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에 5일간 물 안 줬더니…1시간 동안 50번 소리 질렀다
김진원입력 2023. 3. 31. 17:36수정 2023. 4. 1. 00:23
해리포터 속 괴성 내는 식물, 진짜였네
토마토·옥수수, 아프면 소리 지른다
이스라엘 연구팀 실험으로 증명
물 부족하거나 줄기 잘리는 등
스트레스 받으면 고주파 발산
일부 동식물과 소통 가능성도
소음 센서 등 신제품에 활용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소리를 지르는 식물 ‘맨드레이크’.
판타지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맨드레이크’는 뽑히면 괴성을 지르는 약초다. 영화 ‘해리포터’에선 주인공이 약초학 수업 중 맨드레이크를 화분에 옮겨 심는 장면이 등장한다. 수업을 듣던 학생 한 명이 귀마개를 하지 않고 있다가 괴성에 놀라 기절하기도 한다.
토마토, 담배 등의 식물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주파의 소음을 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맨드레이크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 식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식물이 내는 소리를 감지해 물을 주는 센서 등 농업용 신제품이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릴라크 하다니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 연구팀은 토마토, 담배,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등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 구분하는 데 성공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셀’을 통해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주변 환경과 고립돼 배경 소음이 전혀 없는 지하실에 대형 음향 상자를 설치했다. 토마토와 담배 모종 등을 화분에 담아 음향 상자에 넣고 약 10㎝ 떨어진 곳에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해당 식물 일부에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줬다. 온전한 식물과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실험 결과 식물들은 40~80㎑의 고주파를 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대 주파수(16㎑)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연구팀은 해당 소리가 병뚜껑을 열 때 나는 ‘딸깍’ 소리나 포장용 에어캡(일명 뽁뽁이)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소리를 내는 빈도는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은 1시간에 한 번 미만의 소리를 냈지만, 줄기가 잘린 식물은 1시간에 최대 50차례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녹음된 소리를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ML)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식물이 내는 소리가 식물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이 부족할 때 내는 소리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가 달랐다는 설명이다. 소음이 많은 온실 속에서 개별 식물이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 구분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소리를 내는 정확한 원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식물 줄기 내부 관다발(뿌리에서 잎으로 물이 이동하는 통로)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가 터지는 현상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다른 생물체와 소통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며 “다른 동식물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했다. 박쥐나 설치류, 곤충, 다른 식물들이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하다니 교수는 “꽃밭은 사람이 듣지 못할 뿐 다소 시끄러운 곳일 수 있다”며 “식물이 내는 소리를 듣고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센서 같은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사람들도 식물 소리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토마토에 5일간 물 안 줬더니…1시간 동안 50번 소리 질렀다 (daum.net)
[새싹들의 합창-채소들이 노래(?)하다!]
3년 전의 일입니다. 아는 분이 채소 농장(?)을 하고 있어 농장에 간 일이 있습니다. 농장은 배추같은 채소가 아니라 우리가 샐러드로 흔히 먹는 그런 채소류를 기르고 있었고, 수천평이 넘는 비닐 하우스를 여러 개 만들어 재배하는, 규모가 큰 농장이었습니다.
그 분의 안내로 여러 개의 비닐 하우스 중 첫번째 비닐 하우스를 별 생각없이 들어간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천 평이 넘는 비닐 하우스 전체에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입니다. 재잘거리는 소리는 너무나 커서 제 귀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마치 아이들 가득 찬 큰 강당에 들어갔을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또 병아리 수천 마리가 짹짹거리듯, 또는 새들이 가득한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울 정도로 견딜 수 없이 나는 재잘거리는 소리! 그런 소리가 났던 것입니다.
저는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혹시나 어느 유치원에서 단체로 농장관람을 왔나 하여 살펴보았지만, 말없이 일하는 분들만 있을 뿐 어린이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고요한(?) 곳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요한 곳에 그런 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저를 안내한 분께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은 전혀 그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제 귀에는 들리는데 말입니다.
다시 농장 안을 샅샅이(?) 둘러보았습니다. 그렇게 비닐 하우스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제서야 저는 소리의 근원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닐 하우스를 가득 채운 채소들은 모두 새싹들이었습니다. 이제 막 땅을 뚫고 싹들이 돋아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재잘거림은 바로 새싹들이 내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이제 막 생명으로 피어나는 새싹들이, 생명의 기쁨을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생명의 파동이 제 귀에 그렇게 재잘거리며 들렸던 것입니다.
두 번째 비닐 하우스에 들어섰을 때에도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기쁜 노래로 넘치던 첫번째 비닐하우스와 달리, 두 번째 비닐하우스는 드넓은 공간이 이상할 정도로 온통 침묵으로 고요했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침울한 기운이 서려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상하여 농장 안을 자세히 둘러보았는데, 알고보니 두번째 농장은 성인이 된 채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일부는 이미 상품으로 팔려나간 듯 빈 곳도 꽤 있었습니다. 첫번째 비닐 하우스는 싹을 심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그리고 돋아난 싹을 북돋우고 가꾸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이 곳은 채소를 뽑는 사람들로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갈 때마다 채소들은 듬뿍듬뿍 뽑혀 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뽑힌 채소들은 모두 다음날 상품으로 팔려갈 것입니다.
그제서야 느낀 것이, 아하, 채소들도 자기들이 팔려나가는 걸 아는구나! 그리고 옆에 동료가 저렇게 뽑혀 나가니 이 곳에 어두운 기운이 가실득하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뽑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다 자란 채소들이 두려움으로 몸을 움추리는 듯합니다. 제가 다가갔을 때에도 채소들은 몸을 사리며 침묵으로 어서 이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지났으면...하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침묵과 어둠의 두 번째 농장에서 다시 첫번째 농장으로 나오니, 역시 예의 귀를 가득 채우는 재잘거림이 쉴새없이 울려나왔습니다. 문 하나 사이인데도 한 곳은 생명의 울림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려나오고, 한 곳은 기이할 정도로 침묵이 흘렀던 것입니다. 저는 혹시 제가 잘못 착각한 것은 아닌가 하고 문을 사이에 두고 이쪽 저쪽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는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래와 침묵이 상존하는 것은 제게는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몇번을 오가도 똑같았던 것입니다.
이런 저의 체험을 이상하게 보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조금도 과장되거나 거짓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저를 안내한 분에게 말씀드리자, 그 분은 그런 경험이 없다며 웃으셨습니다만, 그 날의 체험은 저도 신기하여 생생히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201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