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모임은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를 읽었습니다.
독후 활동(나누고 싶은 구절, 소감)
경호)
■ 소감
“여행을 왜 가지? 글쎄. 괴로우니까.”
우리는 때때로 삶이 답답하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올 때 길을 떠난다.
내 고향이 떠올랐다. 푸르고 깊은 동해, 힘차게 넘실거리는 파도, 알록달록 계절마다 변하는 등하굣길 풍경, 손님들로 북적거려 산만했지만 정다운 집 등이 생각났다.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잊고 지내던 자기 자신과 오래된 기억을 다시 만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고향을 돌아본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다자이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문장이 오래 남았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함의 자리에 조심성이 들어선다. 순수함은 수줍게 그리움에게 자리를 내준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많은 것을 그리워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흔든 장면은 다케와의 재회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만난 사람에게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묻어난다. 반가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슬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나가 버린 시간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이 함께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더 슬프다.
《쓰가루》를 읽으며 다자이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살아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이 그리운 이유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오래된 친구를 만나고 싶은 이유도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 속의 사람들, 그리고 그 시절의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
정현)
■ 소감
일본어 표현과 잔잔한 스토리 때문에 초반에는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책장도 참 더디게 넘어갔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살이 붙으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에 접했던 작가의 작품들과는 아예 다른 결이라 신선한 재미도 있었다.
책을 덮으며 작가가 결국 '사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도 결국 우리는 사람 덕분에 살아간다는 것을. 쓰가루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참 기억에 남는다. 가족의 지인, 어려운 상황에서도 술을 챙겨주던 다정한 이웃, 고향에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부모님 대신 사랑으로 키워준 고마운 분까지. 그의 삶에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이 책은 외견상 여행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게는 결국 사람과 삶을 향한 따뜻한 사랑 이야기처럼 읽혔다.
아라)
■ 인상깊은 구절
- 도회인으로서 내게 불안을 느껴, 쓰가루인으로서 나를 움켜잡으려는 염원이다. (p.55)
- 보라! 내가 잊지 못하는 사람은 아오모리에 있는 T군이고, 고쇼가와라에 있는 나카하타 씨이고, 가나기에 있는 아야이고, 그리고 고도마리에 있는 다케다. 아야는 현재도 우리 집에서 일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 옛날 한 번은, 우리 집에 머문 적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들과 벗이다. (p.213)
- 결국, 내가 이 여행에서 발견한 것은 ‘쓰가루의 변변찮음’이라는 거였다. ‘보잘것없음’이다. ‘어설픔’이다. (p.218)
■ 소감
내가 읽어본 작가(다자이 오사무)의 책은 「인간실격」 한 권 밖에 없었다. 「쓰가루」에서는 「인간실격」와 일부 겹쳐지는 작가의 경험을 들여다보면서도, 또 다른 작가의 본 모습을 살펴본 것 같았다. 중간중간 나오는 작은 위트 포인트에 ‘같은 작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쓰가루」는 작가가 자신의 고향 지역을 탐방하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여러 인물을 만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에 엄마보다 더 많은 영향을 준 유모 ‘다케’를 만나며 끝을 맺는다. 작가가 스스로의 본질과 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독자로서 함께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 스스로의 고향과 뿌리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작은 여러 산들과 온천, 시골의 풍경, 저수지... 분명 ‘쓰가루’ 지역을 읽을 뿐인데도, 독자인 나는 나대로 나의 고향 ‘아산(온양)’을 그리며 그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나의 고향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나’의 정체성 일부를 찾고자 노력한다. 나 스스로 ‘섬에 나 홀로 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작가가 ‘쓰가루인으로서의 나를 움켜잡으려는 염원’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가 속한 곳이 없다고 느껴서가 아닐까? 어디든 속하고 싶고 의미를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럴 때 그 안에서 ‘대단함, 멋짐’이 아닌 ‘보잘 것 없음’이 발견되더라도, 결국에는 그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그 모습이 참 멋지게 다가왔다.
지윤)
■ 인상깊은 구절
- 어른이란 건 쓸쓸한 법이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조심하느라, 남남처럼 서먹서먹함을 떨치지 못한다. 어째서 그리 조심스러워야만 하는 걸까? (47쪽)
- 믿는 데에 현실이 있는 것이고, 현실은 결코 사람을 믿게 만들 수 없다 (56쪽)
■ 소감
몰입해서 이 책을 읽지는 못했다. 지명이 한국이었다면 조금 더 와닿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지명보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더 반갑게 읽혔다.
『인간실격』과 『쓰가루』를 쓴 다자이 오사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두 작품 사이에 몇 년의 시간이 있었을 뿐인데, 어떤 일이 저자의 삶을 그렇게 암울하게 바꾸었을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모임에서 앞선 사람들의 소감을 들으며 두 가지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고향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대전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내가 태어난 동네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고향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늘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고향을 떠나고,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 책이 지금보다 더 깊이 와닿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쓰가루는 오사무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그를 반겨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도 혼자 하는 여행이 덜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풍경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사무에게 쓰가루가 특별했던 이유도 장소 그 자체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자신을 알아봐 주고 맞아주는 사람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소 멀게 느껴졌지만,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쓰가루』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뿌리와 사람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고향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는 시기에 다시 읽으면 다르게 읽힐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
■ 소감&인상깊은 구절
"나는 이번 여행에서, 주로 이 한 과목을 추적했다. 어느 부문으로 추적해도 결국은, 쓰가루의 현재 살아 있는 모습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할 수 있다면, 쇼와의 쓰가루 풍토기로서 우선 뭐, 합격이 아닐까 나는 생각하는데(p35)"
다자이 오사무에게 이번 여정은 단순한 기행이 아니었다. 서른 몇 해 생애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한 애정 어린 추적이었다. 쓰가루의 현재 살아 있는 모습을 사랑으로 고증해보고자 하는 그의 글에는 고향을 향한 깊은 애착이 묻어난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끊임없이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과 치열한 현실에 지치곤 한다. 그래서인지 쓰가루라는 고향 품에서 평온을 느끼는 작가의 모습은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영혼의 쉼터이자 든든한 뒷배이기 때문이다.
"쓰가루의 크고 작은 강물, 대략 열세 줄기가 이 땅에서 합류하여 큰 호수를 이룬다. 게다가 각 하천 고유의 빛깔을 잃지 않는다.(p160-161)"
자연과 역사, 사람을 세밀하게 짚어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각자의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어떤 지역이든 그곳만의 고유한 빛깔과 숨결이 있다. 살아있는 고향의 모습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것은, 결국 고향과 그곳 사람들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헌사일 것이다.
"독자여, 목숨 있거든 또 훗날. 힘차게 살아가자. 절망하지 마. 그럼, 실례.(p213)"
책을 덮으며 마주하는 이 투박하고도 뭉클한 마지막 인사는 여운을 남긴다. 고향이 내어주는 위안은 우리가 다시금 현실을 힘차게 살아갈 동력이 된다. 마음안에 있는 것만으로 잔잔한 위로가 되는 고향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6월 모임은 26일 저녁 7시,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읽고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