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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야**설

[스크랩] 헐크의 여인들 ㅡ 2부ㅡ6장

작성자올챙이|작성시간12.06.14|조회수12,838 목록 댓글 0

다음 날.
정시에 출근한 충영은 한참을 기다린 뒤 사장실로 어슬렁거리며 출근하는 명진우를 만날 수가 있었다.

“사장님!”
“아. 정 사장. 일찍 왔네? 사장은 꼭 정시에 나오지 않아도 되니까 자네도 앞으로는 좀 여유 있게 출근하라구.”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장님께 한 가지 상의드릴 게 있는 데요.”
“뭔가?”
“송지영 본부장에 관한 일입니다.”
“오! 그 놈이 사표 썼는가?”
“예.”
“그거 잘 됐군.”
“하지만 제가 받지 않았습니다.”
순간 진우의 눈이 충영의 얼굴에 가 꽂혔다.
“뭐라고? 왜 그랬지?”
언제 친근하게 굴었냐는 듯 진우가 자신을 쏘아보자 충영은 웃는 낯으로 그에게 말했다.
“제가 알아본 바로 송지영 본부장은 이 백화점이 창설될 때부터 지금까지 일 해온 원년멤버더군요.”
“그래서?”
“그뿐 아니라 송 본부장의 능력이 백화점에서 제일 갈 정도로 뛰어나고 직원들에게 신망도 좋아서 만약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한다면 백화점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백화점 매출에도 많은 지장을 줄 것이란 판단에 그랬습니다.”
“이거야 원... 이제 나가는 나는 아무 권한도 없다 이 말이지. 자네. 날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송지영 그 놈이 일은 잘 하지만 여러 가지로 결함이 많아. 상사 말은 항상 귓등으로 듣고 지가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은 절대로 타협도 안 하지. 나한테 대들었던 기억만 떠올려도 수십 번은 잘랐을 텐데 내가 그것도 많이 봐준 거란 말이야.”
진우가 화를 내며 말하자 충영이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다면 제가 부임하기 전에 자르시지, 왜 지금에서야 해고를 하십니까?”
“그거야...”
진우가 바로 말을 하지 못하자 충영이 가로챘다.
“저는 사장님이 장모님 친 동생이시고 또 제가 장모님을 많이 존경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인수인계를 좋게 마무리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백화점에 가장 필요한 인재를 제가 부임하자마자 바로 자른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사장님이 지실 수 있겠습니까?”
“왜 내가 그 책임을 져야하지?”
진우가 쏘아보자 충영도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인재를 해고한 것은 사장님이시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송 본부장에 관한 건은 제가 양보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혹시 사장님이 끝까지 그 직원을 해고하신다고 해도 제가 정식으로 사장이 되면 다시 불러서 지금보다 더 직급을 올려 대우해 줄 생각입니다.”
“자네 정말...”
진우가 자신을 노려보자 충영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쏘아보았다.
“여기서 끝내시죠 외삼촌.”
“......!”
“만약 삼촌이 끝까지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10년 동안 삼촌께서 이 백화점에서 행한 부조리를 모두 파헤쳐 장모님과 회장님께 다 고하겠습니다. 뭐, 그 동안 삼촌께서 청렴결백하게 일을 해 오셨다면 제가 나쁜 놈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비리가 많이 나오면 그 뒷감당은 삼촌이 다 하셔야 할 겁니다.”
“뭐라고? 지금 자네가 날 협박하는 건가?”
진우가 얼굴이 하얗게 변해 소리치자 충영이 웃으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닙니다. 전 처음부터 삼촌에 대해 악감정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이다. 다만 지금 저에게 떨어진 사명은 백화점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그것 하나뿐인데 삼촌께서 처음부터 방해를 하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은 거죠. 저는 삼촌과 앞으로도 더욱 좋은 사이로 남고 싶은 사람입니다. 삼촌이 제 입장을 조금만 헤아려 주신다면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삼촌 편이 될 것입니다. 제가 사장이 돼서 삼촌의 어떤 비리가 발견되어도 다 덮어드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으음. 정말인가?”
진우가 먼저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전 한 번 입에서 나온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킵니다.”
“그래도 그 지영이란 놈은 그 동안 나한테 너무 건방지게 굴었어.”
진우가 그래도 미련이 남은 듯 중얼거리자 충영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제가 송 본부장을 불러서 사장님께 사과드리라고 하겠습니다.”
“흥. 행여나 그 놈이 그러겠네.”
진우가 냉소적으로 말하자 충영이 인터폰을 들고 실장을 불렀다.

“응. 여기 사장실로 송지영 본부장 좀 불러줘요.”

잠시 후 지영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송 본부장.”
충영이 부르자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보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예. 사장님.”
“여기 명 사장님이 본부장에게 요구했던 사표를 철회하신다고 했어요. 얼른 와서 사장님께 그 동안 무례했던 점 공손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비세요.”
충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영이 진우 앞으로 와서 허리를 90도 가량 굽히며 순한 양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동안 제멋대로 굴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모두 못 배우고 경험이 짧은 저의 잘못이니 사장님께선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으, 응. 그래. 본부장이 그렇게 나오면 나도 할 말은 없지. 그 동안 우리 회사를 위해서 본부장도 일 많이 했지. 아무튼 사과는 받고 사표도 없는 걸로 합시다. 자 악수 한 번 하지.”
진우가 손을 내밀자 지영이 두 손을 공손하게 내밀어 그의 악수를 받았다.


“하하. 저 뻣뻣한 놈이 하루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 됐네.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어.”
지영을 보내고 진우가 충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저도 여기 아니면 갈 데가 마땅치 않았겠죠. 여기서 기반도 어느 정도 잡았는데 다른 백화점엘 가 봐야 처음부터 시작해야하고...”
“그렇지? 진작에 좀 그렇게 공손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진 안 했을 텐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제 마음이 좀 놓이네요.”
“내가 자네 한 번 봐줬으니까 자네도 내 뒷조사 하면 안 돼? 사실 그 동안 내가 좀 방만하게 경영을 하다 보니 약점도 많이 있을 거야. 아까 말한 것 꼭 그대로 지켜주게.”
“하하. 만약 명기나 수진이가 나중에 여길 맡았다면 삼촌은 아주 고생 좀 했을 겁니다. 삼촌도 알다시피 걔들은 유도리가 좀 없잖습니까?”
“그렇지.”
“저야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우리 장모님을 아주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그래. 누나가 자네 얘기 하는 거 나도 여러 번 들었네. 누나가 자넬 엄청 신임하고 있어.”
“그러니까요. 장모님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신데 제가 삼촌을 어떻게 배신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은 다 배신해도 저는 절대로 그럴 염려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는 끝까지 삼촌 편이 될 것이니까요.”
충영의 말에 이제 진우의 얼굴은 완전히 펴졌다.
“하하하. 그래. 이제 완전히 마음이 놓인다. 자. 난 이만 나가봐도 되겠지?”“그럼요. 삼촌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모든 일은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하하. 이거 내가 자넬 완전히 오해했구만 그래. 좋아. 난 이만 나가보겠네.”
“예, 삼촌.”

충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후우. 일단 한 고비는 넘겼군.’


진우가 나가자 충영은 바로 송지영을 다시 불렀다.

“명 사장님은 나가셨죠?”
사장실에 들어온 지영이 웃으며 말하자 충영이 손으로 탁자를 가리켰다.
“거기 앉아.”
“예.”
“차 한 잔 할까?”
“녹차 마실게요.”
충영은 녹차 두 잔을 실장에게 시키고 그녀의 앞에 앉았다.
“어젠 잘 들어갔지?”
“예. 사장님도 잘 들어가셨죠?”
충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한 가닥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을 느꼈다.
“응. 일 얘기 좀 하려고 불렀는데 어젠 간부들과 인사를 나눴으니까 오늘은 전 직원들하고 얼굴이나 마주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싶은데, 가능하겠지?”“사장님이 손수 다니면서 인사하시게요?”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
“직원들 입장에서야 당연히 환영이죠.”
“그럼 먼저 본부장이 직원들한테 말을 해 둬요. 참. 간단하게 초콜릿 같은 선물 하나씩 건네면서 말을 전하면 더 부드럽지 않을까?”
“그러실래요?”
“그래. 내가 카드를 줄 테니까 일단 본부장이 알아서 처리하고 이리 와요. 오후쯤엔 인사하러 다닐 수 있겠지?”
“예. 그렇게 해 놓겠습니다. 사장님에 대해 좋은 말씀도 많이 해 놓을 게요.”
지영이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후에 충영은 영진과 함께 지영을 대동하고 백화점 전 매장을 돌았다.
매장에 나와 있는 직원 전부와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그날 오후의 업무는 인사하는 것으로 끝이 나버릴 정도로 직원들의 숫자가 많았고 그 중에서도 여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게 직원들과의 인사로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충영은 영진과 함께 집으로 퇴근했다.

셋째 날에 출근한 충영은 비로소 마음을 편하게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지영을 사장실로 부른 충영은 그녀에게 물었다.
“명 사장님 말이야. 그 동안 본부장이 봐오면서 어떤 점이 안 좋고, 또 좋았던 점은 무엇인지 말 좀 해보지?”
그러자 지영이 준비라도 한 듯 바로 입을 열었다.
“좋은 점도 몇 가지 있긴 있었죠. 하지만 단점들이 너무 많아서 사장님이 조금만 보완을 해도 우리 백화점 매출은 그냥 오를 걸로 저는 확신합니다.”
지영이 자신 있게 말하자 충영이 활짝 웃었다.
“하하. 이거야 말로 내가 가장 듣기 좋은 소리군. 일단 단점들 몇 가지만 말해 봐요.”
“우선 명 사장님은 개인 욕심이 너무 많아요. 첫 번째로 돈을 보자면 그 분, 비자금으로 회사의 공금을 엄청 많이 빼돌렸을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빼돌렸을까?”
“가장 액수가 큰 것은 역시 백화점 코너에 자리를 내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죠. 우리 백화점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자리를 얻으려면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닌데 명 사장님은 아마도 거의 모든 코너에서 뒷돈을 받고 자리를 줬을 겁니다. 물론 그 액수나 방법은 자세하게 모르지만 거의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음. 하지만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챙기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충영이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지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물론 회사를 운영하려면 비자금도 필요하겠죠. 하지만 문제는 명 사장이 손쉽게 모은 그 비자금 거의 다를 순전히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는데 있어요. 그 돈의 절반만이라도 백화점을 위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써 줬다면 제가 그렇게 그 분을 무시하진 않았을 겁니다.”
흥분하여 지영의 언성이 높아지자 충영은 손을 들어 제지를 했다.
“아아. 알았으니까 그만 하고 그 비자금은 누가 관리를 하는 거지? 사장님이 직접 했나?”
“아니요. 전민철 상무가 비자금 담당인데 나중에 명 사장님 나가면 그 사람은 꼭 잘라야 될 요주의 인물입니다.”
“그래?”
“예. 명 사장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고 백화점의 이인자인데 그 작자는 완전히 백화점의 암적인 존재라고 보시면 돼요.”
“예를 들자면?”
“한 마디로 그 사람은 명 사장의 충실한 개나 마찬가지로 비자금을 관리해줄 뿐 아니라 사장이 맘에 들어 하는 여자가 있으면 비서로 앉혀서 성 상납을 하고, 참. 비서실에 세 명 있는 직원들 중에서 실장만 빼고 나머지 두 직원은 명 사장의 콜걸이에요. 여기 와서 하는 일이라곤 화장하고 손톱 다듬고 사장한테 예쁘게 보였다가 같이 퇴근하는, 한 마디로 월급 받는 창녀들이나 한 가지죠.”
“나도 그렇게 느끼긴 했는데...”
“전민철 상무는 명 사장이 온갖 나쁜 짓은 다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거기에 빌붙어서 거머리처럼 피를 빠는 그런 못된 인간이라 우리 백화점을 위한 눈으로 보자면 재고할 가치가 전혀 없는 악인입니다.”

충영은 그 뒤로도 지영에게 명진우의 온갖 비행을 다 들었는데 만약 그녀의 말이 맞는다면 명 사장은 누나의 백만 믿고 지난 10년 동안 백화점에서 제 마음대로 돈을 횡령하고 여자 또한 마음껏 상납 받으며 제왕처럼 지내왔던 것이 분명하다.

“...... 명 사장의 마지막 단점은 그가 너무 게으르다는 거예요. 뭔가 매진할 일이 있으면 다 부하직원에게 떠맡기고 자기는 쏙 빠져요. 귀찮은 일 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고 노는 것은 또 엄청 좋아하는 사람인데 참 묘하게도 노는 걸 좋아해서 명 사장이 우리 백화점의 vip고객들의 관리는 잘 한다는 거예요. 돈을 많이 쓰는 고객들은 최우선으로 접대하고 같이 어울려 놀 수 있으면 같이 노는 거죠. 그렇게 고객들 관리, 그거 하나로 버티고 있는 중인데, 그래서 한 가지 걱정은 명 사장이 나가고 나서 우리 vip고객들이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바로 옆에 롯데백화점이 버티고 있는데 그리 고객들을 뺏기면 우리 백화점은 타격이 아주 클 텐데...”
“으음.”
충영이 잠시 생각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구조조정은 못하고 vip고객만 뺏긴다면 여기서 매출 10프로 하락은 일도 아니겠네?”
“최악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만들지 말아야죠. 최소한 매장관리 투명하게 하고 아니, 그 비자금을 개인용도로 쓰지 않고 풀어서 고객들에게 환원만 시켜도 지금보다는 낫게 될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오케이. 앞으로 비자금 관리는 본부장과 내가 같이 관리하기로 하지. 비자금이 생기면 회사에 필요한 돈은 아끼지 않고 줄 테니까 본부장도 추진하고 싶은 계획이 있으면 돈에 구애받지 말고 항상 나에게 건의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지영이 웃으며 말하자 충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나가서 매장을 둘러보며 얘기할까?”
“예. 사장님.”
지영이 활기 찬 표정으로 그를 따라 일어났다.


지영과 함께 충영이 매장을 돌아보는데 백화점 중에서 가장 요지인 곳에 이르자 지영이 손짓을 하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 백화점에서 가장 목 좋은 자리는 보시다시피 전부 외국 명품매장이 자리 잡고 있어요. 절 안 좋게 평가하실지 모르지만 전 저런 거 보면 체질적으로 싫거든요. 뭐, 정상적으로 비싼 값을 치루고 들어온 매장이라면 모르지만 저 명품매장들만은 리베이트도 별로 없을 걸로 추측하고 또 임대료도 엄청나게 저렴해요. 단지 매출이 높다는 이유로 저런 부당한 것을 놔두고 보기엔 아직 제가 많이 젊다는 뜻이겠죠?”
충영이 지영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나도 마찬가지요. 저번 일주일 동안 백화점을 돌면서 나도 본부장하고 똑같은 생각을 했었소.”
“그래도 할 수 없죠. 우리나라 사람들 국민성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물론 대다수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그런 심리를 이용하지 않고 소신껏 장사할 수 있을 까요?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매출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고... 명 사장님은 명품코너를 저런 좋은 자리에 싸게 내준 대신 다른 데서 엄청 후려치고 있어요. 우리 국산도 진짜 훌륭한 브랜드가 많은데 그런 것은 홀대하고, 품질이 좋아도 임대료를 비싸게 부르고 또 리베이트까지 챙겨주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브랜드라도 절대로 좋은 자릴 내주지 않거든요.”
“으음.”

충영은 손님들로 줄을 서 있는 명품 매장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머! 사모님. 안녕하세요!”
지영이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하자 충영은 고개를 들고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여잘 보았다.
‘......!’
나이는 삼십 대 중반쯤 될까, 키가 170은 넘어 보이고 전체적으로 날씬한 몸매에 얼굴도 조각 같이 예쁜 여자다.
‘우리 대한민국 서울에 예쁜 여자 진짜 많다니까...’
충영은 속으로 감탄하며 지영의 곁으로 가 섰다.
“참. 사모님. 소개시켜 드릴 게요.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우리 백화점 사장님이세요.”
지영이 충영을 여자에게 소개시키자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충영이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머! 사장님이 바뀌셨어요?”
여자가 놀라 지영에게 묻자 지영이 대답한다.
“예. 이번에 대성 그룹 본사에서 특별히 모셔온 분이세요. 참, 이 복잡한 데서 이럴 게 아니라 vip실에 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시면서 얘기하시면 안 될 까요? 제가 사모님께 특별히 부탁드릴 말씀도 있구요.”
지영의 말에 여자가 충영을 한 번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특별하게 할 일도 없는데 그렇게 할까?”
“예. 사모님. 저희랑 같이 가시죠.”
지영이 여자를 여왕 모시듯 하고 앞서 가자 충영은 무슨 이유가 있겠지, 싶어 아무 말 없이 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영의 뒤를 따랐다.

몸이 부딪칠 듯 가까이 붙다 떨어지며 여자가 힐끗 그를 보았다.
“사장님. 굉장히 젊고 체격도 크시네.”
“예. 그런 말씀 자주 듣습니다. 사모님도 정말 미인이시네요. 보고 있으니 제 눈이 정화되는 느낌인데요?”
충영이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 말씀도 잘 하시네.”

6층 식당가에 자리 잡고 있는 vip룸에 도착하자 지영이 여자에게 자리를 권하고 물었다.
“사모님. 커피 좋아하시죠? 커피로 할 까요?”
“아니. 곧 점심때라 녹차로 하지.”
“예. 사장님은 뭘로 준비할 까요?”
“같은 걸로...”
“예. 알겠습니다. 잠깐만 얘기하고 계세요. 제가 가서 준비해 오겠습니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여자가 먼저 충영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전 사장님이 대성그룹 회장님의 처남이 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았나요?”
“아닙니다. 사모님이 알고 계신 게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만 두시는 걸까?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 계통이 그 분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그 분도 이 일을 흡족해 하셨는데...”
“으음. 그럴 만한 내부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충영에게 웃으며 말한다.
“그 내부사정이란 걸 알면 안 되나요? 좀 궁금하네요. 그래서 사실 여기까지 따라온 건데.”
“아.”
충영은 이 여자에게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본부장이 상전 모시듯 하는 걸 보면 꽤 비중이 있는 여자 같긴 한데...’
그가 고민하고 있는 그때 마침 지영이 차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호호. 티백이라 좀 아쉽지만 질은 좋은 거라 마시기 괜찮을 거예요.”
지영이 차를 놓자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화장실 좀...”
여자가 자리를 뜨자 충영은 그녀가 자신에 대해 지영에게 설명 받을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비켜주는 거란 생각이 들어 지영에게 얼른 물었다.
“어떤 여자야? 우리 백화점 최고 vip인가?”
지영이 고개를 저었다.
“돈을 많이 써주는 고객은 아니에요. 하지만 남편이 kbs 보도국 부국장으로 그 방송국에서 권력이 아주 센 사람이죠. 그래서 절대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여자예요.”
“음. 밉보여서 방송에 백화점이 안 좋게라도 나온다면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겠네.”
“설마 그렇게까진 안 하겠지만 아무튼 vip고객들 중에서 저 분의 영향력은 대단해요. 여기에서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고 또 남편이 사업이나 고위공직자들도 많죠. 그런데 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언론이라 저 분에게 잘 보이려고 신경들 많이 써요.”
“음. 명 사장님이 관리하고 있지 않은 건가? 보니까 본부장하고 친한 것 같던데.”
“제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분이 저 분이에요. 저 분이 명 사장하고 전 상무와는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했거든요.”
“그래요?”
“그런데 저 분이 우리 백화점만 다니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롯데백화점도 우리와 똑같은 비중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문제예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죠. 여기 사장하고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쪽하고도 그다지 친한 것 같지는 않은데 만약 저 분을 우리가 잡는다면 저 분하고 친한 롯데백화점 고객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반면 저 분이 롯데백화점으로 붙게 되면 우리 쪽 고객들을 다수 잃을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거죠.”
“으음.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여자란 말이군.”
“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그 동안 겪어온 경험으로 저분은 나이 든 남자들이 집적대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남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도 보질 못했고... 그래도 사장님은 젊고 멋있으니까 한 번 친절하게 대시해 보세요. 만약 부담스러워 하면 저나 김영진 부사장님이 관리해도 괜찮을 겁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뭐.”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여자가 다가왔다.
“사모님. 차가 다 식겠어요. 어서 드세요.”
지영이 녹차를 내밀자 여자가 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그때 지영이 충영에게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여기 사모님이 우리 백화점에 아주 중요한 고객님이세요. 그리고 사모님. 여기 사장님도 사모님이 알고 계시면 여러 가지로 좋으실 것 같아서 제가 인사시켜 드릴게요. 여기 사장님은 이번에 대성그룹 김동민 회장님의 큰 따님과 결혼하신 분이세요.”
“아!”
여자가 깜짝 놀라 충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얼마 전에 대성그룹 회장님이 큰 사위를 보셨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제가 얼굴 보게 될 줄 몰랐네요. 반가워요. 나 임미화라고 해요.”
“정충영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사장을 맡게 돼서 부족한 게 많습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호호.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지영이 임미화의 말을 받았다.
“호호. 우리 사모님이 겸손의 말씀을 하고 계시네요. 사모님의 부군되시는 분이 방송국 보도국에서 부국장으로 일하고 계시는데 그 파워가 엄청 강해서 부국장님 말씀 한 마디면 산도 움직인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어요.”
“호호. 무슨...”
충영이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하하. 저는 그것보다 사모님의 얼굴이 더 놀랍네요. 서울에 예쁜 여자들이 많다고 해도 사모님처럼 아름다운 분은 제가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호호. 아부도 잘 하신다. 뭐 그래도 듣기에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지영이 또 끼어들었다.
“우리 사모님이 이래봬도 15년 전에 미스코리아에 나가 선에 당선되신 분이세요.”
“아! 어쩐지. 이제 이해가 되네. 15년 전이라고? 그럼 중학교 때 미스코리아에 나가셨다는 말인가요?”
충영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묻자 미화가 그에게 말했다.
“내 나이가 얼마 정도로 보이는 데요?”
“제 아내가 스물여덟인데 딱 그 정도로 보이십니다.”
“어머. 설마 그럴 리가...”
미화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얼굴엔 미소가 걷히질 않는다.
“정말인데요? 오히려 제 아내보다 더 젊어보이세요. 물론 제 아내가 미국생활을 오래 해서 나이보다 조금 더 들어 보이긴 하지만요.”
“호호. 어디 가도 사람들이 내 나이로 보진 않지만 그래도 이십 대는 좀 너무 했다.
미화가 얼굴을 활짝 펴고 웃자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던 지영이 자신은 자리를 비켜주는 게 낫다고 판단해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매장에 일이 많아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사장님은 사모남하고 좀 더 얘기 나누고 오세요.”
“그럴까요? 본부장 먼저 들어가 봐요.”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영을 먼저 보내는데 미화도 싫지 않은지 지영의 인사를 받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요. 다음에 또 봐요.”
손까지 흔들며 지영을 배웅하는 미화에게 충영이 물었다.
“궁금한데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뭘요?”
“사모님 나이요.”
“본부장이 말 안 해줬나?”
“예.”
“호호 너무 나이가 많아서 말하기 싫은데...”
미화가 잠시 망설이다 충영을 보며 말했다.
“38살이에요. 좀 많죠?”
“정말요? 진짜 안 믿겨 지네요. 저하고 동갑이신데요?”
“에에? 무슨...”
말을 하려다 미화가 뭔가 깨닫고 배시시 웃으며 다시 묻는다.
“띠동갑?”
“하하. 예.”
“그럼 사장님은 스물여섯?”
“예.”
“한참 좋을 때다. 나도 사장님처럼 젊을 때가 있었는데...”
“빈 말 아니구요, 사모님은 지금도 저랑 나이 차가 안 나 보여요.”
미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았다.
“좋게 봐줘서 고마운데 그래도 실제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법이죠.”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 사모님은 몸매도 관리를 아주 잘하시나 봐요. 얼굴만이 아니라 몸매도 이십 대 여자보다 더 우월하시네요.”
“호호. 날마다 수영하고 헬스로 관리를 한 덕분이죠 뭐. 참. 정 사장님은 수영 잘 하세요?”
“제 전공이 체육이라 운동은 뭐든 조금씩 할 줄 압니다. 수영도 접영까지 다 배워두긴 했지만 평소에 즐겨하는 운동이 아니라서 아주 잘하지는 못 합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 한 번 놀러 와요. 우리 회원들 주로 롯데백화점 많이 다니는데 사장님이 방문해서 식사라도 한 번 쏘면 혹시 알아요? 거래처 바꾸게 될지.”
“사모님이 자리 한 번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충영이 반색하며 묻자 미화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정도는 내가 해 줄 수 있지.”
“그럼 부탁 한 번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시간이 언제가 좋을까?”
“저야 아무 때나 다 좋습니다. 지금은 명 사장님하고 인수인계하는 중이라서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언제든지 불러만 주시면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내일 와요.”
“예. 감사합니다.”
충영이 활짝 웃자 미화가 그를 보며 말했다.
“말을 많이 했더니 이제 배가 좀 고프네.”
“참. 식사하실 때가 됐죠? 사모님.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으시면 제가 오늘 모시겠습니다.”
충영의 말에 미화가 그를 보며 웃었다.
“사실 쌀국수가 먹고 싶어 여기 온 거예요. 여기 쌀국수가 맛있거든요.”
“예. 저도 식사해야하니까 같이 가시죠.”
“호호. 그럴 까요? 젊은 사장님이 싹싹하고 친절하니까 참 마음에 드네.”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왠지 사모님이 친 누님처럼 생각이 들고 대하기가 편하네요.”
“호호. 그럼 앞으로 사석에선 누님이라고 불러요.”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충영이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보자 미화도 그런 그가 싫지 않은 듯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날 약속한 11시 정각에 충영은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몸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충영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더욱 곧게 폈다.
사춘기를 막 지나 순진했을 때는 수영장에 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아랫도리에 쏠리는 게 거북스러워서 가기가 싫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건 큰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또 근육질의 잘 빠진 몸매를 자랑할 수 있어 즐기는 심정으로까지 바뀌게 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미화를 찾던 충영은 풀 한 가운데서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눈길을 주었다.
‘저 여자 같은데?’

자유영으로 수영을 하다 턴을 하는 순간 평영으로 바꿔 여유 있게 물살을 가르는데 긴 다리며 몸매가 어제 본 미화가 분명해 보였다.
평영을 하며 물위로 솟구치던 그녀가 충영의 얼굴을 보더니 한 손을 높이 들었다.
미화가 맞는 것을 확인한 충영이 손을 흔들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한 바퀴 도는 것을 마치고 미화가 손을 내밀자 충영이 그녀의 손을 잡아 물 밖으로 끌어냈다.
“어후. 힘 좋다.”
그의 힘에 끌려 가볍게 물 밖으로 나오자 미화가 감탄하며 그의 몸을 보았다.

‘......!’
처음 상체를 보면서 감탄하던 그녀의 눈이 하체에 가서 머무르는 순간 얼굴표정이 굳어졌다. 한 눈에 보기에도 대단한 것이 안에 숨어 있음직한 부피와 질량감이 그녀의 얼굴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하. 누님. 수영 정말 잘 하시네. 선수 뺨치는 데요?”
충영이 말을 건네자 그제야 미화가 시선을 위로 올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방금 온 거야?”
“예. 이 동네에 이렇게 훌륭한 수영장이 있었네요.”
충영이 주위를 둘러보는 틈을 타서 미화가 얼른 그의 아랫도리를 다시 훔쳐본다.
다시 보니 더욱 무게감이 느껴지는 게, 수영복이 미어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있어 미화는 속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대체 얼마나 크면 이렇게 될 수가 있지?’
순간 궁금증이 가슴 속까지 확 치밀어 오르는데 생각 같아서는 한 번만 볼 수 없겠냐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어머! 언니. 누구야?”
그때 곁에서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충영이 보니 늘씬한 삼십 대 초반의 여자가 말은 미화에게 하면서도 눈은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미화가 여자에게 말했다.
“응. 내가 말했잖아? 오늘 대성백화점 사장이 식사대접 하기로 했다고. 이 분이 바로 대성백화점 사장님이셔.”
“어라? 이렇게 젊은 분이 사장님이라고? 나보다 훨씬 젊은 것 같은데. 아무튼 언니. 둘이서 그렇게 있으니까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다. 두 분 다 몸매가 아주 환상적이야.”
“후후. 내가 좀 딸리는 것 같은데? 이제까지 키가 작다는 생각은 않고 살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내 키가 작은 느낌이 든다. 이 동생이 워낙 커서 말이야.”
미화의 말에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동생? 벌써 동생이라 부르는 거야? 부럽다. 저렇게 건강하고 잘 생긴 동생 둬서.”
충영이 쑥스럽게 웃자 미화가 그에게 여자를 소개시켰다.
“잘 아는 동생이야. 이름은 정영숙. 이쪽은 아까 말했듯이 대성백화점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정충영이라고 합니다.”
“정말 체격이 좋으시다. 아줌마들이 뿅가게 생기셨네.”
여자가 눈웃음을 치며 말하자 충영이 가볍게 대꾸했다.
“하하. 그래서 제 별명이 헐크입니다.”
“아아. 헐크. 호호. 별명이 딱 어울린다.”
영숙이 잡아먹을 듯 충영을 바라보자 미화는 왠지 기분이 상해 충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같이 수영이나 하지? 나랑 시합 한 번 할까?”
미화가 여자 앞에서 더욱 다정하게 굴자 충영도 그녀와 보조를 맞췄다.
“예. 그런데 아까 보니까 누님 실력이 너무 좋아서 내가 밀릴 것 같은데요.”
“호호. 정 사장은 남자잖아?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니까 비등할 거야.”
“좋습니다.”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화가 그의 손을 잡고 풀로 뛰어들었다. 순간, 충영은 영숙에게 목례로 눈인사를 한 뒤 미화와 함께 물로 뛰어들었다.

“한 바퀴 돌고 오는 걸로 하지.”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충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미화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우리 내기 할까?”
“무슨 내기요?”
“응. 당장 생각나는 건 없으니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부탁 한 가지 들어주기. 어때?”
“무리한 부탁입니까? 이거 내가 질 게 뻔한 시합 같은데, 좀 무섭네요.”
“호호. 엄살은. 내가 이기더라도 정 사장이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부탁은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저는 이기면 무리한 부탁 할지도 모르는데...”
충영이 일부러 여운을 깔고 말하자 미화가 그의 눈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기에 지면 할 수 없이 들어줘야지.”
“와우. 화통하시네.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할 까요? 자유영, 아니면 평영? 아니면 자기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으로 하기?”
충영이 묻자 미화가 대답한다.
“난 평영으로 하고 싶은데. 평영이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거든.”
“전 평영은 잘 못하고 자유영이 좋은데.”
“그럼 두 번 하지. 한 번은 평영, 또 한 번은 자유영.”
“좋습니다.”
충영이 시원하게 말한 뒤 레인에 가 섰다.

“먼저 평영으로...”
미화가 말한 뒤 물안경을 착용했다.
충영도 물안경을 쓰고 준비자세를 취했다.
“출발!”
미화가 소리치며 물로 뛰어들자 충영도 그녀의 뒤를 따라 물살을 가르며 헤엄쳤다.

미화의 몸이 유연하게 앞서나가자 충영은 그녀의 뒤를 추격했다.
하지만 그녀의 평영 실력은 대단히 뛰어나서 맞은 편 레인에 도착할 때까지 상당히 추월당해 충영은 이 게임은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물론 져 줄 마음도 있었지만 이대로 무기력하게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기자 충영은 턴을 하고 나서 최대한 힘을 주고 그녀를 추격해갔다.

촤아- 촤아-
물살을 가르며 충영의 몸이 급속하게 앞으로 나가자 미화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여유 있게 앞서 나가며 뒤를 돌아보던 미화는 충영이 바짝 따라붙자 다급한 표정으로 재빨리 다리를 차며 속도를 높였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 뱉으며 충영이 끝까지 추격했지만 결국 미화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끝이 나서 첫 판은 미화의 승리였다.

“이거 두 번째 판은 만만치 않겠는데?”
막판에 꽤 힘을 썼는지 미화가 가슴을 볼록이며 말하자 충영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난 믿을 게 힘밖에 없는데 누님 힘 빠졌을 때 빨리 시작해야겠네요. 자. 준비하시죠.”
충영이 레인에 서자 미화가 웃으며 그의 옆 레인에 섰다.
“자. 이번엔 자유영입니다. 출발!”
충영이 이번엔 신호를 넣고 몸을 날렸다.

촤아- 촤아아-
경쾌하게 물살을 가르며 그가 나아가자 미화도 지지 않고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러다 그녀가 두 팔을 가볍게 휘두르며 유영하자 어느새 충영을 추월하고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아주 선수 뺨치는 구나. 정말 잘하는데?’
충영이 앞서가는 미화의 엉덩이를 보며 감탄하는데 마냥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게, 사내 체면이 있는 것이다.

2미터 정도를 뒤지고 가다 턴을 하는 순간이 오자 충영은 벽에 다리를 대고 있는 힘껏 반동을 주었다. 강한 힘에 몸이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나가자 그 탄력으로 충영은 온 힘을 다해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물보라가 일며 미화의 뒤를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한다.

기술은 그녀가 앞서고 힘은 충영이 월등하다.

처음 기술로 앞서가던 그녀는 턴을 하고부터 힘이 급격하게 빠지는 것을 느끼며 이제껏 해온 기술로 몸을 움직이는데 뒤에서 물보라가 치며 충영이 무섭게 추격해온다.
뒤를 한 번 돌아보던 그녀는 있는 힘을 다 모아서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충영의 힘에 밀려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추격을 당했다.
“이익!”
승부욕이 발동한 미화가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무식할 정도로 강한 충영의 힘을 그녀가 감당하기란 쉽지 않아 그녀는 골인 지점을 바로 앞두고 그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후우. 후우. 후우.”
간발의 차로 뒤늦게 도착한 미화가 안경을 벗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하. 괜찮아요 누님?”
충영이 몸이 붙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자 미화가 그의 가슴에 자신의 몸을 완전히 기댔다.
“아우. 너무 무리하게 힘을 썼나봐. 눈앞이 노래지는 게 좀 어지럽다.”
“그래요? 내게 기대세요.”
충영이 그녀의 어깨를 팔로 감싸자 그녀가 상체는 그에게 가볍게 기대고 물 아래 부분에 있는 하체는 그의 다리에 바짝 붙였다.
‘후후. 뭐야 이 여자.’
충영은 여자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부분은 떨어져 별 다른 의심을 받지 않게 조심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은 자신의 몸에 딱 붙이는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그건 남자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충영은 그냥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한 번 지고 한 번 이겼네요. 어쩌죠?”
“어쩌긴... 내기 했으니까 그대로 지켜야지. 한 번은 정 사장이 내 부탁 들어주고 또 한 번은 내가 정 사장 부탁 들어주면 되지. 그렇게 내기 했잖아?”
“예. 저야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지만 누님도 제 맘 같은지 모르겠네요.”
충영이 웃으며 농담조로 말하자 미화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 나도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야.”
“하하. 알았습니다. 이거 두 바퀴 돌았는데 전력질주해서인지 벌써 시장기가 도네요. 전 이만 나가봐야겠는데 누님은 더 하실 건가요?”
“아니. 나도 나가야지. 동생 오기 전에 많이 했거든.”
“예. 같이 나가죠.”
충영이 먼저 올라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읏샤!”
충영이 가볍게 들어 올리자 그녀가 탄성을 발하며 그의 품에 안길 듯 다가섰다.
“정말 힘이 장사야. 수영할 때도 느꼈지만 동생은 엄청 강한 남자 같아.”
미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자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하. 힘이 좀 세긴 하죠. 이제껏 힘겨루기에서 나보다 센 남자는 만나 본 적이 없으니까요.”
“호호. 대성그룹 장녀께서 동생의 힘 때문에 반했나 보다.”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가 힘이 좋지 않았다면 아내가 아마도 결혼까지 생각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충영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미화의 얼굴이 더욱 야릇해진다.


샤워를 하고 나온 충영은 대기실에서 미화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30분을 기다리자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그 중에 미화가 끼어있어 충영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누님!”
“오. 정 사장. 많이 기다렸지?”
“아닙니다.”
“오늘 갑자기 불러서 사람들은 많지 않네. 한 열 명 정도. 어때? 그래도 괜찮지?”
“예. 좋습니다. 난 잘 모르니까 식당은 누님이 정해주시죠.”
“그럴까? 다들 살찌는 건 싫어하지만 운동을 했으니까 좀 시장할 거야. 근처에 샤브샤브 잘 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지.”
“예. 그러죠. 누님이 안내하세요.”

충영은 미화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여자들과 함께 갔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고 미화가 인사를 시키자 충영은 그들 모두에게 자신의 소개를 했고 사람들은 대성백화점 사장이 너무 젊은 것에 놀랐지만 그가 회장 김동민의 큰 사위라는 것을 알고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특히 조금 전 수영장에서 만났던 정영숙이란 여자가 그의 곁에 붙어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그녀를 보는 미화의 얼굴이 편치가 않아보였다. 정영숙이란 여자는 삼십 대 초반의 미인이었는데 얼굴은 미화보다 떨어졌지만 날씬한 몸에 미화보다는 젊음의 기운이 펄펄 넘쳐 충영을 향해 계속 유혹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충영은 미화에게 집중했다. 영숙은 그저 조금 잘 사는 남편을 만나 호사를 누리는 평범한 여자였지만 미화는 충영에게 아주 귀한 고객이었기에 그 가치가 확연히 달랐다.

미화도 충영이 자신에게만 신경을 쓰자 상대적으로 기분이 좋아져 시종 그의 얼굴만 쳐다보았고 그와 얼굴이 마주칠 때면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보냈다.


사장으로 부임한 뒤 부유층 아줌마들에게 첫 로비를 마친 충영은 미화와 헤어져 백화점으로 갔다.

부사장실로 간 그는 그곳에서 영진을 만났다.
“하이. 자기야. 어서 와.”
영진이 반기자 충영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회사에선 사장님이라고 불러야지. 김영진 부사장님.”
“호호. 네. 알았습니다. 마이 달링 사장님.”
영진이 다가와 키스를 하자 충영은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 고객들하고 식사하고 왔거든?”
“그래?”
“응. 그런데 백화점 고객들이라 그런지 거의 전부가 여자들이야.”
“그렇겠지.”
“물론 나도 접대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남자인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은 전부 우리 부사장님이 접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때. 자신 있어?”
“접대가 별 거 있나. 만나서 노는 거잖아? 나 그런 일은 아주 잘 해. 접대라면 앞으로 나한테 맡겨만 줘. 내가 잘 해 보일 테니까.”
“좋아. 특별하게 내가 관리해야 할 그런 사람들만 빼고 고객들 관리는 부사장이 맡아. 알고 보니 삼촌이 고객들 관리는 잘해왔더라고. 우리가 삼촌한테 밀리면 안 되지 않겠어?”
“당연하지. 삼촌 같은 찌질이 사장한테 밀리면 인생 종쳐야지.”
“후후. 우리 부사장님이 앞으로 중요한 업무를 맡았는데 아마도 이거에서 우리 매출의 상당부분이 결정될 거야. 신경 써서 잘 해줘.”
“걱정 마. 나도 마음 정하고 시작한 일이야. 놀고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안심해.”
“후후. 그래 자기가 그렇게 말하니까 안심이 된다. 오늘 저녁은 어때? 침대가 무너질 정도로 한 번 놀아볼까?”
영진이 눈웃음을 치며 그의 품에 안겨왔다.
“호호. 요즘 며칠 안 했지? 오늘 한 번 보지가 뚫어지게 박아 줄 거야?”
“자기가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콜이지.”
“좋아. 오늘 밤이 엄청 기대된다.”



인수인계 하는 한 달 동안 충영과 영진은 명 사장이 관리했던 고객들을 완전히 파악하여 그들과 최소 한 번씩은 만나며 안면을 텄다.
명 사장과 특별하게 친했던 몇 명을 빼고는 다들 충영과 영진이 대성그룹 회장의 직속 자녀들이란 사실을 알고는 큰 무리 없이 두 사람을 인정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고객들의 큰 이탈을 겪지 않고 충영은 정식으로 사장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충영은 사장에 오르자 가장 먼저 비서실에 있는 두 젊은 여비서들을 잘랐고 그 다음으로 지영이 암적존재라고 말한 전인철 상무를 해임했다. 그리고 지영을 말단본부장에서 모든 본부장들을 총괄하는 총괄본부장으로 전격승진시켰다.

이 모든 일이 결정되고 나서 첫 간부들의 미팅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회의장 안으로 충영과 영진이 들어서자 아홉 명의 간부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섰다.
가장 상석에 앉은 충영이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전인철 상무님이 해임됐습니다. 그 동안 명진우 사장님과 함께 일을 잘 해 오셨지만 명 사장님의 수족과도 같은 분이셨기에 저하고는 맞지 않아 해임을 시켰고 그로 인해 다른 분들의 직위가 한 계단씩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본부장급들은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인데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에 송지영 본부장님을 총괄본부장으로 승진시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 이의가 있는 분들은 지금 말씀해 주세요.”
그러자 그의 가장 앞에 앉아 있던 박기식 전무가 손을 들었다. 명 사장 체제에서는 3인자로 있다가 전 상무가 해임되고 이인자로 올라선 인물로 업무능력이 뛰어나 실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다.
“박 전무님 말씀 하세요.”
충영의 말에 박 전무가 벗겨진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에게 말했다.
“송지영 본부장이 입사 원년멤버이고 일 또한 아주 잘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질서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지금 말단 본부장에서 수 계단을 뛰어 넘어 총괄본부장이 되는 것은 고려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순간 지영을 제외한 모든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 전무의 말에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들은 속으로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충영이 피식 웃으며 박 전무의 얼굴을 보았다.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와 부사장님의 임기는 1년입니다. 어차피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1년 있다가 잘릴 운명에 처해 있는 게 사장인 저입니다. 그런데 제가 뭐 두려운 게 있겠습니까? 전 말 돌릴 재주도 없고, 노골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제 인사에 불만이 있으신 분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사표들을 쓰세요. 당장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충영이 웃으며 독설을 날리자 간부들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충영이 다시 말했다.
“다들 한 계단 씩 오르신 분들도 절대로 안심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직 백화점 내부사정을 잘 몰라서 구조조정을 이 정도로 그친 것이지 만약 잘 알고 있었다면 이걸로 그치진 않았을 겁니다. 그 말은 앞으로도 계속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있을 거고 그 처음은 간부들이 될 것입니다. 간부들이 모든 직원들의 모범이 돼야 하니까요.”
“으음.”
간부들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충영이 계속 말했다.
“송지영 본부장을 승진시킨 이유는 송 본부장의 능력이 뛰어나서이지만 여러분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 백화점에 도움이 되는 실적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승진도 시켜줄 것입니다. 그게 직위가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기회를 줄 것입니다. 우리 백화점의 말단 직원이라도 회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면 송지영 본부장처럼 몇 계단을 뛰어넘는 승진도 시켜줄 것입니다. 그것은 여기 계신 여러분도 마찬가지죠. 열심히 하시고 우리 백화점을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내 놓으세요. 만약 우리 백화점이 크게 성장한다면 여러분도 그 몫을 분명하게 나눠가질 것이고 여태까지 해 온 식으로 답보 상태에 빠진다면 여러분의 자리는 없어질 것입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이것입니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자 충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죠. 앞으로 간부들 회의는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질 것이니 오늘 못 다한 말씀들은 다음 회의 때 나누기로 합시다.”

사장실로 돌아온 충영은 비서실장 이기영을 불렀다.
“사장님. 차 한 잔 올릴 까요?”
사장실로 들어온 기영이 묻자 충영은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아름다운 얼굴에 항상 웃는 표정이다. 그래서 대하기에 아주 편하고 그녀에게라면 뭐든 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차는 됐으니까 저기 앉아요.”
기영이 앉자 충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이 한꺼번에 나가니까 아무래도 불편하죠?”
“아직은 사장님 업무량이 많질 않아서 할 만 합니다.”
기영이 미소를 짓는데 충영은 그녀의 미소가 참 깨끗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비서실장인데 부하직원 하나 없으면 좀 그렇지 않을 까요? 나도 마음대로 편하게 부릴 수 있는 어린 직원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어머! 절 편하게 부리세요. 제가 나이는 사장님보다 많지만 항상 사장님을 상사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난 실장님이 편해요. 말하기도 편하고 실장님이 미인이라 얼굴 보는 것도 즐겁고.”
“호호. 고맙습니다. 사장님한테 이런 말씀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지는 데요? 아무튼 사장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 고용하세요. 기존에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아직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고 사실 한 명 정도는 더 있어야 저나 사장님 업무가 원활해지실 거예요.”
“그럼 실장님이 직원 좀 구해 봐요.”
“어떤 직원을 원하세요? 아무래도 여자직원이 대하기 편할 것 같은데 학벌이 좋은 사람, 아니면 실무에 뛰어난 사람, 아니면 외모가 뛰어난 여잘 구하실 건가요?”
“하하. 외모 뛰어난 여잔 실장님 하나면 충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이에요.”
“아!”
“물론 구하기 쉽지 않겠지만 우리 백화점은 일본하고도 연관이 많으니까 일어에 능숙해야 하고 또 앞으로는 미국하고도 연계를 가져갈 생각이니까 영어도 현지인처럼 능숙한 사람이면 좋겠는데...”
“우리 백화점 정도면 그런 직원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계획은 여기 백화점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대성백화점 전체의 비전을 보시고 거기에 맞게 비서도 뽑겠다는 뜻이죠?”
“그렇지. 실장님이 잘 아네.”
“제가 직원 모집광고 내겠습니다. 아마 금방 원하시는 직원을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충영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기왕 구할 거 빨리 구하도록 합시다.”

사실 비서를 천천히 구해도 아직은 업무상 전혀 상관없었다.
하지만 하와이에서 만난 애비가일을 생각하면 되도록 빨리 영어에 능통한 비서를 두고 싶어서 충영은 실장을 재촉했다. 그녀가 놀러 오기로 한 날짜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비서로 지원한 많은 여자들 중에서 충영은 한 여자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름은 최나윤. 이제 막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들어온 여자로 나이는 우리 한국 나이로 24세. 충영보다 두 살 어리다.
충영이 최나윤을 마지막으로 택한 이유는 나이 때문이었다. 지원서를 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충영은 오직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사람들을 간추렸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마지막 다섯 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여자가 바로 최나윤이었던 것이다.
백화점 사장인 데도 나이가 너무 어려 그걸 큰 핸디캡으로 여기던 충영이었기에 직속비서만큼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두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개인비서까지 구하고 나자 충영은 한결 마음이 편한 상태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영과 함께 백화점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vip고객들의 접대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고객은 임미화였는데 그녀는 여러 이유로 그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
임미화 역시 충영이 마음에 든 것인지 수영장에서 만남이 있은 뒤로 거의 날마다 출근하듯 백화점을 찾았다. 그때마다 그녀는 충영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했고 충영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7월 중순이 되자 날씨가 점점 더 무더워지며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도 많아졌다. 휴가를 찾아 피서지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냉방 잘 되는 백화점이 다름 아닌 또 하나의 피서지라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이다.

사람들이 늘자 충영은 일에 전념했다.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비록 날수는 얼마 안 되지만 매출이 계속 늘고 있어 하루하루 일하는 게 아주 즐거웠다.

디리링-
휴대폰이 울리자 충영은 발신자를 확인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요즘 어김없이 하루에 한 번은 꼭 전화를 하는 임미화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예. 누님.”
“손님들이 많네. 우리 사장님 아주 기분 좋으시겠어.”
“여기 왔어요?”
“응. 동생 얼굴 보고 싶어서 왔는데 지금 많이 바쁘지?”
“아니오. 직원들이 바쁘고 난 지금 한가하네요.”
“그래? 그럼 나하고 데이트나 좀 할까?”
“어디에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있는 중...”
“그리 갈까요?”
“한두 시간 정도 시간 낼 수 있어?”
“예. 아무리 바빠도 누님이 내라면 내야죠.”
“호호. 이런 말은 아무리 들어도 기분 좋아. 그럼 주차장에서 만날까? 내가 오늘 맛있는 점심 살게.”
“좋죠. 차 가져오셨어요?”
“응. 지하 4층으로 와서 전화 해. 먼저 가서 기다릴게.”
“알겠습니다. 5분 후에 갈게요.”


주차장에 도착한 충영은 그녀의 차를 찾아 조수석에 탔다.
“어디로 갈 건가요?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올 때 힘들 텐데.”
충영이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자 미화가 차를 출발시켰다.
“호호. 어쩌지? 오늘은 동생하고 아주 멀리 떠나고 싶은데. 이대로 동해안까지 가 버릴까?”
“내가 이래봬도 몸값이 아주 비쌉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누님 생활비 많이 축날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요?”
“흐응. 나, 돈은 많이 없으니까 다른 것으로 지불하면 안 될까?”
“그것도 괜찮죠. 나야 돈이 아쉬운 형편은 아니니까.”
“그럼 동생 대여료를 뭘로 지불한다? 동생이 말해볼래?”
“글쎄요. 나도 당장은 생각이 안 나니까 다음에 생각나면 말해 줄게요.”
“그래. 우선 텅 빈 배나 좀 달래주자.”
“수영장에서 오는 길이에요?”
“응. 운동 했더니 배 고파.”
“빨리 가야겠네...”
충영이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가까운 곳에서 냉면을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미화의 제안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한강으로 나와 강변을 따라 달리다 미화가 핸들을 틀더니 어느 카페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여기 경치가 괜찮은 것 같아. 여기서 조금만 있다가 가자.”
“예.”
카페 안으로 들어선 충영은 여자 도우미의 안내를 받아 미화와 함께 한적한 룸으로 들어갔다.

“와우. 전망 끝내 준다.”
충영이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한강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카페가 위치한 곳이 높은 언덕길에 있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한강의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좋지?”
미화가 자랑하듯 말하고 도우미에게 차를 주문했다.
커피 두 잔을 시킨 뒤 미화가 도우미에게 둘만 있고 싶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요청하자 도우미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갔다.

미화가 하는 행동을 보며 충영은 약간 가슴이 설렜다. 한 달이 넘는 동안 그녀와 계속 만났지만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 둘이 있는 것은 처음이었고 도우미에게 둘만 있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자신에게 뭔가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분위기가 별로다. 내가 동생 옆으로 가도 되지?”
충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화가 커피잔을 들고 그의 곁으로 와서 앉았다.
나시 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그녀의 몸에서 향수냄새가 훅 끼쳐오자 좆이 불끈 서려 한다.

“누님. 오늘따라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네. 누님 남편은 참 좋겠어요.”
“왜?”
“왜라뇨? 이렇게 아름다운 부인하고 날마다 같이 먹고 같이 자니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렇지도 않아. 남편은 일이 너무 많아서 12시 이전에 들어오는 날이 없어. 주말에 좀 쉬는 시간이 있으면 집에서는 밀린 잠 보충하느라 계속 잠만 자고. 일중독자하고 사는 게 겉보기와 달리 많이 힘들다?”
“그래요? 나 같으면 예쁜 부인 보고 싶어서 일은 줄이고 일찍 귀가할 것 같은데.”
“호호. 신혼 때는 그랬지. 하지만 애들 둘 낳고 오래 살다보니까 이젠 얼굴 봐도 서로 무덤덤하고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동생은 신혼이라 부인하고 한창 깨가 쏟아지겠네? 저번에 보니까 부사장도 아주 미인이더구만. 나도 그 동안 미모로는 어디 내놔도 안 빠진 다고 생각했는데 동생 부인 보니까 완전 자신감 상실되더라고.”
“하하. 와이프가 미인 소린 듣는 편이죠. 하지만 내 보기에 누님이 더 예쁜 것 같은데? 키도 크고 늘씬 한데다 성숙미가 돋보이고, 몸매도 누님이 훨씬 더 에스라인이고 멋있어요. 내 와이프는 다 좋은데 가슴이 작아서...”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미화가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내 가슴이 더 예쁜 것 같아?”
“예. 저번 수영장에서 봤을 때 느꼈어요. 보통 키가 크고 날씬한 여자들은 가슴이 좀 작은 편인데 누님은 가슴도 크고 몸매가 환상적이던데요? 하하. 이런 얘긴 너무 야한가?”
충영이 멋 적은 듯 손으로 턱을 쓰다듬자 미화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수영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동생 몸은 더 멋지던데?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까지 살면서 남자 몸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느낀 건 동생 보고 처음이었어. 더구나 그...”
미화가 머뭇거리자 충영은 대충 그녀가 뭘 말하려는지 감을 잡았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하하. 내가 몸매는 조금 자신이 있죠. 우리 한국에서는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갔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데 남자들은 부러운 눈으로 보고 여자들은... 이런 말하기 자랑 같지만 다들 내 몸매를 보면서 일행들끼리 한 마디씩 하더라고요.”
“그럴 거야.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동생.”
“예?”
“저기, 저번에 수영장에서 우리 내기 했잖아?”
“아! 서로 부탁 한 가지씩 들어주기로 했죠. 물론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 그 부탁 써도 될까?”
“예. 뭐든 말씀하세요.”
충영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미화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이런 말한다고 날 이상한 여자 취급하지 마? 사실 처음 수영장에서 동생 보고 말이야. 나 지금까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게 하나 있어.”
“뭔데요?”
“동생 거기 있잖아?”
“거기?”
충영이 모른 척 계속 시치미를 떼자 미화가 손으로 충영의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여기.”
“아!”
충영이 그제야 알았다는 듯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동생 몸도 멋있었지만 거기가 크게 부풀어서 말이야... 진짜로 안에 뭐가 들었는데 저렇게 커다랄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한 거야. 그 뒤로 계속 동생 그것이 생각나는데 사실 날마다 자기 전에 수영장에서 본 그게 생각나서 어떤 날은 잠을 설칠 때도 있었어.”
“그랬어요? 그거 아무 것도 아닌데. 남자들 다 하나씩 갖고 있는 거예요.”
충영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미화가 그의 얼굴을 보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 몇 번이나 망설이다 이제 말하는 거야. 나, 그동안 남자들하고 놀아난 적도 없고 유일하게 하는 취미가 수영하고 백화점 쇼핑이었는데 동생 본 뒤로 이상하게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내가 거길 꼭 한 번만 보면 궁금증이 다 풀릴 것 같은데, 내기 건 조건으로 그거 부탁하면 안 될까?”
“내 거기 한 번 보여주는 거요?”
충영이 묻자 미화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다.
“뭘 그런 걸로 부탁까지 해요? 그냥 한 번 보자고 하면 보여줄 건데.”
충영이 너무나 간단하게 말을 해 버리자 미화가 얼굴을 활짝 펴고 말했다.
“정말? 내가 조건 안 써도 보여줄 거야?”
“예.”
충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동생. 배포가 큰 남자다. 난 한창 신혼에 깨가 쏟아질 동생한테 이런 말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물론 아무나 보여달라고 내가 보여줄 그런 쉬운 남자는 아니죠.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님이 말하는데 내가 안 들어줄 수 있나요? 뭐 다른 거 할 것도 아니고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거잖아요? 그 정도는 아내한테 죄책감 안 가져도 되겠죠?”
“으응. 정말 보여줄 거야?”
“예. 시간 더 가기 전에 얼른 해요.”
충영이 일어서서 혁대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그러자 미화가 두 눈을 반짝이며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충영이 바지를 내리고 팬티마저 끌어내리자 드디어 그녀가 갈망하던 충영의 좆이 드러났다.
“아아!”
미화가 입을 벌리고 충영의 우람한 좆을 바라보았다.
오고가는 성적인 말들로 자극받은 좆은 이미 절반쯤 발기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미화의 얼굴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커. 어쩜 이럴 수가...”
미화가 충영의 자지를 보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점점 더 그쪽으로 얼굴을 숙였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자지를 살피며 미화가 탄성을 연발한다.
“어쩜 좋아. 보고만 있는 데도 점점 더 커진다. 어쩌면 이렇게 예쁘게 생겼을까? 이렇게 큰 데도 모양이 정말로 예뻐. 잡티도 하나 없고 정말 깨끗하네.”
충영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마음껏 보고 마음껏 꼴려라. 그래야 나중에 작업하기가 편해지니까.’

그녀에게 충분히 감상할 시간을 주고 나서 충영이 말했다.
“이제 됐죠? 옷 입을 게요.”
“으응. 그래.”
충영이 팬티를 걷어 올리고 자지가 감춰지자 미화의 얼굴에 이루 형용할 수 없이 아쉬운 빛이 떠올랐다.
마치 고대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었다가 바로 빼앗긴 아이처럼 미화가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자 충영이 물었다.
“왜? 더 보고 싶어요?”
“으응. 한 번 만져보고 싶었는데...”
미화가 아이처럼 투정부리자 충영이 그녀를 달래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면 나도 힘들어져요. 나도 남잔데 참기가 힘들어진다구요. 그리고 누님. 나만 보여주면 뭔가 형평성에 어긋나니까 누님도 보여줘요.”
충영이 웃으며 말하자 미화가 그를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나도 보여줘?”
“응. 누님은 여자니까 거기 말고 가슴만 보여 줘. 그럼 공평할 것 같으니까. 그래야 누님도 다음에 나한테 부탁할 거 고스란히 남겨둘 수 있지.”
“그럴까?”
미화가 다시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말했다.
“나는 동생이 벗겨줄래?”
“그래요.”
충영이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댔다. 어깨에 걸린 나시티의 끈을 옆으로 밀어서 내리자 셔츠가 허리로 내려가며 바로 브래지어만 남았다.
충영이 브라의 끈도 밑으로 내리자 너무나 쉽게 미화의 가슴 두 개가 출렁, 하고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예쁘다. 가슴이 참 크고 예쁘네.”
충영이 탄력 있게 솟은 미화의 가슴을 보고 감탄했다.
C컵 정도로 꽤 부푼 가슴은 위로 솟구치다 그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약간 아래로 쳐졌지만 삼십 대 후반의 나이란 걸 감안한다면 꽤 매력적인 가슴이다. 더구나 그 중앙에 달린 굵은 젖꼭지는 입을 대고 빨면 바로 젖을 토해낼 것처럼 여물어있었다.
“진짜로 예뻐? 그래도 젊은 부인보다는 못하지?”
웬일인지 미화가 자꾸 아내와 비교를 하자 충영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와잎보다 누님 가슴이 더 예뻐. 난 이렇게 크고 볼륨 있는 가슴을 보면 마구 주무르고 싶어지면서 흥분되거든.”
“그럼 만져 봐. 동생이라면 만져도 돼.”
미화가 콧소리를 내며 유혹한다.
하지만 충영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여기서 이러면 안 되죠.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난 이것도 지금 너무 와버린 거 아닌가 싶어서 많이 불안한데. 백화점 나올 때 이런 거 하게 될지 추호도 생각 안 했었거든.”
충영이 은근히 책임을 미화에게 돌리자 그녀가 미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내 탓인데, 나도 내가 오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남자한테 헤픈 여자 절대로 아닌데 동생한테 내가 왜 이러는지...”
“자. 이 정도로 하고 어서 옷 입자.”
충영의 도움으로 브라와 옷을 다 걸치고 미화가 다시 단정한 차림으로 그를 보았다.
“이제 일어나지? 백화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응.”
충영이 일어나자 미화가 그를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그가 막 문을 향해 가려하자 미화가 그를 불렀다.
“정 사장!”
“응?”
“나 좀 한 번만 안아 줘.”
미화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자신을 보자 충영도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
충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미화의 젖은 눈에서 수컷을 유혹하고 있는 암컷의 강한 기운을 느꼈다.
‘그래. 나중에 때가 되면 해 주마. 그러나 아직은 아니야...’
충영은 속으로 생각하며 미화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아아! 동생.”
충영이 강한 힘으로 그녀를 품어주자 미화가 깊은 탄식 소릴 내며 그의 품안 깊숙하게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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