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귀의 어떤 하루
김순규
성문 밖 새끼 나귀 한 마리 엄마 따라왔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그중 한 분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는데
오래전부터 우리를 아시는 듯 다가오셨다
내 등을 잠시 쓰다듬으실 때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기쁨이 나를 감쌌다
그분이 우릴 택하시고 부르셨다.
사람들은 옷을 벗어 덮어 주었고
그분이 올라타시자
나는 잠시 비틀거렸다
흘깃 돌아본 엄마 눈과 마주쳤다
-배에 힘을 주거라. 무릎과 발목으로 버텨야 해
그러자 용기가 생겼고 마침내 버티고 섰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길 위에 옷과 가지를 깔고 꽃을 던지기 시작했다
군중 소리에 정신이 없었으나 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그래, 잘 하고 있어, 그렇게 하는 거야
-서두르지 말고 똑바로 걸어야 한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환호성 소리에 우쭐거리면 안 된다고도 했다.
난생처음 이 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엄마의 미소가 입가에 번지고 눈물이 반짝였다
어느새 성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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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순규
• 1950년 전북 임실 출생
• 2020년 《창조문예》 시로 등단
• 시집 「솔바람 피리소리
•창조문예상 수상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한국기독교문인협회 이사
•창조문인협회 회장
출처
김순규 시집, 생각이 머문 곳에 마음꽃 피고, 창조문예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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