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오랜 시간의 결로 풀어낸 인문 기행서가 독자들을 찾아왔다. 장은재 작가의 신작 《노거수와 숲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Ⅰ》이 출간되며, 숲과 나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새로운 산림문학의 지평을 제시한다.
이번 책은 저자가 약 2년에 걸쳐 전국의 노거수와 마을 숲을 직접 탐방하며 기록한 글들을 엮은 수필집으로, ‘경북매일’에 연재된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경상북도 지역의 당산목과 마을 숲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축적해온 시간과 공동체의 기억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작가는 노거수를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살아 있는 인문 자산’으로 바라본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 한 그루에는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으며, 숲은 인간 공동체의 기억이 응축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자연을 대상화하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노거수 전설따라’에서는 각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노거수의 이야기와 설화를 따라가며 시간의 흔적을 더듬고, 제2부 ‘숲의 정령, 사람의 손길’에서는 숲을 가꾸고 지켜온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의 관계를 조명한다. 제3부 ‘노거수와 숲의 메시지’에서는 자연이 인간에게 건네는 침묵의 언어와 그 철학적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생태적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숲과 나무는 더 이상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삶의 구조와 윤리를 성찰하게 하는 하나의 ‘언어’로 읽힌다. 산림문학이 단순한 자연 예찬을 넘어, 생태와 문화, 역사를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문학 장르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장은재 작가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 청송군 부군수를 지낸 행정가이자 식물사회학 박사, 시인·수필가로 활동해왔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국제PEN 회원과 한국산림문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노거수 생태와 문화》, 《나무와 함께 익어가는 삶》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숲을 걷는다는 것은 곧 시간이 지나온 길을 걷는 일”이라며 “노거수는 말을 하지 않지만, 나이테 속에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의 역사를 품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학문적 탐구를 넘어, 숲이 들려주는 침묵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노거수와 숲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Ⅰ》은 총 3권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첫 권이며, 310쪽 분량의 양장본으로 출간됐다. AI 동영상 콘텐츠와 연계된 새로운 형식의 출판 시도도 눈길을 끈다. (장은재 지음/동아문화사/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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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학인신문(http://www.munhak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