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4>>
『소망(所望)조차 욕심일까』
책을 읽다 괜찮은 문장을 발견하면 노트에 옮겨 적곤 했다.
어느 날, 책상 서랍 속 낡은 노트를 정리하다 한 문장을 발견하고 잠시 사색에 잠겼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파울로 코엘로, 『연금술사』
그리고 책 귀퉁이에 내가 쓴 문구도 읽어 보았다.
“아름다운 마법이 필요해.”
<2003. 9. 13.>
나는 무언가 원하던 소망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척 툭 놓고 잊어버리면,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그러다 잊은 줄 알았던 소망이 어느 날 불쑥 이루어지면,
그 기쁨은 간절함의 무게만큼 더 깊이 빛나는 걸까?
소망조차 욕심이었을까?
그래서 철학자의 돌을 가지고 아름다운 마법의 주문을 외치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마음 깊이 간직했던 소망들은
때때로, 아니 대개는 실망(失望)이라는 이름의 가벼운 침묵으로 돌아왔다.
책장 구석에 꽂힌 그 책을 찾아 다시 넘겨 보았다.
노란색 형광펜이 짙게 더해진 필사 문장을 지나,
다른 장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아의 신화(神話)에 얽힌 위대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망을 이룬다는 건, 단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우리 존재가 감당해야 할 우주의 리듬과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마크툽은 우주가 전하는 신비로운 마법의 언어였을까?
(끝)
♣ 마크툽(Maktub) : ‘운명처럼 이미 쓰여 있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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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유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0.04 안작가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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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빛공간 김상흠 작성시간 25.10.09 “소망조차 욕심일까”라는 물음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이루어지지 않아 슬펐던 순간조차, 어쩌면 우주가 나를
다른 리듬에 맞추기 위한 준비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간절함보다 내려놓음 속에서 피어나는 평안,
그곳에 진짜 마법이 숨겨져 있는 듯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유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0.10 작가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금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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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다솔 정경임 작성시간 25.10.10 와우~오래전 책들을 다 간수하신가 봐요. 그 정성에 놀랍습니다. 정성 또한 다른 이름의 소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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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유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0.10 작가님. 정성 또한 소망이라는 말씀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