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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시]도순태 시인의 시 세계 — 존재의 귀환과 상실의 서정

작성자booknbook|작성시간26.06.06|조회수28 목록 댓글 0

도순태 시인의 시 세계 — 존재의 귀환과 상실의 서정

(도순태 시집 수록 시편들을 중심으로)

                                                                               송광택

 

1. 들어가며 — 경계 위에 선 시

 

도순태의 시는 경계에 선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존재와 소멸의 경계. 그의 시편들은 그 경계를 서성이며 길을 잃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1957년 경북 경산 출생으로 200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삶의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우리 시대의 노쇠함과 상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꿈을 응시한다. 그의 시 세계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죽음과 귀환의 서사, 상실과 꿈의 좌절, 그리고 기억과 시간의 탐색이 그것이다. 이 세 축은 서로 맞닿아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을 이룬다.

 

2. 죽음은 귀환이다 — 「장엄한 비행」

 

도순태의 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작품은 「장엄한 비행」이다. 이 시는 모나코호랑나비의 생태적 사실, 즉 4대에 걸쳐 4500km를 날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본능적 귀소(歸巢)를 죽어가는 노인의 임종과 포개어 읽는다. 암병동 702호에 누운 노인은 나비의 은유 안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호랑나비"가 된다. 시인은 죽음을 소멸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출발점으로의 귀환이며, 이정표를 따라 완성되는 긴 비행이다.

"종이처럼 구겨진 몸 종이비행기처럼 접어서 / 서서히 노인의 영혼을 날게 한다"는 구절은 이 시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쇠잔한 육체를 종이비행기의 이미지로 치환함으로써, 시인은 노쇠와 임박한 죽음을 비루하게 두지 않고 오히려 가볍고 고요한 이륙(離陸)의 순간으로 전환한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세워질 노인의 이정표에 / 이륙의 등불이 환하게 켜질 것이다"라는 결말은 죽음의 자리에 희망의 불빛을 세운다. 죽음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편대비행"의 이미지는 개인의 소멸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 사이의 연속적인 비행임을 역설한다. 나비와 노인은 함께 "존재의 이유에 풀리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 날아간다. 이 시는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장엄함을 잃지 않는 시인의 시적 성숙을 잘 보여준다.

 

3. 갇힌 꿈과 좌절의 서정 — 「늙은 포경선의 꿈」, 「난쟁이행성 134340에 대한 보고서」

 

도순태의 시에서 반복되는 또 하나의 주제는 꿈의 좌절과 그 슬픔이다. 「늙은 포경선의 꿈」에서 시인은 더 이상 출항하지 못하는 포경선을 통해 젊은 날의 꿈과 욕망이 어떻게 시간 앞에 녹슬어 가는지를 절절하게 그린다. "꿈에 다시 피가 돌아 달려가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독자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시인 스스로에게 던지는 절박한 자문이다. 밤마다 꿈속에서만 청동 작살을 던지는 사내는 각성한 현실 속에서는 "이젠 바다로 나갈 수 없는 불구된 꿈"만을 안고 장생포 바다를 배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 좌절의 주제는 「난쟁이행성 134340에 대한 보고서」에서 더욱 구체적인 생활의 얼굴을 얻는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되는 과학적 사건은, 이 시에서 가장의 역할과 꿈이 축소되어 가는 한 남편의 초상과 정확하게 겹쳐진다. "빛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별이 될 수 없어"라는 구절은 현대 사회가 성과와 빛남을 상실한 존재에게 얼마나 냉혹한지를 냉정하게 지적한다. 알약 이름들인 알비스럼·낙센에프정·니소론정을 시어로 끌어들이는 시인의 솜씨는 놀랍다. 낯선 약품명들이 "그를 따라 도는 작은 행성"으로 치환될 때, 삶의 고통이 오히려 우주적 규모의 비애로 확장된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구의 한 해가 명왕성에서는 248년"이라는 사실을 시적 희망으로 뒤집어, 마침내 남편은 별의 이름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긴 기다림의 위로를 건넨다.

 

4. 기억과 시간의 순례 — 「돌 속의 춤」, 「서출지를 읽는다」, 「길 위의 행려」

 

도순태는 공간과 역사적 장소를 통해 기억과 시간의 문제를 탐색하기도 한다. 「돌 속의 춤」은 반구대 암각화 속 사내의 형상을 바라보며, 그 선사인의 춤이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문자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고 있는 시간"일지 모른다고 읽는다. 오천 년 전 돌에 새겨진 춤과 현재의 슬픔을 "현재진행형"으로 잇는 시선은, 시인이 시간을 선형(線形)이 아닌 순환으로 인식함을 보여준다.

「서출지를 읽는다」는 경주라는 역사적 공간 속에서 개인의 기억과 신라의 천년을 교직한다. 은행잎의 황금빛 낙하를 "첫 편지"와 "붉은 심장"으로 읽는 시인의 감각은 섬세하다. "넘겨도 넘겨도 마침표를 찾을 수 없다"는 결말은 역사가 무한히 열린 텍스트임을, 동시에 기억이 결코 끝나지 않는 읽기의 행위임을 말한다.

「길 위의 행려」는 내비게이션이 꺼진 도로 위의 경험을 존재론적 길 잃음으로 승화한다. "내 안의 길은 이미 삭제됐다"는 선언은 현대인이 외부의 기술에 기억을 위탁한 채 내면의 지도를 잃어버린 실존적 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5. 나오며 — 낮고 깊은 언어의 힘

 

도순태의 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낮고 깊다. 죽음, 노쇠, 좌절, 기다림 같은 주제들을 나비·포경선·명왕성·암각화라는 구체적 대상에 기대어 말함으로써 그의 시는 관념의 공허함을 피한다. 무엇보다 그의 언어는 슬픔을 슬픔으로만 두지 않는다. 기울어진 어깨 위에도 이정표의 불빛을 세우고, 녹슨 포경선 위에도 꿈의 피가 다시 돌기를 간구하는 그의 시 세계는, 상실의 서정 안에 끈질긴 생의 의지를 품고 있다. 그것이 도순태 시 세계의 가장 단단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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