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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공명(公明)

작성자홍강호|작성시간26.06.09|조회수24 목록 댓글 2

공명(公明) / 홍강호

아침 햇살이
어김없이 창을 넘는다

거실에 빛이 번지고
소파에 기대 있던

굽은 다리가
천천히 펴진다

어르신의 시선이
작은 화면 속
두 글자에 머문다

"공명"

문득
백자 한 점이 떠오른다

속과 겉이
같은 빛으로 마른 그릇

정오의 가로수는
잎이 무성해도
제 그림자를
감추지 못한다

산책로 옆 강물은
산도
구름도
길섶 풀꽃의 향기까지
고요히 안고 흐른다

노을빛 生

가슴속 작은 얼룩 하나
언제쯤 맑아질까

들판의 곡식은
고개를 숙이며 여물고

겨울산은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허공 위에
투명한 문장을 쓴다

속을 비운 나무가
왜 환한지

빈 들녘이
어찌 하늘을 가득 담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창을 넘어온 햇살이
시린 무릎을 덥히는 아침

잠시 눈을 감는다

사사로운 욕심들이
먼저 자리를 비우고
큰 가슴의 사람들이
환하게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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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홍강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작가 메모

    젊을 때는 가진 것을 증명하느라 바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증명할 것은 점점 줄어들고, 감출 것은 더 줄어들었다.
    공명(公明)이란 결국 큰소리로 밝히는 일이 아니라,
    세상 事, 숨길 것이 없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 작성자開東 이시찬 | 작성시간 26.06.10 나이 들어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자학의 시간도 많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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