지가 키운 사람인데 재능이 뛰어난 데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오직 운동에만 모든 시간을 다 쏟았대. 그리고 일대일로 싸워서 지금까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고...”
“야! 굉장한 사람이구나. 소문을 듣자니 회사 경영에도 뛰어난 인재라고 그러던데요.”
“그런 것 같아. 이제 시작한다. 잡담 그만하고 보자.”
충영은 자세를 잡고 동수의 몸을 보았다.
‘......!’
자신보다 키는 작지만 곰처럼 커다란 덩치에다 그게 전부 근육으로 이뤄져 있어 마치 영화나 게임에서 나오는 괴물처럼 엄청난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충영은 자신이 있었다. 저번 팔씨름에서 느낀 건데 힘은 자신이 세다는 것을 알았고 그 동안 사업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 했었지만 그때 팔씨름을 계기로 다시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동수가 두 손을 펴고 천천히 다가오자 충영은 바로 발을 날렸다.
충영의 긴 다리가 동수의 얼굴을 때리자 그가 얼른 두 손을 들어 막았다.
탁-
둔탁한 소리가 나며 동수가 오던 걸음을 주춤거렸다. 가드를 했지만 충영의 발에 실린 힘이 강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때 충영의 몸이 돌더니 곧바로 돌려차기가 날아왔다.
휙-
동수는 충영의 연이은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퍼벅-
팍-
순식간에 공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상대를 탐색했다.
동수의 주먹에 팔을 맞은 충영은 그의 몸을 쳐다보았다. 돌려차기로 동수의 허리를 맞췄지만 거리가 가까운 상태에서 가격한 거라 정통으로 맞지 않았고 타격은 그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한 번씩 주고받자 관전하는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둘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탓!”
이번엔 동수가 기합을 지르며 권투자세로 충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충영은 동수보다 다리가 길어서 발차기를 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동수의 달려드는 동작이 빨라서 이번엔 타이밍을 잃고 두 손을 모아 같이 권투 자세를 취했다.
휙-
동수의 오른 팔이 복부를 향해 뻗어오자 충영은 피하지 않고 왼팔을 접어 방어하면서 동시에 오른 팔을 훅으로 날렸다.
퍽-
이번엔 제대로 꽂혔다.
동수의 왼쪽 옆구리에 훅이 박히자 동수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하지만 그도 충영의 왼팔에 막힌 자신의 오른 팔을 돌려 충영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퍽-
조금 늦었지만 동수도 충영의 옆구리에 한 방을 먹이자 주위에서 그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충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전의를 더욱 불태웠다. 자신이 먼저 가격했기 때문에 충격은 동수 쪽이 훨씬 더 받았고 자신은 한 번 방어한 다음 두 번째로 급조한 듯 지른 주먹에 맞은 거라 그다지 충격이 크지 않았다.
동수도 처음 접전에서는 자신이 조금 밀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자신하는 부분이 또 맷집 좋은 거라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충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주먹을 날리는 듯 모션을 취하다 발차기를 하자 충영은 무릎을 들어 발을 막고 동수를 향해 총알같이 달려들었다.
“어엇!”
키가 큰 충영이 이렇게 근접한 거리로 달려들지 몰랐던 동수가 헛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충영의 몸놀림이 빨라 충영이 뻗은 주먹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퍽-
“어후!”
안타까운 탄성이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동수가 동물 같은 반사신경으로 주먹을 휘둘러 충영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팍-
옆구리를 맞은 충영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하지만 그는 손 끝에 느낀 감으로 얼굴을 맞은 동수의 충격이 꽤 컸다는 것을 느꼈고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를 향해 소나기 펀치를 계속 날렸다.
퍼벅- 퍽- 퍼벅-
얼굴과 몸에 무차별 난타를 당하는 동수도 이에 질세라 충영을 향해 두 주먹을 연이어 뻗기 시작했다.
퍽- 퍼벅-
두 사람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난타전을 벌이자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그들의 격투를 지켜보았다.
충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처음 응수타진 하듯 몇 수 겨뤄봤을 때 동수를 이길 충분한 자신이 생겼었다. 자신의 장점인 긴 다리와 테크닉을 이용하면 손쉽게 승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전투가 붙자 자신의 장점으로 이길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 충영의 정신상태는 성연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불안과 분노가 쌓여 있어 어디론가 분출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마침 동수란 상대를 만나 그에게 모든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다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퍽- 퍼퍽- 퍽-
마치 한 걸음이라도 물러나면 큰 일 날 것처럼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상대를 향해 끊임없이 펀치를 날렸고 그 덕분에 호사를 누리는 건 구경꾼들의 눈이었다.
“야. 이런 난타전을 봤나?”
“난타전이면 맷집 좋은 동수 형님이 유리하지. 형님이 이겼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걸로 예상했던 충영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맷집 좋은 동수가 오히려 조금씩 뒤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야?”
“형님이 밀리잖아?”
그들은 몰랐다. 그저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 안에서도 기술이 적용되고 많이 맞은 사람과 적게 맞은 사람, 충격이 큰 펀치를 날린 사람과 펀치를 작게 날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충영은 동수와 근접전을 하면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그의 공격을 보았다. 그가 자신보다 약간 느리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가 펀치를 날리면 최대한 그 펀치를 작게 맞고 자신은 크게, 그리고 그가 큰 타격을 받을 만한 곳을 골라서 때리는 여유까지 부릴 수가 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충영의 펀치를 무수히 맞은 동수는 시간이 지나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렸다.
‘......!’
동수가 뒤로 밀리며 약간의 틈이 생기자 충영은 마음먹고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퍽-
그가 크게 휘두르는 펀치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동수가 크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기회다.’
발차기를 할 공간이 생기자 충영은 체육관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며 옆차기를 했다.
퍽-
강하게 뻗어 찬 발이 정확하게 동수의 옆구리에 꽂히자 충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겼다.’
하지만 충영은 뒤이어 돌진해 오는 동수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내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고도...’
놀란 생각은 잠시, 충영은 뻗은 발을 얼른 회수하며 안정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약간은 방심했고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의 동작은 완전치가 못해 그가 자세를 잡았을 땐 이미 동수의 몸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퍽-
“으윽!”
명치에 동수의 주먹이 꽂히자 충영은 숨넘어갈 것처럼 신음소릴 내며 뒤로 두 걸음을 순식간에 물러섰다.
“와아!”
“역시 동수 형님이다.”
사방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충영은 두 다리를 바닥에 굳건하게 딛고 더 이상 물러나지 않았다.
‘이 놈 봐라. 방심했다간 질 수도 있겠는데?’
충영은 난생 처음으로 패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세를 신중하게 잡았다. 상대가 글러브를 끼고 있었으니 다행이지 만약 맨주먹이었다면 자신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충영은 자신이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기술이 좋다고 자만했던 마음을 버렸다.
상대를 경시했던 마음을 버리자 몸도 편안해지고 승부욕은 더욱 불타오른다.
충영은 두 주먹을 툭툭 서로 마주치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동수 역시 충영을 보고 크게 놀란 표정이다. 자신이 참고 기다리며 날렸던 회심의 일격을 맞고도 별다른 충격 없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충영의 모습을 보니 문득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타앗!”
충영이 기합을 지르며 달려들자 동수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가 물러서자 충영은 더 이상 무리하게 달려들지 않고 탐색하듯 조금씩 다가가며 그를 압박했다. 선을 그어 경계를 정한 곳까지 밀리다 나중에야 그것을 깨달은 동수가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짓더니 충영을 향해 돌진해왔다.
“얍!”
동수가 곰처럼 달려들자 충영은 그걸 피하려는 듯 몸을 옆으로 틀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몸을 피하는 듯 했던 충영의 몸이 다시 동수 쪽으로 틀어지더니 그의 오른 발이 그대로 동수의 몸에 꽂혔다.
퍼억-
강력한 옆차기가 달려오는 동수의 옆구리에 정통으로 박히자 동수의 몸이 달려오던 힘에 못 이겨 충영의 몸을 두 팔로 안고 그대로 앞으로 쏟아졌다.
동수가 자세를 잃고 자신의 몸을 끌어안자 충영은 한 발로 버티며 뒤로 겅중겅중 뛰며 눈앞에 보이는 동수의 등을 향해 팔 뒤꿈치를 그대로 내리 찍었다.
퍽-
“으윽!”
인정사정없이 내리 꽂히는 충영의 이번 공격은 타격이 너무 커서 동수가 굵은 신음소릴 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충영의 발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동수의 얼굴을 걷어찼다.
퍼벅-
“욱!”
앞으로 주저앉던 동수의 몸이 다시 뒤로 꺾이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후우!”
충영이 긴 한숨을 몰아쉬며 자세를 펴자 그제야 사람들이 승자인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대단하네. 동수 형님을 저렇게 보내버리다니.”
“정말 멋진 시합이야. 앞으로 이런 경기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거야.”
“경기 시간이 쉬는 시간 없이 10분이 넘었어.”
“대단한 체력들이야.”
충영이 동수의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어? 으응. 괜찮아.”
동수가 아직도 흐린 시선으로 충영을 보는데 얼굴이 피범벅에 말이 아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충영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돼 있는 것은 당연했고 동수에게 자신도 수없이 맞았기 때문에 얼굴이 장난 아닐 것이다.
충영이 동수의 몸을 부축하고 성연에게 가자 그녀가 동수에게 물었다.
“삼촌. 괜찮아?”
“으응. 괜찮다.”
“괜찮은 것 같지 않은데? 병원 가봐야 할 것 같아.”
“그 정도는 아니야. 정 사장! 내가 졌어. 젊은 친구가 정말 대단하네. 맷집도 좋고 기술은 나보다 여러 수가 앞서던데. 정말 탄복했네.”
동수가 충영 앞에서 고개를 숙이자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단합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충영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에 미소를 지으며 동수에게 말했다.
“하하. 나도 오늘 처음으로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진심입니다.”
“자.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성연이 충영의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친구하고 가끔 놀러 올 테니까 그렇게들 알고.”
충영이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다음에 올 때 제가 거하게 한 잔 쏘겠습니다.”
“하하. 기대하겠습니다.”
“잘 가십시오. 형님.”
사람들의 막대한 환대를 받으며 충영은 성연과 함께 건물을 나섰다.
차를 타고 가다 한강이 보이자 성연이 갑자기 고수부지로 빠졌다.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우더니 그녀가 코를 킁킁, 거렸다.
“으후! 땀냄새...”
“으응. 나도 백화점 들어가기 전에 좀 씻어야 할 텐데.”
“가만있어 봐.”
성연이 충영의 와이셔츠 단추를 급하게 풀자 그의 맨 가슴이 드러났다.
“흐음. 이 냄새...”
성연이 그의 품에 파고들더니 겨드랑이에 얼굴을 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 한 손으로 그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작은 젖꼭지에 가져가 혀를 내밀어 꼭지를 핥았다.
“으음!”
젖꼭지에 자극이 오자 충영이 신음소릴 낸다.
쭉쭉-
콩알보다 작은 그의 젖꼭지를 성연이 혀로 핥다가 입술로 빨고 또 이로 잘근잘근 씹기도 한다.
“이 땀냄새... 너무 좋아.”
성연이 걸신들린 사람처럼 가슴을 탐하자 충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만지려다 흠칫, 망설였다.
‘만지면 또 싫어하는 것 아닐까...’
워낙 성격이 변화무쌍한 여자라 이렇게 만지는 것 하나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점점 젖꼭지로부터 오는 자극이 강하게 느껴지자 충영은 결심하고 손을 뻗어 성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아니나 다를까, 그가 머리카락을 만지자 성연이 애무를 그만 두고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그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나. 누가 내 몸 만지는 거 아주 싫어하는데...”
성연이 그렇게 말하자 충영은 얼른 그녀에게서 손을 거둬들였다.
“미안.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 정도는 봐줄게. 괜찮아. 지금 내 기분도 좋고...”
성연이 별로 싫은 표정을 짓지 않고 말하자 충영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 좀 보고 싶다.”
성연이 충영의 자지가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손을 뻗어 지퍼를 내린다.
충영의 손을 빌리지 않고 그녀가 혁대를 풀고 팬티를 끌어내리자 이미 발기하여 분기충천한 자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머! 역시. 엄청난 물건이야. 이렇게 큰 게 그 좁은 속에서 있기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성연이 주저하지 않고 귀두를 입에 물었다.
“으음!”
성연이 자지를 빠는데 힘은 있지만 그 기술이 별로 뛰어나지 않아 충영은 그녀가 말과 행동은 상스럽게 하지만 남자 경험은 별로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연이 오랜 시간 동안 자지를 빨자 충영은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며 말했다.
“조금 만져도 돼?”
“우웅.”
성연이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지를 입에서 빼지 않는다.
성연의 허락이 떨어지자 충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비록 머리카락이지만 그의 손길은 부드럽기 이를 데 없었고 성연도 그의 애무가 싫지 않은 듯 흐응, 신음소릴 연신 흘리며 그의 자지 빨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자지를 빨던 성연이 갑자기 그것을 뱉어내더니 소리쳤다.
“하아. 미치겠다. 하고 싶어.”
“그럼 가까운 호텔로 갈까?”
충영이 부드럽게 유혹하자 성연이 그의 얼굴을 보았다.
‘......!’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갈등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흔든다.
“아니. 참아야지. 명기 새끼가 맘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내 남편이니까 자식 하나 낳을 때까지는 참을래.”
성연이 그에게서 물러나자 충영은 옷을 정리하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정말 의외다. 성연이 너를 내가 정말 잘못 본 거 같아.”
“왜? 내가 바로 섹스라도 할 줄 알았나 보지?”
“응.”
성연이 웃는 충영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원칙이 있고 삶의 철학도 있어. 어때? 이제 내가 좀 근사해 보이지 않니?”
말을 하며 성연이 웃는다.
“하하. 그래. 그런 것 같다.”
“이제 그만 가자. 너도 얼굴이 점점 더 붓는 것 같은데 사우나도 하고 좀 쉬어라.”
“응. 근처 사우나에 내려주고 가라.”
“오케이.”
충영을 사우나에 내려주고 성연이 차를 출발하자 그는 사라지는 그녀의 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성연이 너란 여잔 어떤 여자냐? 후우... 아직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조금 더 지켜볼 수밖에...”
하지만 성연이 상황을 막장으로 몰고 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아 충영은 조금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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