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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내과의사, 절대하지 마라-현직 내과 의사가 전하는 우리나라 내과 의료 현실

작성자普賢|작성시간23.03.29|조회수14 목록 댓글 0

내과의사, 절대하지 마라. 왜? (ver 1.0)

1. 헬조선에서는 의학적 근거가 분명하고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치료일 수록 값이 싸고 비급여가 없다. 내과적인 치료는 대부분이 그렇다. (역설적으로 근거가 불분명하고 치료 안해도 안 죽는 병일수록 비급여가 많고 돈을 잘 범.)

2. 헬조선에서는 의사의 처치가 적절했냐 아니냐보다도 결과가 좋냐 나쁘냐에 따라 의료소송과 배상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용종절제 며칠 내에 일어나는 지연성 출혈은 현실적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통계적으로 1-2%정도 언제나 일어나는 합병증임. 말그대로 '합병증'이지만 헬조선에서는 그냥 '의료사고'와 똑같이 취급되고 아무리 의사가 할일 다 했어도 최소 위로금 수백만원은 지급하라는게 의료분쟁조정원의 스탠스임. 이런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 내과임. 골 때리는게 내과가 그나마 한번에 환자한테 본인부담금으로 1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시술이라고는 대장내시경과 용종절제술이 유일함. 그만큼 내과는 모든 수익구조가 박리다매 그 자체임. 그러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안하기도 힘들다는 것임. 

3. 내시경 수가가 너무나 낮기 때문에 그나마 수면비용을 비급여로 받으니 유지가 가능한데 수면은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음. 내시경 중 사고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끝나고 환자가 넘어지거나 집에 가다가 사고나는 것까지도 병원 책임으로 봄. 그리고 수면비용을 덤핑 치는 병원들이 많아지면서 수면비용은 매년 오히려 더 싸지고 있음. 

4. 내과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혈액검사의 경우, 검사를 내게 되면 대부분 외부 진단검사 업체에 수탁을 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검사비용 일부를 할인해주었기 때문에 피검사에서 일정 비율로 수입이 나는 구조였으나 올해 9월부터는 이런 할인이 불법이 되기 때문에 이제 피검사는 해봤자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 되어 버림.

5. 내과에 오는 환자는 대부분 2-3개 이상의 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동시에 처방을 원해서 내원함. 혈압 당뇨약 받으러 온 김에 감기 진료도 좀 보고 설사약도 좀 받고 싶고... 이런 식임. 환자가 10개의 problem 을 가지고 내원하더라도 진찰료는 1개와 동일함. 타과라고 다르냐, 하겠지만 내과는 이런 환자가 대부분이라는게 문제임. 외래진료에 투입되는 주의력이 타과보다 훨씬 높음. 그러다보니 뭘 놓치거나 잘못 처방할 가능성도 높아짐. 분쟁조정원 사례 중에 보면 갑상선약 용량을 잘못처방해서 환자가 갑상선저하 증상이 발생했다고 300만원 보상해주라는 사례도 있음. 진찰료 만몇천원 두세번 받고 영구적 손상도 아니고 300만원 보상이라.

6. 과거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환자가 대개 1개월 약을 받아가고 1년에 10번 이상 내원했었지만 최근에는 대형병원에서 1년 넘게도 처방해주다보니 최소 2-3개월의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가 대부분임. 웃기게도 헬조선에서는 약을 하루 처방해주나 일년을 처방해주나 진찰비용은 동일함. (그러나 약국에서 받는 조제료는 일수에 따라 계속 올라감) 이런 불합리한 진찰료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과목이 내과임. 장기처방이 많다는 것임. 그나마 만성질환자는 주기적으로 피검사라도 해서 조금 남기는 구조였는데 4.과 같은 이유로 이제 그것도 안되게 됨.

7. 내과라는 과목 특성상 너무나 다양한 주소(CC)의 환자를 상대하게 됨. 이런 걸로 왜 날 찾아와? 싶은 별의 별 희안한 환자를 다 보게 됨. 그 가운데에는 암이나 뇌출혈, 급성 감염증 등 폭탄 같은 환자도 숨어있기 마련이라 대충보기도 힘듦. 그렇다고 그런 환자를 다 쳐내기도 어려움. 내과는 만성병 환자가 쌓여야 그 가운데 검사도 하고 주기적으로 검진도 하면서 먹고 사는거라 쌩신환이 아닌 이상 이상망측(?)한 환자가 오더라도 쳐내기도 힘듦. 한마디로 매출 내려면 비루해짐. 

8. 내과는 한마디로 공공성이 가장 높은 과목이라고 할 수 있음. 그래서 대부분의 진료행위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똥값임. 수십년간 환자들도 그렇게 경험해왔기 때문에 내과에서는 그냥 몇천몇백원 정도 내고 가는걸로 인식이 고정되어 있음. 검사 하고 나서 몇만원 나오면 그거 가지고 비싸다가 실갱이를 하고 미리 설명 못들었다고 드러누움. 그런 환자들이 또 웃기게도 통증이나 한의원에 가면 10만원 20만원도 척척 잘냄. 인식 자체가 "내과는 가서 몇천원 내고 나는 곳"임. 이게 제일 문제임. 인식이 그러하니 의사든 병원직원이든 우습게 보고 5000원짜리 짜장면 집에서도 차마 못 할 진상 짓을 아무렇지 않게 시전함. 약이 효과가 없으니 환불을 해달라느니. 채혈까지 다 했는데 갑자기 검사 안하겠다느니. 용종 다 떼고 나왔는데 돈을 못내겠다느니... 업무시간 내내 몰상식함과 싸워야 하는 개 같은 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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