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청탁 받고 문예지에 게재했던 소설. (문예지 소설미학, 2018년 여름호)
안는 방법
사방에서 불어와 사방으로 흩어지는 바람 사이에 서서 그는 중얼거렸다. 바람은 언제나 주인이 없다고. 그때 낯선 차 한 대가 그 앞에 서더니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운전석에서 모자를 눌러쓴 어떤 여자가 그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그가 그녀를 알아보고 바다, 라고 말하자 그녀가 타요, 라고 했다. 그가 택시를 타겠다고 하자 그녀가 빨리요, 라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날카로우면서도 떨고 있었다. 그가 조수석에 올라타자 그녀는 서둘러 출발했다. 얼마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가 그를 흘깃 훑어보더니 분홍색 와이셔츠라고 말하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가 그 와이셔츠 정말 모르겠냐고 물었다.
그는 낯빛이 붉어졌다. 다시 침묵이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그가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분홍색 와이셔츠는 그녀가 준 선물이었다. 그가 아! 맞아요, 라고 말하자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어색함이 조금은 사라졌을 때 바다에 도착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고 있었지만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냥 나왔어요. 그런데 오늘은 다행이었어요.”
그가 또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이렇게 목적지를 향해서 왔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녀는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쉬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집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웠다. 그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왔던 길로 뒤돌아갔다. 그가 카페에 들어서자 친구가 남편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향 마을 여자 친구인데 그가 바닷가에 산다는 이유로 종종 찾아왔다. 그는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냥 나왔다는 그녀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와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 안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뒤졌지만, 그녀의 전화번호는 없었다. 그가 그녀의 연락처를 지우고 차단했었다. 그는 성마름증-전화벨이 울리면 갈증과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증세-을 앓고 있었다. 그녀는 재작년에 그의 사무실에서 퇴사한 직원이었고 이름은 미리였다. 그는 사무실로 가 미리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하지만 며칠째 망설였다. 그는 술에 취한 채 소파에 앉아 새벽을 맞이했다. 벌써 사흘이나 눈 뜬 인형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새 어둠이 안개 걷히듯 퇴각하더니 해가 떠올랐다. 그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 번만 안아 줄래요?”
긴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자 그는 눈을 감고 아주 오랫동안 잤다. 띠도! 해가 다시 떠오르고 있을 때 그녀에게서 정말 무례하다는 문자가 왔다. 그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고 책을 읽고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깜박 졸았다. 띠도! 잠결에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또다시 그냥 나간다고 했다. 그냥이라는 문자가 왠지 다급하게 느껴졌다. 그는 밖으로 뛰어나와 아파트 입구에서 서성였다. 어느새 밤이었다. 그녀의 차가 앞에 와서 서자 그는 조수석에 탔다. 그녀는 양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출발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계주 선수 같았다. 그는 아차 싶었다. 그가 방파제 끝이라고 목적지를 말하자 차가 곧바로 출발했다.
방파제 끝은 검은 바다를 향해 저만치 튀어 나가 있었다. 그녀는 그 끝에 차를 세웠다. 바퀴가 한 바퀴만 더 굴렀다면 차가 물속으로 들어갈 뻔했다. 그는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도 모르게 힘주었던 주먹을 이완시켰다. 시동을 끄고 라이트를 끄자 그들은 바다 한가운데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어요.”
그는 기다렸다. 그녀는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하듯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오 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오 분쯤 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누굴 안는 방법을 몰라요.”
남자를 안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남편은 어떻게? 라고 묻자 그녀가 움찔했다. 그녀는 떨고 있었는데 주먹을 꼭 쥐고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어찌할지 몰라 그냥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그녀가 이제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았다. 순간 그녀의 몸은 딱딱하게 굳었다. 숨이 멈춘 것 같았다. 그는 재빨리 그녀를 놓았다. 그가 그녀에게 힘을 빼고 숨을 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더니 오 분만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온몸에서 힘을 뺀 듯 올라가 있던 어깨가 내려갔다. 그녀가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지만, 그녀의 몸은 다시 굳었다. 그가 팔을 내리려 하자 그녀는 잠깐만 이렇게 있어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결국은 목 밑까지 차올라와 있던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는 그녀를 계속 안고 있었다. 그녀가 훌쩍거리며 울음을 다스렸다. 그의 가슴엔 그녀의 울음과 훌쩍거림, 침묵까지 고스란히 새겨졌다. 그러다가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녀의 심장 소리도 들렸다. 기절했던 심폐기능이 소생하는 느낌이었다. 덩달아 그의 심장도 더 빨리 뛰었다. 차 안은 두 개의 숨소리와 두 개의 심장 소리로 가득 찼다.
며칠 후 그는 그녀에게 지난번은 무효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그녀가 곧바로 자기가 그렇게 엉망이었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번은 자기가 안았으니 무효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또다시 무례하다고 했다.
“당신 정말 무례하군요. 전 남편이 있어요.”
그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남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의 남편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다. 남편이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 누워있는 그녀를 올라탔다. 그녀는 남편의 기습공격에 방어를 포기하고 기절한 듯 가만히 있었다. 남편이 위아래로 시도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넌 나무토막이라며 욕을 하고는 나가 버렸다.
이튿날 늦은 밤, 그녀에게서 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자가 왔다. 그는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잔디가 깔린 운동장으로 갔다. 허공도 까맣고 잔디도 까만 밤이었다. 그녀가 차에서 내려 신발을 벗고 잔디 위를 걸었다. 그도 맨발로 그녀를 따라 걸었다. 잔디와 맞닿은 발바닥이 기분 좋게 차가웠다.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도 기분 좋게 시끄러웠다. 앞서 걷던 그녀가 멈춰 서더니 돌아섰다. 잘 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건 자유라고 말했다.
“그런가요? 자유가 필요했나요? 하지만 그건, 저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에요.”
그는 곧바로 그렇다면 자유 따위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냥 안으면 된다고 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심호흡을 하고는 팔을 벌려 어정쩡하게 그를 안았다. 그녀의 두 손이 그의 등 뒤로 왔다. 그녀는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몰라 버둥거렸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깊은 호흡을 하고 나서야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가슴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둘 다 긴장한 탓인지 딱딱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작심이라도 한 듯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손도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그가 힘을 좀 빼야겠다고 말하자 그녀가 어깨를 늘어트리며 힘을 뺐다. 그가 다시, 이제 지난번처럼 편하게 숨을 쉬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의 숨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뜨겁게 터져 나왔다. 팔을 내리고 있던 그도 그녀를 자연스럽게 안았다. 한순간 그녀가 멈칫했지만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두 개의 숨소리보다 두 개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울어댔다. 그녀가 갑자기 그를 밀어내며 그만이라고 했다. 그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먼저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당신! 당신의 심장이 내 심장을 잡아먹는 것 같아요.”
그녀와 헤어진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영오에게 갔다. 영오가 현관문을 열자 그는 당신 밥을 먹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영오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가 커피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영오가 눈을 찡긋하더니 들어오라고 했다. 그가 소파에 앉자 영오는 싱크대 앞으로 갔다.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 끓는 소리가 미리의 심장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는 심장이 심장을 잡아먹는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그는 그것이 무섭다는 표현인지, 좋다는 표현인지 알 수 없었다. 영오가 싱크대 앞에서 돌아서더니 윤서는 열한 시 십 분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영오가 시각을 꼭 찍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 시각 전에는 그가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도 알아들었다. 그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커피 말고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어.”
영오가 알아듣지 못했는지 그냥 돌아섰다. 그는 큰소리로 함께 자고 싶다고 말했다. 영오가 돌아서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윤서 때문이라면 내일 낮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영오가 쓴웃음을 짓고는 그에게 아직 애인이 없냐고 물었다.
영오가 갑자기 애인이 없냐고 묻자 그는 가슴이 덜컹했다. 설마 싶었다. 그는 이제야 영오가 전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영오에게 애인이 생겼냐고 되물었다. 영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얼떨결에 배신이라고 말했다. 영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즉각 반응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영오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의 생각에 영오는 오 개월 전까지만 해도 애인이 없었다. 오 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영오와 잠자리를 했었다. 그 이후로는 영오가 잠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그가 눈치를 못 챘던 거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주차장에는 그의 차가 버젓이 서 있었다. 동상처럼 거의 일 년이 넘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해 전화벨 소리에 시달리던 어느 날, 그는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명치가 아파지더니 어지러웠다. 금방 토할 것 같았다. 그는 비상 신호등을 켜놓은 채 차에서 내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길가로 걸어가 쓰러졌다. 의사는 다른 질병은 없고 단지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뒤로 그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차 안에 앉아있으면 침몰당한 여객선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는 집과 사무실 사이를 걸어 다녔다.
그는 침대에 누워 영오를 떠올렸다. 이젠 정말 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이었다. 그가 영오를 단념하며 눈을 감자 서서히 미리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 어색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그의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이었다. 그는 영오의 배신에 대한 위로를 미리에게서 받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한편, 자기 집으로 돌아온 미리는 딸아이의 방으로 들어가 커다란 곰 인형을 끌어안았다. 그러나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곰 인형을 놓자 곰 인형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남편이 자기를 안았을 때의 자기 표정을 떠올렸다. 지금 곰 인형처럼 자신도 무표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표정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녀는 집 안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모자를 벗고 샤워를 하고 화장을 했다. 남편이 몇 년 전에 사가지고 들어온 빨간색 슬립 란제리를 찾아 입었다. 노출이 많고 부박했다. 뭐 이딴 것을 나에게 입으라는 거지! 그녀는 다시 벗었다. 자신의 알몸이 거울 속에 있었다. 그녀는 한 번만 해보자고 마음먹고는 그 옷을 다시 주워 입었다. 몹시 춥고 어색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담요를 뒤집어썼다.
자정이 조금 넘자 술에 취한 남편이 들어왔다. 그녀는 담요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편이 그녀를 보더니 미스 정이라고 불렀다. 미스 정? 누구? 그녀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남편은 술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남편이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주물렀다. 아팠다. 그녀는 ‘아!’하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남편은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더니 그녀에게 주며 팁이라고 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흘러나왔다. 남편이 뒤따라 들어와서는 그녀를 침대 위에 내동댕이쳤다. 남편은 다시 오만 원짜리 지폐를 서너 장 꺼내어 그녀에게 뿌리고는 그녀 위에 올라타 그 짓을 시작했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찢어지는 고통을 견디어내야 했다. 딸아이가 알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일이 끝난 남편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그녀를 알아보고는 나무토막이라며 욕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남편을 제대로 안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안아봐야 끝을 내도 낼 것 같았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눈을 감았다. 그때 그녀에게 전혀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 그의 체온을 느끼며 잠들었다. 그녀는 그의 심장이 자신의 심장을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그녀는 웃고 있었다.
십구 년 전, 미리는 결혼을 앞두고 결혼 공포증에 시달렸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결혼하고 날마다 남자와 함께 자고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시댁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야 하는 모든 것이 무서웠다. 또 이것들이 뒤죽박죽 어울려 결혼 생활이라는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 두려웠다. 약혼자 편수에게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맞선을 보고 만난 편수와는 한 번도 속 깊은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 편수는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결혼을 서둘렀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편수에게 자기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고 물었다. 편수는 그녀에게 예쁘고 착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게 전부냐고 묻자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글쎄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결혼을 열흘 앞두고 최대한 멀리 도망쳐 잠적했다. 편수는 생업을 접어두고 그녀를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결혼 전날 그녀가 휴대전화를 켰을 때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문자가 개미 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에게 전화하자 엄마가 소리 내어 울었다. 그녀는 언니가 죽었을 때 오열하던 엄마를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편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결혼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첫날밤 편수는 자기가 남편이라는 것을 확인하려고 했다. 또 성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술 취한 남편은 한 마리의 짐승이나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화가 나 있었다. 그녀가 처음이라면서 오 분만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남편은 오히려 처음이라는 것을 누가 믿겠냐며 막무가내였다.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겁탈 강간했다.
결혼 전 편수는 자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맞선을 보고 오 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었다. 그런데 첫날밤 남편이 그녀를 겁탈하자 그녀의 눈앞에 언니의 주검이 나타났다. 계엄군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총칼에 유린당한 채 아스팔트 위에 너부러진 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열 살이었던 그녀는 언니의 주검과 함께 길 한복판에 버려져 있었다.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한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언니의 주검과 같다고 느꼈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강간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결혼 오 개월 만에 그녀가 임신했다. 남편은 나무토막도 임신하는 재주가 있다며 그녀를 조롱했지만,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잠자리를 피할 핑계를 얻은 셈이었다. 태아에게는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그녀는 스스로 다짐했다. 사랑해서 낳은 아이라고 자신을 세뇌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고 아이는 잘 자라주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남편은 또다시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겁탈했다. 그녀는 아픔을 참다가 결국, 한마디 했다. 아프기만 하고 하나도 좋지 않다며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에게 정말 최악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얼굴을 붉힌 채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 뒤로 얼마간 남편은 그녀에게 잠자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침묵했다. 그녀는 오히려 침묵이 좋았다. 그러다가 아이가 세 돌이 지났을 때였다. 어느 날 남편의 바지를 세탁하려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남편이 화를 내며 말했다.
“만지지 마, 아가씨들 팁 줄 거야.”
이번엔 그녀가 침묵하자 남편이 말했다. 밖에서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날 밤 술에 취한 남편은 그녀에게 구타와 성폭력을 가했다. 그 후로 그녀는 도저히 남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무섭고 더러웠다. 그때부터 그녀는 집 안에서도 모자를 썼다. 그러자 모멸감을 느낀 남편은 더 포악한 짓을 일삼았다. 그녀는 잘 자라는 딸을 보며, 또 폭력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을 보며 참고 살았다.
그는 그녀에게 술 한잔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가 좋다고 했다. 이튿날 저녁 그는 아파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의 차가 와서 섰다. 그가 조수석에 올라타려다가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남장하고 있었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콧수염까지 붙이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불렀다. 그녀는 아가씨들이 있는 술집에 가자고 했다.
두 사람은 단란주점으로 들어가 도우미 두 명을 불렀다. 그녀는 오만 원짜리 지폐를 각각 도우미들에게 건넸다. 그러자 도우미들이 알아서 놀았다. 도우미 하나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을 만지도록 했다. 또 다른 도우미는 탁자 위에 올라가더니 옷을 벗으며 춤을 추었다. 돈 오만 원으로 도우미들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구토가 올라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에게 도우미가 이 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도우미에게 옷을 벗으라고 했다. 그녀는 오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건네며 옷값이라고 했다. 도우미가 손가락 하나를 더 폈다. 그녀는 지폐 한 장을 더 줬다.
단란주점에서 나온 두 사람은 손님이 없는 조용한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둘은 소주를 서너 잔씩 마셨다. 그녀가 남편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남편과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남편 이야기를 하자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돌연 그에게 당신도 사랑 없이 성교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마도’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집으로 가버렸다.
그녀는 남편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문자 보냈다. 딸아이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오라고 보냈다. 그녀는 술상을 차려놓고 도우미에게서 사 온 옷을 입었다. 옷은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옷을 입기는 했으나 벌거벗은 것보다 더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남자들이 이런 천박한 것에 환장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들은 이런 것을 야하다고 하는가 싶었다. 또 남자들은 야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는가도 싶었다. 남자들은 야한 모습의 여자에게 기꺼이 돈을 지급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 옷을 입고 있었다.
남편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어왔다. 술에 취해 있었지만,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그녀가 한잔하자고 말하자 남편이 천박하다는 듯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는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그녀에게 드디어 미쳐도 더럽게 미쳤다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샤워기 밑에 주저앉아 울었다. 실컷 울고 나자 담담했다. 오늘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젖은 옷을 벗고 몸을 닦았다. 알몸이 오히려 천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몸으로 남편 앞에 섰다. 남편은 넋을 놓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한 번만 제대로 안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정말로 미쳤냐며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해주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녀를 침대 위로 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제발이라며 소리쳤다. 제발! 그녀는 자기를 제대로 안아달라고 했다. 체온을 느끼게 해달라고 했다. 그녀가 소리치자 남편이 멈칫했다. 잠시 후 그녀가 물었다.
“당신! 안는 방법은 알아요? 사람을 제대로 안을 수 있냐고요?”
남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억울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나무토막 주제에 안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고 대꾸했다. 첫날밤 오 분만 기다려줬으면 알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무슨 미친 소리냐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지런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누군가를 안는다는 것은 상대의 숨소리를 듣는 거예요. 상대의 심장 소리를 느끼는 거라고요.”
그녀가 단호한 어조로 말하자 남편은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남편은 그대로 집에서 나가버렸다. 나가면서 말했다.
“넌! 미친 거야! 정상이 아니야! 그래서 시영이가 죽은 거야!”
시영이가 죽었다니! 그녀는 깜짝 놀랐다. 시영은 친구 집에 갔는데 무슨 소리냐고 소리쳤다. 그녀는 알몸으로 현관 밖까지 뛰어나왔다. 남편을 태운 승강기는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다가 굴러 넘어진 후 깊은 잠에 빠졌다. 그녀는 병원에서 깨어났다. 눈앞에 그가 있었다. 경찰이 그에게 전화했다고 했다. 그녀가 최근에 연락한 사람은 오로지 그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녀는 남편과 딸아이에게 전화해야겠다고 했다. 그는 자꾸만 남편과 딸아이를 찾는 그녀가 이상했지만 달리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가 딸과 남편에게 전화하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딸도 남편도 연락이 안 된다면 울음을 터트렸다. 남편은 시영이가 죽었다고 말하고는 나가버렸다고 했다. 정말 시영이가 죽은 거면 어떻게 하냐고 울먹였다. 그녀가 울자 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시영은 천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시영은 윤서에게 갔는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잠들었다. 이튿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그에게 우리 시영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함께 시영에게 가자고 했다.
그는 일 년 만에 운전대를 잡자 손도 심장도 떨렸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달렸다. 한참 후, 두 사람은 바닷가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방파제 난간에 수많은 노란 리본이 매달려있었다. 그녀가 멈칫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가 어딘가 앞에서 섰다. 그 앞에 이시영이란 이름을 단 리본이 있었다. 시영이의 사진도 붙어 있었다. 리본엔 살아서 돌아오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그는 시영이가 여기서 떠났다고 말했다. 순간 그녀는 맥없이 주저앉았다. 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라왔다. 그녀는 가까운 과거에서 점차 먼 과거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퇴사하고, 그가 이혼하고, 그의 아내와 윤서가 차 창문을 두드리고, 남편이 죽고, 시영이가 죽고.
시영과 윤서는 같은 고등학교 이학년 같은 반 단짝이었다. 수학여행 중에 윤서와 시영이가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 시영은 죽고 윤서는 구조되었다. 많은 학생이 죽자 세상은 시끄러웠고 온 나라 온 국민이 침울했다. 윤서는 살아남았지만, 세상과 싸워야 했다. 세상은 살아남은 사람에게도 관대하지 않았다. 세상은 아주 당연한 듯 윤서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후유증이라고 했다.
그와 미리는 한 사무실에서 일했다. 그는 사장이었고 미리는 직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로했고 진심으로 아파했다. 윤서가 살아남아서 감사한 만큼 시영의 죽음을 아파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이 고맙고 감사했다.
세상은 대참사 앞에서 그저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화가 난 남편은 딸아이의 죽음에 매달려 점차 폐인이 되어갔다. 남편이 그러자 그녀는 자기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삼 개월 간 휴직한 그녀는 다시 그의 사무실에 나갔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자 남편은 그녀를 전보다 더 폭력적으로 대했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냐며 그녀를 공격했다. 그녀가 반응하지 않자 남편은 시영이가 죽은 것이 모두 다 그녀 때문이라며 괴롭혔다. 남편은 술에 취해 살다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죽었다.
시간은 힘겹게 흘러갔다. 시영의 첫 번째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녀를 술자리에서 데리고 나온 그는 막상 갈 곳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가까이에 있는 자기 차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시영이가 보고 싶다며 울었다. 그때 빵집에 들렸다가 집에 들어가던 영오와 윤서가 그의 차를 발견했다. 차 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윤서는 시영이 엄마를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윤서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영오는 자신이 입은 충격보다 윤서가 입은 충격에 더 분노했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윤서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불안장애가 더 심각해졌다. 끝내 영오는 그와 헤어졌다. 윤서가 그를 거부했고 얼굴조차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에도 자신의 결백을 아내 영오에게 호소했다. 영오는 알겠다고 했지만 윤서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객선 침몰 당시 시영을 배 안에 두고 혼자 밖으로 나온 윤서는 시영에게 죄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아빠가 시영 엄마를 안고 있는 것을 봤던 거다. 배신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윤서는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 수렁은 더 깊어졌고 정신과에서 처방된 알약도 더 많아졌다. 한편, 미리는 자기 때문에 그와 영오가 이혼한 것만 같아 더는 그의 회사에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퇴사하면서 그에게 분홍색 와이셔츠를 선물했다. 감사의 선물이었다. 그와 영오, 윤서, 미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아픔과 싸우며 시간을 지워나갔다.
그러나 혼자 된 미리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픔과 절망은 그녀를 우울의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우울은 자살을 충동질했다. 밤마다 차디찬 바다 위를 떠다녔다. 정말 무서운 것은 악몽에 시달린 이후에도 늘 혼자 남아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야 했다. 언니와 시영에게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했다.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자 잊기로 다짐했던 그가 생각났다. 연락할 곳이 그밖에 없었다. 그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그는 수백 번에 달하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철저히 혼자였다. 그때 그녀는 시영을 자기 꿈속으로 들여놓았다. 그녀는 시영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또 어느 날엔 남편도 찾아왔다. 남편은 여전히 폭력적이었지만 그녀는 참았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는 것이 오히려 좋았고 익숙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시영과 남편을 꿈속에서 밖으로 불러냈다. 그녀에게 꿈과 현실의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시영과 남편을 환영으로 만들어 놓고 한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녀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 그녀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를 더 깊숙이 눌러썼다. 세상 어느 것도 똑바로 보지 않았다. 가끔 시영과 남편이 보이지 않게 되면 그녀는 집을 나섰다. 차를 끌고 목적지 없이 달리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집으로 뒤돌아오곤 했다. 그러다가 바람이 수상하게 불던 날, 그녀 앞에 그가 있었던 거다.
그도 영오와 이혼하고 나서 혼자였다. 그녀가 퇴사하고 삼 개월쯤 지났을 때부터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전화를 모른 척했다. 그녀와 연락을 하게 되면 아내와 딸을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한 달이 넘게 그녀의 전화는 계속되었다. 밤과 낮, 새벽 구분 없이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는 전화벨 소리만 울리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하고 화가 나고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혔다. 그는 그녀의 번호는 물론이고 불필요한 전화번호를 차단,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증세는 더 악화하였다. 그는 영오를 찾아가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가끔 영오를 만나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가 주인 없는 바람이 불던 날 돌연 그녀의 차가 앞에 와서 멈춰 섰다. 그는 그냥 나왔다고 말하는 그녀가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어쩌면 누군가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가 자꾸만 죽은 시영과 남편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녀도 매우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고 그도 안기고 싶었다. 타인의 따듯한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타인의 뜨거운 체온을 빌려서라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어쩌면 또 다른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노란 리본 앞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안았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심장 소리와 그녀의 심장 소리가 같은 빠르기로 뛰는 것을 느꼈다. 그와 그녀는 서로 중얼거렸다. 네 심장이 내 심장을 잡아먹고 있어. 너로 인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겠어. 그래 우린 살아있는 거야.
얼마 후 그와 그녀는 함께 뛰는 심장과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광장으로 나갔다. 다른 이들과 발맞춰 걸으며 소리쳤다. 우리의 심장을 위로하라!
(*. 2018년 문예지 소설미학 여름호 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