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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모게시판법당

선가귀감- 서산 대사 일대기

작성자보문|작성시간24.06.05|조회수50 목록 댓글 3

서산 대사 일대기

 

 

서산대사(1520~1604)는 법명이 휴정(休靜)이고 호가 청허(淸虛)이다. 평안도 영변 묘향산에 많이 살았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서산대사라고 불렀다. 또 금강산 백화암에 기거한 인연으로 스스로 백화도인(白華道人)이라 불렀고, 선교양종판사의 자리를 사임한 뒤에는 퇴은(退隱)이라 하였다.

 

스님은 조선 중종 15년인 1520326일 평안도 안주에서 태어났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의지할 데 없는 스님의 총명함을 알아본 고을 사또가 서울로 데리고 가 성균관에 넣어 주었다. 그때 나이 열두살이었다.

 

15살 때 여행길 지리산에서 숭인(崇仁) 장로를 만나 불경을 배우고 영관 대사에게 삼 년간 참선 지도를 받았다. 그 뒤 삼 년 만에 깨친 바가 있어 게송을 지었다.

 

忽聞杜宇啼窓外 (홀문두우제창외) 소쩍새 소리 듣고 창밖을 내다보니

滿眼春山盡故鄕 (만안춘산진고향) 눈 가득히 봄빛이라 온 산들이 고향동네.

 

그리고 그 이튿날 머리를 깎으면서 또 다시 게송을 지었다.

 

汲水歸來忽回首 (급수귀래홀회수) 물을 길어 돌아오다 뒤를 한번 돌아보니

靑山無數白雲中 (청산무수백운중) 푸른 산이 첩첩산중 그 둘레에 흰구름들

寧作平生癡獃漢(녕작평생치애한) 차라리 한 평생을 바보천치 될지언정

不欲作鉛槧阿師(불욕작연참아사) 겉 문자에 속고 사는 그런 사람 안 되리라.

 

숭인 장로를 養育師로 영관 대사를 법사로 삼으니 그 때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8년 뒤 어느 날 도반을 찾아 남원을 지나가다 우연히 낮닭 우는 소리에 크게 깨치고 다음과 같이 게송을 지었다.

 

髮白心非白(발백심비백) 머리는 백발 되도 마음은 그대로라

古人曾漏洩(고인증누설) 이 내용을 옛 사람이 일찍이 일렀는데

今聞一聲鷄(금문일성계) 지금 듣네, 이 자리에 닭 우는 울음소리!

丈夫能事畢(장부능사필) 대장부가 해야 할 일 남김없이 마쳤노라.

 

忽得自家處(홀득자가처) 자신에게 본디 있던 깨달음을 얻고 나니

頭頭只此爾(두두지차이) 눈에 보인 온갖 것들 다만 이뿐 달리 없고

萬千金寶藏(만천금보장) 천만금의 가치 있는 보배로운 대장경도

元是一空紙(원시일공지) 본시부터 알고 보면 글자 없는 텅 빈 종이.

 

그뒤 서울로 올라와 僧科에 붙으면서 선교양종판사로 있다가 얼마 뒤에 사임하고 주장자에 몸을 맡겨 북으로 묘향산 남으로 두륜산 등 여러 산에서 머물다가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이 때 여기서 유명한 三夢詩香爐峰詩를 지었다.

 

主人夢說客(주인몽설객) 주인의 꿈을 객에게 말하고

客夢說主人(객몽설주인) 객의 꿈을 주인에게 말하니

今說二夢客(금설이몽객) 지금 두 가지 꿈을 말하는 저 나그네

亦是夢中人(역시몽중인) 어즈버 그 또한 꿈속 사람이로다.

 

뒷날 모함을 받아 향로봉시가 임금을 모독하였다고 하여 문제가 되었지만, 대사의 인격과 성품이 도리어 임금을 감동시키고 이 일로 임금과의 교분이 두터워지게 되었다. 말썽이 되었던 향로봉시는 이러하다.

 

萬國都城如蚁垤 온갖 나라 큰 도시들 작은 개미집과 같고

天家豪杰若醯鸡 하늘 아래 영웅호걸 하루살이 초파리라

一窓明月清虚枕 달빛 밝은 창가에서 누워 맑은 하늘 보니

無限松風韻不齊 솔바람 맑은소리 온갖 풍류 끝이 없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스님은 일흔 셋의 늙은 몸으로 승병을 일으켰다. ‘팔도십육종도총섭이란 직책으로 여러 곳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서울을 탈환하여 임금이 돌아오시게 한 뒤 스님은 제자 사명과 처영 두 사람을 천거하고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등 여러 산을 오가며 지냈는데 항상 따르는 제자들이 천명이나 되었고 그의 법을 이어받은 제자들도 70명이나 되었다.

 

1604년 선조 37123일 아침 서산대사는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향산 여러 암자를 마지막으로 돌아보신 뒤 원적암으로 돌아와 손을 씻고 위의를 갖추어 불전에 분향한 다음 스스로 붓을 들고 당신의 진영真影에 이렇게 적었다.

 

八十年前渠是我 팔십 년 전 그대가 나이더니

八十年后我是渠 팔십 년 뒤 내가 그대로구나.

 

그런 뒤 조용히 열반에 드시기 전 결가부좌하고 다시 임종게臨終偈를 지었다.

 

天計萬思量(천계만사량) 이리저리 시비하던 온갖 생각들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붉은 화로에 떨어지는 눈송이 한 점이라

泥牛水上行(니우수상행) 진흙 소가 강물 위로 걸어가는데

大地虛空裂(대지허공렬) 땅이 꺼지고 허공이 무너지도다.

 

서산 대사의 저술로는 선가귀감, 선교석, 선교결, 운수단, 청허당집등이 있다.

 

출처: 선가귀감, 서산대사 지음, 원순 역해, 도서출판 법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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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보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5 서산대사의 일대기를 끝으로 선가귀감을 마무리 합니다.
    덕분에 조선시대 산속으로 숨었던 조선불교를 중흥하여 오늘에 이르게 하신 서산대사의 명문인 선가귀감으로 선의 한 자락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공양 올리는 일이 저 스스로를 공부시키는 일임을 다시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 부터는 대혜 종고 스님의 서장(선스승의 편지)를 공양 올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 답댓글 작성자普賢. | 작성시간 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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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법혜 | 작성시간 24.06.05 보문님, 그간의 공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서장 공양도 기대됩니다.
    보문님의 설법에 은혜갚을 수 있기를...조심스럽게 발원해 봅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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