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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민출판사](광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애착과 공허를 그린 철학적 소설 시리즈!! 「제0의 모순 2권」 (오동원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작성자북즐뉴스|작성시간26.05.11|조회수30 목록 댓글 0

『제0의 모순』 2권은 1권에서 미처 끝나지 않은 감정과 관계의 뒷면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우순심의 젊은 날에 머물렀던 시선은 이제 어머니로 살아온 시간, 친구 남순과 희숙과 나눈 우정, 딸 황정순과의 미묘한 거리,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애착과 공허까지 따라간다. 2권에서 더 오래 남는 것은 사건의 충격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끝내 남아 있는 잔향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한 번에 정리되지 않는다. 삼총사의 기억은 비극 속에서도 마지막 온기를 남기고, 우순심의 삶은 선악으로 가를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얼굴을 끝내 보여준다. 그래서 2권은 해설처럼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1권에서 막 열린 문을 지나, 그 안쪽의 어둠과 온기, 부끄러움과 애정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관계는 끝났는데 감정은 끝나지 않고, 삶은 지나갔는데 기억은 계속 남는다. 『제0의 모순』 2권은 바로 그 남겨진 마음들의 결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쉽게 단정될 수 없는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두 권을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오래 잊히지 않는 몇 사람의 삶이다.

 

 

 

<이 책의 목차>

 

추천사

5학년부터 4학년까지

슬픈 우상

닫는 글

작가의 말

 

 

 

<작가의 말>

 

덧붙이기는,

‘사람은 왜 사람인가?’

뭐 다를 거도 없어? 새를 생각하면, 뭐 날지도 못하잖아?

그때에 인간의 유일한 언어유희. 사고(思考), 논리(論理)의 도락…… 문장(文章)의 묘미. (1권, 여는 글 16쪽)

 

마누라가 명색이 일세를 풍미했다는 소설가인데 한낱 탁상활자의 그 수만 상상을 우롱해서 내가, 소설가가 발견한 사진 속 황민호에게 쓰러지다시피 기대선 젊은 여자는 그의 제자였다. (2권, 본문 13쪽)

 

……더욱 불행한 건 피에로처럼 짙은 화장으로 거의 변장한 그녀를 내가 한눈에 알아봤다는 거예요. 그날 좀 술이 과해 분명하지는 않지만 뭐 그녀는 이랬던 거 같아요.

 

‘…바뀐 건 없어. 그때도 전공은 연애였거든. 부전공이 문학이었을 뿐이지, 그걸 저버렸을 뿐이지. 꿈★은 (손가락으로 별을 그렸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호호호…’

(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꿈이지. 개꿈도 아니고, 꿈이 이뤄져서야 그게 무슨 꿈이야.)

 

흐윽……

(……그래, 맞아. 이제사 말이지만, 이뤄진 꿈이란 개꿈이었던 거지. 거지? 진짜 거지 같다. 방랑시인, 김병연. 세상이 거지 같아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비렁뱅이 시인, 김삿갓. 꿈★은 이뤄지지 않아서 진짜 꿈을 꾼 거지, 진짜 슬픈 거지.)

흐으흑…… (2권, 본문 61쪽)

 

구태여 입을 열어 정순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우주에는 우리 태양보다 이천 배나 큰 별이 있다는구나. 그 별이 우주에서 가장 큰 별이라는데, (이건 별이 아니라 성단이라는 추측도 있대. 하긴 지구에서 거의 일만구천 광년에 있다니, ‘광년’은 알지? 광년은 시간이 아니고, 일 광년이면 빛이 일 년 동안 간 거리, 그러니까 지구에서 빛이 거의 일만구천 년 동안 간 거리에 있다니 누군들 그것을 그것으로 단정하겠냐마는. 다시 생각해 보겠니? 그 별을 우리가 그 별의 빛으로 지각한다면 그건 그 별의 거의 일만구천 년 전이지?

……내 입이 ‘일만구천 년’이라 했니? 말이 쉽구나. 일만구천 년 전이면 인류는 아직 신석기가 시작되지 않았어. 구석기가 막 끝나가고 있었지. 마지막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진입하고 있었다잖니? 고작 인류는 그때 돌을 깨서 다듬어 도구로 사용하며 인류의 문명은 막 시작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 별이 지금 대폭발로 블랙홀이 된다면 그걸 우리는 일만구천 년 후에 보고 지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 별의 ‘지금 현재’를 인류가 볼 수나 있으련지?) 그마저도 인간이 인지하는 인간의 ‘지금 현재’일 뿐일 테지. 이제 겸손해진 태양의 대략 100분의 1의 지구, (그럼, 태양에 이천 배나 크다는, 방금 말한 그 별은 그럼 지구의 몇 밴 거니? 난 여엉 숫자에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지구라는 이 작은, 뭐 그래도 예쁜 초록별에 사는 인간이 붙인 그 별의 이름이 무슨 의미일까마는 그 별을 ‘스티븐슨 2-18’이라 부른다지? 근데…… 구태여 입을 열어 말할 거도 없겠지만, 그 별 또한 우주의 한 마이크로의(지구의 이십만 배의) 점일 뿐인 거지.’ (2권, 본문 109쪽)

 

2박 3일, 내가 ‘설국(雪國)’을 읽은 게 여고 입학고사를 치르고, 아직 중학교는 졸업하지 않고 휴면에 든 누에처럼 잔뜩 웅크려 기나긴 겨울방학을 보내던 그해 늦은 겨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면면과 그 행적, 특이나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연애가 재미있었을 법도 한데 그 사랑의 무대가 되어준 눈 덮인 온천 취락에, 여기저기 스멀거려 끝없이 피어오르는 증기에 둥실둥실 부유하듯 더욱 빠져들었다. 차가움과 따스함의 극한 대비는 정서의 가늘었지만 깊은, 그 사이를 비스듬히 열었다. 사사로움, 유한한 것들과 얽히며 허무주의는 오히려 은하수를 우러러 무한의 영원을 모색한다. 헛수고, 난데없는 이 허무가 근거 없던 두려움의 발원지였을까……? 그 이후 한동안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설국’은 겨울철에 읽도록 장려하곤 했다. 가뜩이나 소리 없이, 아닐까? 소곤소곤 눈 내리는 밤에 커다란 창가에서.

 

눈 덮인 가평에서의 2박 3일은 짧게 지나갔다. 그 2박 3일은 그보다 짧은 시간보다 길지 않았으며, 그보다 긴 시간보다 짧지 않았다. 내가 거기에서 보낸 그것은 이미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설국’을 읽도록 장려했던 ‘겨울철’은 이미 시간의 겨울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 2박 3일은 시간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공간의 세계였다. 짧지도 않고 자그마한, 내게는 겨울날에 소리 없이, 아닐까? 소곤소곤 눈 내리던 2박 3일의 소설, ‘설국’이 그렇듯 거기에 영원(永遠)이 있었다. (1권, 본문 88쪽)

 

……하물며 집게손가락보다 크지 않은 그 ‘저장공간’도 내가 갖지는 못했습니다. 황정순에게 돌려주지도 못하고 그저 거기에 방치했습니다. 황정순도 극구 내게 떠넘기는 그것이면 다만 그건 다시 땅으로 (영원히?) 들어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2권, 닫는 글 127쪽)

 

 

 

<추천사>

 

『제0의 모순』 2권은 1권에서 열어 놓은 질문들을 더 깊은 자리로 끌고 간다. 1권이 사건의 문을 열며 한 여성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책이라면, 2권은 그 내면이 지나온 시간의 결까지 따라가 보는 책이다. 우순심의 젊은 날만이 아니라, 어머니로 살아온 시간, 친구들과 나눈 우정, 딸 황정순과의 거리와 애착, 그리고 사랑이 지나간 자리의 공허까지 2권에서 더 넓게 펼쳐진다. 그래서 2권은 서사의 연장이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더 깊은 침잠에 가깝다. 사건보다 사람, 판단보다 흔들림, 결론보다 잔향이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권에서 특히 선명해지는 것은 우순심이라는 인물이 ‘작가’ 이전에 한 인간이고, 한 어머니이며, 한때 누군가의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딸을 품고 키우는 시간, 배신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시간, 친구 남순과 희숙을 통해 자기 세대의 상처를 되비춰 보는 시간은 이 소설을 개인의 연애사나 문단 소설로만 읽히지 않게 한다. 우순심의 삶은 언제나 관계 속에 놓여 있고, 그 관계들은 한 번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사랑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모성만으로도 환원되지 않으며, 지성과 감정이 늘 어긋난 채 공존하는 사람. 2권은 그런 우순심을 더 오래, 더 가까이 바라보게 한다.

 

2권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축은 여성들의 우정이다. 삼총사처럼 불리던 친구들의 시간은 젊음의 빛나는 추억으로만 남지 않는다. 각자의 실패와 상처, 외로움과 체념이 켜켜이 쌓이면서 그 우정은 한때의 명랑함을 지나 더 쓸쓸하고 더 단단한 것이 된다. 누구도 서로를 완전하게 구해줄 수는 없다. 다만 서로의 몰락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은 남아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마음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준다. 그래서 남순의 이야기도, 희숙과 마주 앉아 침묵하는 장면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삼총사의 기억은 이 작품의 도착하는 위로가 있고, 설명보다 더 오래 남는 동행이 있다는 사실을 2권은 조용히 증명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은 황정순과 이민석의 관계, 그리고 우순심이 그 둘 사이를 바라보는 복합적인 심리까지 건드리며 더욱 위험하고 미묘한 자리로 들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극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지점으로 미끄러지는가 하는 점이다. 이상과 현실, 보호와 욕망, 존경과 추락 사이에서 ‘우상’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손닿지 않는 곳에 있을 때만 유지되던 이미지가 현실의 체온 앞에서 무너질 때, 인간은 비로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권은 그 순간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정적으로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끝까지 인간의 비애와 부끄러움, 그리고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애착을 함께 품고 간다.

 

작가의 말에 놓인 문장들 또한 2권을 읽고 나면 더 깊게 들어온다. “사람은 왜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이 두 권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며,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고백은 이 작품 속 인물들이 지나온 세월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단순한 허무로 기울지는 않는다. 인간이 끝내 모순적이고 완전해질 수 없기에, 그 삶을 말과 문장으로 붙들어 보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2권은 바로 그 절실함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책이다. 인생은 짧고, 관계는 쉽게 무너지고, 꿈은 어긋나기 쉽다. 그런데도 사람은 끝내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쓰고, 살아낸다. 이 소설은 그 사실을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게 남긴다.

 

『제0의 모순』 2권은 1권의 해설서라기보다, 1권에서 미처 다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의 심연을 끝내 완성해 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의 윤리와 욕망의 그림자, 모성과 상실, 우정과 추락,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끝내 붙들어 두고 싶은 삶의 잔해까지 함께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2권은 오래 남는다. 쉽게 읽히는 소설보다 오래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찾는 독자, 한 사람의 삶을 선악으로 재단하지 않고 그 내부의 떨림까지 따라가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작품은 분명 깊은 여운을 남길 것이다.

 

(오동원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36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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