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사라진 사회
오래 되었지만 미국에 파견된 모 언론사 특파원이 컬럼에서 ‘감사가 사라지는 미국 사회’라는 주제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어느 때부터인지 'Thank you'라는 말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이와 함께 기자는 I'm sorry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듯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감사를 모르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내 잘난 덕분이고 잘못 되면 전부 남탓이며 내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툭하면 분노하라고 부추기며 온 사회를 증오로 뒤덮이게 합니다.
실로 단군 이래 이렇데 풍요로운 적이 있었습니까? 우리 부모님들은 나이 20이 되면 나라를 지키려 남자들은 모두 군대에 갔고 평균 수명 50세 조금 넘던 시절, 황금같은 청춘 3년을 나라를 위해 바쳤습니다. 잠 많을 젊은 나이에 잠도 못자고 불침번을 서면서도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군가를 부르며 졸린 눈을 비볐습니다. 스승의 말도 안 되는 체벌에도 모두 내가 사람되라고 하는 사랑의 매로 알고 억울하고 분해도 체벌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때로는 그 스승이 고마워서 스승의 날이면 찾아뵙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된 휴지도 없어서 화장실에 갈 때면 신문지라도 있으면 감사했습니다. 일년 열두 달 고기라고는 구경할 수가 없어 하숙집에 가끔 고깃국이 나올 때면 온 하숙생이 고기 찾느라 아우성이었습니다. 여행이라도 갈 때면 차가 없어 버스에 짐짝처럼 몸을 싣고 안전벨트도 없이 포장도 안된 길을 몇 시간이고 달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나라와 부모, 사회와 스승에 감사만 가득했습니다.
그 감사가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감사와 함께 공경도 사라졌습니다. 내 인권만 중요하고 남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남은 존중할 줄 모르고 나는 존중 받으려 합니다. 그래서 갑질 논란이 난무합니다. 남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도 나는 뻔뻔합니다. 예전에 꿈도 못 꾸던 해외여행, 명품을 온 몸에 두르고도 내 책임은 모릅니다. 감사와 공경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