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시기였지요.
유독 한 여자 아이가 딸래미를 적대감을 가지고 대하고
툭하면 그야말로 줘 패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딸래미는 그 아이가 미웠겠지요. 자꾸만 때린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엄마는 그 아이가 너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아침 등교 시간에
잠깐 얼굴을 봅니다. 우리 딸램을 교실에 못 들어오게 합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너무 어여쁩니다. 순간 그 아이를 안아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딸아이를 한 번 안아주고는
뾰루퉁해 있는 그 아이를 향해 팔을 뻗었습니다. 당근 도망갑니다.ㅎ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를
대하게 되었지요. 날마다 아이를 들여보낼 때, 그 아이에게 팔을
벌려 보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그 아이는 자신의 팔 한 쪽을 내어
주었지요. 때론 인심 좋게 볼을 내어 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여러 달, 어느 날 현관에 나와서 딸아이와 제가 오는 것을 바라보더군요.
물끄러미 보다가 '안아주세요.' 라고 아주 사랑스럽게 말 하는 것입니다.
그 아이를 깊게 끌어 안았습니다. 내 아이가 질투를 하길래 둘 다를 얼싸 안아
주었습니다. 세상이 내게 준 선물을 받은 셈이지요.^^
딸아이는 더이상 그 아이에게 맞지 않았거니와 너무나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게 되었지요. 알고봤더니, 그 아이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던
거였어요. 친밀한 애정을 나누며 교실로 들여보내어진 제 딸아이가
너무나도 부러웠던 거지요. 선생님께서 저에게 아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해 주셨고 제 딸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진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느 날, 하교시간에 갔더니 뒷마당에서 놀이가 한창입니다. 교실을
가로질러 뒷마당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 아이가 다가와서
꽉 쥐어진 작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줌마 먹어.' 라고 하면서 건네
는 것을 보니 누.릉.지 였습니다. 이녀석의 땀이 섞여 제대로 간이 맞
는 그런 감동적인 누릉지를 받아들고서 '네 몫의 간식 아니니?' 했습니다.
'그냥 아줌마 먹어...' 합니다. 저는 그 누릉지 맛을 죽을 때 까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때로 엄마 품에 안기듯 와서 폭 안긴 그 아이를 보며
아이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세상을 제대로 껴안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그 아이를 문제가 있는 성질 까칠한 아이로만 보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부모교육을 할 때에 필히 이 이야기를
합니다. 사랑으로 극복 못할 것이 없습니다.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
는 것이 문제를 가장 잘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다 소중합니다. 크고 작은
아이들간의 문제를 보다 더 성숙한 방식으로 어른이 바라보고 행할 때
아이들은 이 세상이 살 만 하고 안전한 공간임을 확인받는 것입니다.
사랑밖엔 도리가 없습니다.
무슨 대단한 기부활동 보다도 마음을 열어두고 세상을 껴안는 것이 동시
대를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써(^^) 가져야할 기본 자세가 아닐까 감히 말해
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감사 작성시간 08.07.28 이룸님의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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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도우미 작성시간 08.07.28 사랑의 감동실화네요.거친아이와 좋은 아줌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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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07.30 ㅎㅎ 그 아이는 거칠지 않아요.^^ 좋은 아이와 배우는 아줌마 이야기에 가까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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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불노초 작성시간 08.07.31 그 아이가 다가와서 꽉 쥐어진 작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줌마 먹어.' 라고 하면서 ....'그냥 아줌마 먹어...' 합니다. 사랑받은 존재는 사랑하는 사람은 조건이 없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해주는 거지요. 여러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