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샘솟는기쁨, 2019
옮긴이 에필로그 Epilogue
퀴블러 로스의 죽음 해석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 생각하는회'는 1991년 김옥라 명예이사장(당시 이사장)이 남편을 갑자기 사별한 후 뜻을 함께하는 분들의 모임으로 창립되었다. 김옥라 명예이사장은 죽음을 배우기 위해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며 스스로 공부하였다. 특히 알폰스 디켄 박사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을 통해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죽음교육의 바탕을 삼았다. 지금은 퀴블러 로스의 책이 다수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그 당시는 원서를 읽으며 교육에 적용하였다.
각당복지재단에서 상임이사의 책무를 맡은 지 벌써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재단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의 죽음에 대한 연구와 저술은 아직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1983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었으나 아직 한국어 번역판이 정식으로 발간되지 않은 어린이와 죽음을 내어놓게 되었다. 비교적 초기 저술로 그녀가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주최한 '죽음과 슬픔 세미나'의 단편들, 참석자들이 보내온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죽음과 사별 연구를 위해서 애썼는지 알 수 있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깊은 계곡에 폭풍우가 몰아치지 못하게 하였다면, 그 아름다운 절경은 볼 수 없었으리'라는 구절이다. 이 책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것은 아픔을 피하기보다 직시하고 깊이 수용할 때 아픔은 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성숙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른들이 어린이들이 아니다. 올바른 사랑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의 과정은 두렵거나 비참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깊은 사랑의 교환이 이루어지며, 이는 영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죽음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죽음에 대하여 어린이는 어른과는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어떤 의미에서 어린이는 죽음에 대해 어른보다 잘 알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어른이 알지 못하는 지혜가 있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예지는 시와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순수해서 맑은 마음으로 죽음을 대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잃는다는 것은 상실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일 것이다.오랜 병고 끝에, 또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작스런 사고로, 심지어 타살이나 원인 모를 실종, 자살로 인해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아픈 경험을 잊지 못하고 평생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갈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퀴블러 로스의 애정과 따뜻한 격려에 힘을 얻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보내 온 편지는 자녀의 죽음 이후에 알게 된 신비로운 체험과 오히려 부모를 위로하고자 남긴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치 모든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죽음을 통해 삶을 완성하고, 삶에 있어 사랑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죽어간 아이들의 영적 혜안은 신비롭다.
죽음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큰 변화이다. 퀴블러 로스는 수많은 임종과 근사체험, 체외이탈 경험을 지켜보면서, 죽음이란 나비가 고치에서 나오듯이 영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육체를 벗어나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는 것임을 믿는' 것이 아니라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고, 사는 동안 사랑을 배우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고치를 벗고 새로운 영혼의 세계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소망은 남은 자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나의 어머니가 1년 전에 돌아가셨다. 1주기를 앞두고 남겨놓으신 삶의 자취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머니는 내게 사랑의 가치를 선물해 주셨다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다. 슬픔에 간혹 홀로 눈물 흘릴 때도 있지만, 다시 만나게 될 어머니를 생각한다.
내게 삶이 주어졌다는 것은 퀴블러 로스의 말대로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며 사는 열정적인 삶을 위한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사랑이 아들 영환이와 딸 선영에게도 이어지길 바란다.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좋은 배움을 선사해 준다. 또한 자녀를 잃고 슬픔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는 깊은 위로를 전해 줄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이 책의 번역을 권면하신 김옥라 명예이사장님과 책을 함께 읽으며 손보아주셨던 어머니, 출판에 도움을 주신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윤득형 회장님, 그리고 도서출판 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옮긴이 오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