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公明) / 홍강호
아침 햇살이
어김없이 창을 넘는다
거실에 빛이 번지고
소파에 기대 있던
굽은 다리가
천천히 펴진다
어르신의 시선이
작은 화면 속
두 글자에 머문다
"공명"
문득
백자 한 점이 떠오른다
속과 겉이
같은 빛으로 마른 그릇
정오의 가로수는
잎이 무성해도
제 그림자를
감추지 못한다
산책로 옆 강물은
산도
구름도
길섶 풀꽃의 향기까지
고요히 안고 흐른다
노을빛 生
가슴속 작은 얼룩 하나
언제쯤 맑아질까
들판의 곡식은
고개를 숙이며 여물고
겨울산은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허공 위에
투명한 문장을 쓴다
속을 비운 나무가
왜 환한지
빈 들녘이
어찌 하늘을 가득 담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창을 넘어온 햇살이
시린 무릎을 덥히는 아침
잠시 눈을 감는다
사사로운 욕심들이
먼저 자리를 비우고
큰 가슴의 사람들이
환하게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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