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나라
전윤호 /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파란시선 0006 / B6 / 116쪽 / 2016년 7월 31일 발간 /
정가 10,000원 / ISBN 979-11-956331-6-6 / 바코드 9791195633166
신간 소개
고요하고 쓸쓸하고 오롯이 맑은 시집
전윤호 시인의 다섯 번째 신작 시집 <천사들의 나라>가 2016년 7월 31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전윤호 시인은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하였으며,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고,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늦은 인사>가 있다. 시와시학 작품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전윤호 시인의 어법은 담담하다. 그는 함부로 눈물을 보이지도 않으며, 애써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고, 쉽사리 분노에 휘둘리지도 않으며, 설익은 한탄에 젖지도 않는다. 다만 정선 장터 뒷골목 어느 허름한 술집에 앉아 메밀전병에다 옥수수막걸리 한 사발을 건네며(「메밀전병」) 읊조리듯 무심히 들려줄 뿐이다. 삼백 명이 넘는 우리의 아이들이 저 시퍼런 바닷속에서 어떻게 천사가 되었는지에 대해(「천사들의 나라」), 지금도 이십 리 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니듯 일을 다니는 아내의 못난 발에 대해(「못난이 감자」), 타관을 떠돌다 돌아온 고향 집 녹슨 대문 앞의 매련 없는 돌멩이에 대해(「돌장광」), 그리고 그 사람의 뜰에 철쭉으로 만발한 뒤늦은 고백들에 대해(「그 사람의 뜰」) 말이다. 비록 그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이는 얼마나 거대한 슬픔이고, 더할 수 없는 통증이며, 들끓는 분노이고,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인가. 류근 시인은 <천사들의 나라>를 곁에 두고 “맑은 우울, 맑은 비하, 맑은 실연, 맑은 중독, 맑은 안녕, 맑은 위독, 맑은 분노, 맑은 비루, 맑은 서러움, 맑은 가난, 맑은 후회, 맑은 고통, 마침내 맑은 절망”이라고 길게 윤창하는데, 정말이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고요하고 쓸쓸하고 오롯이 맑은 시집은, 그래서 읽고 나면 누구나 역설적이게도 “조금만 더 살고 싶다”(「봄」)는 생각이 드는 시집은 단언컨대 근래 없었기 때문이다. <천사들의 나라>는 한마디로 결곡한 시집이다.
추천사
맑은 것은 슬프다. 어느 캄캄한 술집의 문을 열고 처음 그가 입장했을 때 나는 예감하였다. 저토록 지독한 모순의 후광을 드리운 채 스스로 집이 된 사람은 얼마나 먼 고통의 안팎을 살아 내야 할 것인가. 얼마나 깊은 절망의 풍찬노숙을 살아 내야 할 것인가. 시인 전윤호의 시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고통과 절망의 언어는 스스로의 영혼을 베어 낸 희생의 핏자국 같다. 그러나 괴이한 것은, 그가 이 끔찍한 이승에서 한결같이 보여 주는 시의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맑은’ 것에 닿아 있어서 세계의 변방에 드리워진 온갖 불온한 기호들 위에 역설의 흠집을 새겨 놓는다. 맑은 우울, 맑은 비하, 맑은 실연, 맑은 중독, 맑은 안녕, 맑은 위독, 맑은 분노, 맑은 비루, 맑은 서러움, 맑은 가난, 맑은 후회, 맑은 고통, 마침내 맑은 절망……. 결국 모든 삶의 가해자들을 ‘맑은 슬픔’의 물빛 안으로 끌어들여 다시 살게 하는 이적을 서슴지 않는다. 그것은 무릇 상처를 진정으로 살아 낸 자만이 베풀 수 있는 일. 시인 전윤호를 관통하는 디아스포라 의식은 그를 가장 시인답게 만드는 추동일 터인데, 이 시집에서 그는 이제 돌연 귀향을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시집 안에서 힘주어 거듭되는 ‘돌아가자’는 청유는 그러나 자신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모든 고통과 절망과 “천사”들의 영혼에 바쳐지는 비나리일 것이다. 어떠한 군더더기나 망설임 없이 세계와 우주의 중심으로 직진하는 전윤호 시의 미덕은 세상의 변방을 떠도는 모든 슬픔들에게 오늘도 맑은 울림으로 손을 내민다, 어서 돌아가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류근(시인)
그는 왜 나에게 항상 “오래전에 집을 나간 형처럼”(「일회용 라이터」) 보이는 걸까.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그와 함께했던 많은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와 함께했던 추억의 힘으로 추측컨대 전윤호가 꿈꾸는 세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알롱스러운 말을 “알롱스럽”게(「만지고 싶은 말」) 하더라도 알롱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킬킬대며 사는 세상이다.(정선 말로 ‘알롱스럽다’는 ‘겉만 그럴듯하고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정도의 뜻이다.) “산다는 것은 하나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집요하게 애쓰는 것이다”라고 파트릭 모디아노는 말하지만, 전윤호 시인이 완성할 ‘하나의 추억’은 그의 시 속에서 조금씩 완성될 것이다. 혁명의 노래로 써진 그의 시들은 어쩌면 우리는 잘 알지 못하였으나,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잘 알지 못하지만, 이미 ‘거대한 혁명’인지도 모른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추억을, 오래된 미래를 전윤호는 여전히 꿈꾼다.
―박정대(시인, 발문 중에서)
저자 약력
전윤호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 등단.
동국대학교 사학과 졸업.
시집으로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늦은 인사>가 있음.
시와시학 작품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인의 말
경고문
시는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읽게 되면 끊기가 어렵습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자기 비하와 실연
되도 않는 반항 등이 포함되어 있어
중독되면 통제가 안 됩니다
일시적인 진통 효과에 속지 마세요
위생적이지 못한 제조 방식은
이용자의 정서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생활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당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차례
경고문
제1부 일회용 라이터
망명 시인 ― 13
천사들의 나라 ― 14
응고 ― 15
일회용 라이터 ― 16
혁명에 관한 명상 ― 17
회의하는 여자 ― 18
토이스토리 ― 19
역사가 홀대받는 이유 ― 20
고양이 국회 ― 21
봄 감기 ― 22
생존 증명서 ― 23
오리에게 ― 24
유실물 ― 25
월평 ― 26
2호선 ― 28
차압 ― 29
마침표 ― 30
제2부 유실물 보관소
동해아리랑 ― 33
유실물 보관소 ― 34
고성리 ― 35
그 사람의 뜰 ― 36
만지고 싶은 말 ― 37
못난이 감자 ― 38
당신의 실연 ― 40
그리움의 역사 ― 41
샘 ― 42
생일 축하 노래 ― 43
아내 ― 44
이별 감기 ― 45
작별 인사 ― 46
이별 ― 47
실연 클럽 ― 48
백양다방 ― 50
벌에게 ― 52
제3부 몰운대 가는 길
쉰을 위한 아라리 ― 55
몰운대 가는 길 ― 56
뗏목꾼 ― 57
귀가 ― 58
그해 겨울 ― 59
돌장광 ― 60
등짐 ― 62
포인트 ― 63
메밀전병 ― 64
무심코 정선 ― 66
법흥사 발전소 ― 67
별어곡역 ― 68
봄 ― 69
아침의 유령 ― 70
역전으로 가는 다리 ― 72
중년의 꽃잎 ― 76
짐꾼 ― 77
제4부 가동 중
가동 중 ― 81
강가의 소나무 ― 82
경칩 ― 83
고백 ― 84
내 영농법 ― 85
뒤뚱뒤뚱 ― 86
마흔아홉 ― 87
모래성 ― 88
보따리 ― 89
불쑥 ― 90
산책 ― 91
숲의 구성 ― 92
슬픔에게 주는 휴가 ― 93
아들에게 ― 94
아침 바다 ― 95
월동 대책 ― 96
천은사 ― 97
무거운 주머니 ― 98
초겨울 비 ― 100
화본역 ― 101
후회 ― 102
발문
박정대 혁명을 노래하는, 이미 혁명인 ― 103
시집 속의 시 세 편
천사들의 나라
우리는 이제 걱정 없을 거다
삼백 명 아이들이 천국으로 가
천사가 되었으니
두고 온 나라를 보살펴 주겠지
책임 있는 자들이 침묵하고
예수 팔아먹는 목사들이 망언을 해도
우리는 이제 잘나갈 거다
심청이처럼 바다로 뛰어든 아이들
남겨진 부모를 생각할 터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다 ***
백양다방
―김종환에게
쓴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은 있겠지
쌀쌀맞던 첫사랑도
언제나 몰아붙이는 불행도
설탕 타고 프림 풀고
몇 번 휘저을 여유는 있겠지
바쁜 척 커피 값을 내고 사라지는
옛날 사람들
아무것도 못 보고
어떤 말도 기억하지 않는
마담의 무표정한 손금고처럼
인생은 그저 멀뚱한 백양나무 한 그루
차 한잔 마실 시간은 있겠지
장꾼들도 사라지는 저물녘
하나도 팔지 못하고
하나도 사지 못해도
강물이 대처로 흘러가는 걸 보다가
제자리걸음이나 하는
이 몸은 도대체 누가 불렀던 아라리 한 소절일까 ***
무심코 정선
뭐 후회한다고 그때가 돌아오나
젖은 눈을 가진 계집애들은
먼 데로 혼처를 찾아 떠나고
탄처럼 시커멓던 사내놈들은
타관을 떠돌다 늙어
배불뚝이가 되었다
다시 찾아온다고 옛사랑이 기다려 주나
불빛이 제 몸만 간신히 밝히는 공설운동장에서
토끼처럼 떨며 입 맞추던 애송이들
어디로 갔나 배신에 울면서
친구에게 주먹질하던 도무지 어른이 될 것 같지 않던 천둥벌거숭이들
친절하지 못한 미래를 욕하며
함부로 침을 뱉던 골목은 사라지고
우산을 펼친 시장엔
검은 비닐봉다리 하나씩 들고
낯선 사람들이 웃고 있는데
역전으로 가는 강가에 묶인 배처럼 흔들리며
너를 생각한다고 그때가 돌아오겠나 ***
❚펴낸곳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07552)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대로59길 80-12, K&C빌딩 3층(등촌동)
Tel 02-3665-8689 Fax 02-3665-8690 Internet-Fax 070-8867-8690 E-mail bookparan20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