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망친 날
곽해룡
시험 망친 날
전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앉아 꾸벅이던 아저씨가
나한테 몸을 기대었습니다
화난 엄마 얼굴 자꾸 떠올라
놀러 가는 척
이모네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나는 아저씨가 넘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어 버티었습니다
공부도 못하고
엄마한테는 실망만 주는 내가
나보다 힘센 아저씨를 받쳐 주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스러웠습니다
내가 밀리면
나한테 기댄 아저씨가 휘청할 것입니다
갑자기 정신이 든 아저씨는
얼떨결에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화를 내는 것도
나한테 기대고 있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내가 밀리면
내게 기대고 있던 엄마 마음이
휘청하면서
얼떨결에 화를 내는 것인가 봅니다
아저씨를 몸으로 받쳐 주고 가는 동안 내가
갑자기 훌쩍 커 버린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가 마음 놓고 기댈 수 있게 나는
온몸에 힘을 꼭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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