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월의 노래
박목월 시
김순애 곡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후렴>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최초의 여성 작곡가인 김순애는 황해도 안악에서 가난한 목사의 딸로 때어났다. 그녀는 머리가 좋아 어머니의 등에 업혀 교회에 가서 아버지의 설교를 듣고 돌아오면서 들은 내용을 달달 외웠다고 어머니는 자랑하였다.
그녀는 이화여전에서 작곡가 김세형의 영향을 받아 작곡을 전공하였고, 전액 장학생으로 간 이스트먼 음악학교에서는 유명한 작곡가 호바네스의 지도를 받았으며, 호바네스는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하여 이스트먼 음악학교의 작곡상을 수여하였다.
당시에 유명 작가가 잡지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성'이란 글을 올렸는데, 한 사람은 '주증녀'라는 영화배우이고 또 한 사람이 바로 김순애였다는 사실은 그녀는 누가봐도 호감이 가는 전형적인 미인이란 증거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있던 KBS 음악 감상 프로그램에서 서양 작곡가의 교향곡과 명곡을 해설하였는데, 그녀의 음성 또한 청취자를 사로 잡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 행로는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 학생 시절에 연희전문에 다니던 문학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그는 곧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후에 결혼한 바리톤 김형로는 6ㆍ25사변 때 납북되어 그녀 홀로 딸 셋을 키우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고독한 생활을 지냈다.
그녀는 '어머니의 자장가' '파랑새' '진달래' '해당화' '그대 있음에' '황혼이 질 때' '한강은 흐른다' 같은 작품을 남겼는데, 특히 박목월의 시에 곡을 붙인 '4월의 노래'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정도이다.
이 노래는 6 ·25전쟁이 끌나갈 무렵, 당시 새로운 희망과 해방감에 젖은 시대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창간된 '학생계(學生界)'가 여성 최초 작곡가인 김순애에게 위촉하여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작곡된 곡으로 1960년대부터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한국적인 선법을 바탕으로, 간단한 음절의 질서 있는 전개로써 노래를 이룩한 점은 이 가곡의 동경 어린 가사와 잘 어울린다.
이 시의 첫 구절은 박목월 시인이 여학교 교편을 잡았던 시절, 소녀들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쓴 것이며 후렴구는 봄에 대한 예찬이자 환희를 나타낸다.
현 베세토오페라 단장인 메조소프라노 강화자의 노래로 들어보자.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KSc0wpQRLkI
♡목련후기
ㅡ 복호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도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저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말아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