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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시선

파란시선 0009, 고찬규 시집 <핑퐁핑퐁>

작성자파란|작성시간16.11.22|조회수460 목록 댓글 0





핑퐁핑퐁

핑퐁핑퐁 / 고찬규 /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파란시선(세트 0009) / B6(신사륙판) / 105쪽 /

2016년 11월 15일 발간 / 정가 10,000원 / ISBN 979-11-956331-9-7 / 바코드 9791195633197



신간 소개


우리가 놓쳐 버린 시의 위의(威儀)


     고찬규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 <핑퐁핑퐁>이 2016년 11월 15일,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고찬규 시인은 1969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출생하였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숲을 떠메고 간 새들의 푸른 어깨>가 있다.

     고찬규 시인의 <핑퐁핑퐁>은 실제 시인의 품성과 삶이 그러하듯 단정한 시집이다. 즉 그 말은 어지럽지 않고, 그 표현은 적확하고, 그 이미지는 간명하고, 그 뜻은 명쾌하다. 이문재 시인의 추천사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기자면 <핑퐁핑퐁>은 “수식과 비유에 기대지 않고 대상과 직통하는 시편들”이다. 그러나 <핑퐁핑퐁>의 세계는 결코 간단치가 않다. 단지 만 십이 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라서가 아니다. <핑퐁핑퐁>의 세계는 일견 단아한 듯하지만, 그 행간엔 “보이긴 부끄럽고 그렇다고 숨겨 놓을 수도 없는”(「작은 연가」) 사람살이의 온갖 사연들로 가득하다. 그 사연들은 때론 처연하고 때론 적막하고 때론 서럽지만, 고찬규 시인은 그 특유의 직관과 언어에 대한 예리한 자의식과 풍요로운 유머로 한 편 한 편 “기적적으로 기적”을 일군다(「기적」). 이홍섭 시인은 <핑퐁핑퐁>에 대해 “한 편의 시를 쓰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사랑과 인류의 평화를 거쳐, 잊고 있던 나를 찾아가는 염원으로 번져 가는” 이 시집은 “한 편의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려온다. 이 아름다운 노래가 시인의 노래만이 아닌,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노래처럼 들리는 것은 이 노래 속에 맑은 눈을 지닌 순정함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설에 적고 있다. 더불어 “그러니 그동안 시인은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또한 이 아름다운 노래 속에는 얼마나 많은 기적이 눈뜨고 있는가”라고 맺고 있다. 부연하자면 고찬규 시인이 따사로운 시선으로 한 올 한 올 매듭짓고 있는 ‘기적들’은 「주말농장」이, 「오월의 신부」가, 「황보탁구클럽」이, 「최용혁 매란기」가, 「김 과장」이 특히 그러하듯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에서 피어나고 펼쳐진다. 그리고 그 매듭들은 마침내 「떠나가지 않는 배」, 「꽃을 든 사람들」, 「돌 속 봄 이야기」, 「골든타임」과 같은 시에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 시대의 “기적”들에 대한 염원과 기도로 확장된다. 요컨대 고찬규 시인의 이번 시집 <핑퐁핑퐁>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언어와 직관을 벼리고 또한 눅여 온 한 “시인의 결기”를, “우리가 놓쳐 버린 시의 위의(威儀)를 뒤돌아보게”하는 귀하고 값진 시집이다.(이문재의 추천사 중에서.)




추천사


     고장 난 사내가 있다. 고장 난 사내가 홀로 앉아 있다가 해바라기로 변한다. 온몸이 눈동자가 된다. 사내의 변신은 다채롭다. 거미, 얼룩말, 나비, 꽃, 겨울 강, 독거노인, 아이, 김 과장…… 사내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사내의 탈바꿈은 어색하고 억지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 시인은 고장 난 사람이다. 세상보다 먼저 고장 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더 심각하게 고장 난다. 하지만 시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땅에 넘어진 자, 오직 그 땅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처럼, 시인은 고장 난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진흙투성이가 되어 일어선다. 기어코 일어나 눈동자가 된 온몸을 부릅뜬다.

     시인은 고장과 함께 살면서 고장을 완성하려 한다. 고찬규의 이번 시집이 시와 시 쓰기에 대한, 시인으로 살기에 대한 자의식으로 가득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내일이 오기는 올 것인가”(「작가, 내일을 여는」)라는 시인의 냉소가 “직선도 잇다 보면 곡선이 되는가”(「거미」)라는 성찰과 이어지면서 여러 개의 동심원을 그려 낸다.

     저 원들을 저마다 하나의 원이게 하는 중심이 온전한 삶과 사회, 즉 시인이 바라마지 않는 미래일 것이다. 시장 전체주의의 노예가 된 ‘진짜 고장 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 말이다. 그래서 힘이 있는 시집이다. 수식과 비유에 기대지 않고 대상과 직통하는 시편들. 거미처럼 자기 자신을 거꾸로 매달고 “단 한 줄로 말”(「거미」)하는 시인의 결기가, 우리가 놓쳐 버린 시의 위의(威儀)를 뒤돌아보게 한다.

     ―이문재(시인)


     시인은 ‘흑백논리’가 던지는 질문 앞에서 “나의 배경”과 “나의 선택”에 대해 자문한다. 그리고 힘겨운 어투로 “당신을 향해/간신히 벼리어지는/내 녹슨 언어”라고 덧붙인다. 시인의 고민은 ‘흑백논리’ 앞에서 ‘나의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놓여 있다. 시인은 더 나아가 나의 말이 “아슬아슬”하고, “녹슨” 상태가 아닐까라고 묻고 있다. 시인의 말은 ‘흑백논리’로 무장한 현실 속에서 늘 아슬아슬하고, 또한 녹이 슬었다. 시인은 이 “녹슨” 언어를 “간신히” 벼린다. 이 “간신히”라는 말 속에 그의 오랜 침묵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이상 「얼룩말 2」.) 지난 2004년에 펴낸 첫 시집 <숲을 떠메고 간 새들의 푸른 어깨>에서 고찬규 시인은 우주 만물이 서로를 비추어 주는,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 세계’를 보여 주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만종(晩鐘)」은 이러한 화엄 세계가 빚어낸 장관이었다. 그러나 오랜 침묵을 딛고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이 화엄 대신, 만물들 간의 ‘경계’와 ‘사이’를 들고 왔다.

     ―이홍섭(시인・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고찬규

1969년 전라북도 부안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과정 수료.

1998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 등단.

시집으로 <숲을 떠메고 간 새들의 푸른 어깨>가 있음.





시인의 말


나눌 수 있는 것은

밥이나 빵 같은 음식뿐만 아니라

마음이나 눈길도 있다

더러는

시간과 대화도 나눈다고 하는데

나눌 수 있는 많은 것들은 또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함께 나눈다고 하는가 보다


목련 그늘 아래 호젓함을 함께 나눈다

당신이 고맙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귀추 ― 13

주말농장 ― 14

오월의 신부 ― 16

봄날 ― 18

작은 연가 ― 19

기적 ― 22

윙크 ― 24

틈 ― 25

모과 ― 26

공중전 ― 28

꽃 피는 봄 ― 29

땅끝에서 ― 30


제2부

핑퐁 ― 33

얼룩말 1 ― 34

얼룩말 2 ― 35

얼룩말 3 ― 36

얼룩말 4 ― 37

거미줄 ― 38

황보탁구클럽 ― 39

최용혁 매란기 ― 42

초란농장 ― 44

말을 위한 변명 ― 46

김 과장 ― 48

회의 ― 50


제3부

겨울 강가에서 ― 53

핑퐁어학원 어느 시인의 혼잣말 ― 54

개기일식 ― 56

사연 ― 57

떠나가지 않는 배 ― 58

얼룩소 ― 60

바람아래언덕 ― 61

설문 ― 62

오래된 집 ― 64

이유 ― 66

천일야화 ― 67

찬란한 가면 ― 68


제4부

죽순 ― 73

프로페셔널 칼잡이 ㅎ 씨 ― 74

그리하여 어느 날 새장 속에는 ― 75

고장 난 사내 ― 76

거미 ― 78

작가, 내일을 여는 ― 80

꽃을 든 사람들 ― 82

돌 속 봄 이야기 ― 83

아버지의 바다 ― 84

어머니의 바다 ― 85

혀 짧은 앵무새의 긴 독백 ― 86

골든타임 ― 89


해설

이홍섭 경계를 지우는 순정의 노래 ― 91




시집 속의 시 세 편


오월의 신부



사랑을 알 나이가

그런 때가 따로 있기는 있는 것인가


꽃 분분한 날

볕들도 쌍쌍이었고

이유 없이도

눈물 날 것만 같은 날


성호를 그으며 신부님 단상에 오르고

사회 보는 신랑 친구는

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 입장!

신부 입장을 연신 외치는데


어쩌자는 건지

신부는

신랑도 하객도 아랑곳없이

당최 어쩌자는 건지

고목나무 아래서


아버지를 껴안은 채

꽃비 맞으며

꽃비 맞으며

신부 입장 외치거나 말거나

신부 화장 지워지거나 말거나


과월호 같은 한 쌍의 연인으로

뺨마다 단풍 드는

꽃 분분한 날

웃거나 울거나

누구라도 웃거나 울거나 ***



기적



한 편의 시를 쓰는 것

한 사람의 독자가 읽어 주는 것

한 사람을 알게 되는 것도 그렇지만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

바닷물이 소금이 되듯 당연한 것이

이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기적


아군의 함성 적들의 고함 소리가

하나의 합창이 되고

포탄이 폭죽이 된다면

폭죽이 저마다의 가슴을 수놓을 때

먼 여행을 떠난 민들레 홀씨가

밤하늘에 별로 뜬다면

박수 소리와 함께

마침내 인류에게 평화가 온다면 그렇다면

기적, 그야말로 기적 같은 기적


햇살 좋고 바람 넉넉한 날

바람 타는 나뭇잎이 배를 뒤집어 보이며

하릴없이 반짝일 때

반짝임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다

문득 마주한 눈에서 눈부처가 돼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네 안에서 나를

잊고 있던 나를 찾는다면

이 또한 기적적으로 기적 ***



핑퐁어학원 어느 시인의 혼잣말

―그리하여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릇 시인이라면

예쁜 연애시 한 편쯤은 가져야

제대로 된 시인인 게지

넝마 걸친 시인의 평소 지론이자 시시한 시론인데

입이 바쁘고 말로만 시를 쓰니

변변한 시 한 편 갖지 못했음이 자명하다

불혹의 나이에

새삼스레 말(言)을 다시 배워 보겠다고 등록한

핑퐁어학원에 첫 등원하는 날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주춤주춤하는데

먼저 눈인사를 건네는 아낙이 있는 것이다

오, 삐까번쩍!

넝마주이 시인은

첫눈에, 딱!

눈웃음이 하도 예뻐서

핑퐁핑퐁 눈길이 오가다 보면

시 한 편 얻을 것만 같았지

비로소 제대로 시인이 될 것 같았지

하!

시 쓰기는 콩깍지 씌우기

시 쓰기는 콩깍지 벗기기를

하루 이틀 사흘

하하!

작심삼일 언감생심

이내 깨달음이라니

남루하고 누추하여라

어느 세월에 말은 배워 시를 쓰시나

예술은 눈웃음이 예술이라며

진흙 속에 뒹구는 심사

언제쯤 연꽃 한 송이 밀어 올릴까나

그럴듯한 연애시 한 편쯤은 가져야 시인인 게지

그렇지, 무릇 시인이라면


*장석남 시형에게 빌려 쓰다. ***



❚펴낸곳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07552)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대로59길 80-12, K&C빌딩 3층(등촌동) Tel 02-3665-8689 Fax 02-3665-8690 Internet-Fax 070-8867-8690 E-mail bookparan20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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