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드디어 내 차례다!
여러분 오랫동안 제 등장을 기다리셨죠? 너무 늦게 나온 거 아니냐구요?
원래 스타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잖아요. 헤헤
우리 중 대장은 산이가 아니냐구요? 무슨 말씀을.
우리 개들에 대해 잘 모르시나 본데
산이처럼 앞에서 제 잘났다고 설치고 무조건 돌진하고 물어뜯고 보는 녀석은
다쳐도 크게 다치거나 오래 못 살기 마련이래요.
쉬리 아빠 동생인 작은 아빠는 개 전문가에요. 작은 아빠 하시는 말씀이
자고로 개는 가장 모질이를 데려와야 한다고 했대요. 작고 겁이 많아 매사에 느린 것 같지만
조심성이 많아 다치지 않고 덫에도 안 걸리고 집도 잘 자킨다고요. 그러니까
매사에 찬찬히 살펴보고 행동을 하고 때로는 몸도 사릴 줄 알아야 하는데.........
바보같은 산이 녀석!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전 이제 4개월 된 강아지라구요.
앞으로 열심히 먹고 체력 지력 용력 다 길러서 산이를 누르고 말 테니까 두고 보시라니깐요.
으르르르르~
너 뭐라 그랬어. 지금 내 흉 보는 거얏?
이크 산이다!
짜아식 귀는 밝아가지고........
단비 엄마! 같이 가요오~~
오늘은 비가 오는 날, 신나는 날이에요.
비가 오는 데 뭐가 그리 신나냐구요?
그야 우리에 갇혀 있지 않고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죠.
쉬리 아빠는 봄이 되면서 삼을 엄청나게 많이 심기 시작하더니
우리들을 우리에서만 지내라고 넣어뒀어요.
아침에 아빠가 밥을 들고 가면 졸졸졸 따라가서 밥을 먹다보면 어느새 우리에 갇혀 있지 뭐에요.
내일은 절대로 우리에 들어오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밥 냄새만 맡으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아요. 에이 속상해.
하지만 실컷 먹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저녁놀이 질 때면 단비 엄마가 와서
우릴 꺼내줘요. 그러면 우린 밤마다 집앞에서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노는 걸로
아빠한테 복수한답니다. 히히~~
너무 시끄럽다 싶으면 밤중에 쉬리 아빠가 창문을 열고 소리쳐요.
"복날되면 누구부터 된장 바를래?!"
그럼 단비 엄마가 쉬리 아빠를 구박하는 소리가 들려요.
"으이그~ 애들한테 그런 험악한 소리 할 거야?"
"아얏 알았어. 안그럴께."
헤헤, 이 정도면 성공한 거죠?!
쉬리 아빠랑 단비 엄마는 지난 달부터 쉬는 날도 없이 일했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나 쉰답니다.
아침 나절까지 비가 오니 우리도 아궁이 옆에서 늦잠을 잤어요.
몬순 엄마는 집에 틀어박혀 꼼짝도 않고요.
빗발이 잦아들자 쉬리 아빠랑 단비 엄마가 나왔어요.
오늘은 우리가 따라 다녀도 아무 소리 안하길래 모두 다 따라 나왔는데
산이랑 강이는 어느새 이쁜 누나 따라 어디론가 가고 나만 남았어요.
난 단비 엄마 옆에 꼭 붙어 있기로 했어요. 혹시 멧돼지라도 나타나면 어떻게 해요.
내가 엄마를 지켜야죠. 쉬리 아빠는 멧돼지 쫓아내느라고 바쁠테니까요. 킥킥
단비 엄마는 온몸이 뻐근하다고 하면서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농장 풍경을 담느라고 바빠요. 이번 기회에 단비 농장을 구석구석 보여 줄 거래요.
산아래 옥정호에서 바라본 종석산 전경이에요. 우리는 오른쪽 나무가 솟아있는 곳 부근 꼭대기에서 살고 있답니다.
해발 500m 고지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어 산양삼, 고로쇠, 하수오 등 온갖 약초들을 기르고 있어요.
단비 농장에서 내려다 본 만경대 다리에요. 멋지죠!!
저 다리는 일제강점기에 놓여졌대요. 1920년대라니까 거의 100년 가까이 된 거래요.
산내면을 흐르는 저 강은 섬진강이에요.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자연 그대로 보존되었어요.
그래서 1920년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라나요. 전우, 타짜 같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답니다.
산자고 꽃이 예쁘죠. 여긴 누군가의 무덤이 있는 동산인데 우리들 놀이터에요.
단비 엄마가 살고 있는 집 왼쪽 아래에 심어진 감나무. 쉬리 아빠가 70그루나 심었어요.
쓰읍! 달달한 홍시 맛있던데.... 언제 홍시 열리는지 알아서 밑에서 입벌리고 있어야징~ ㅎㅎ
비 바람에 쓰러진 나무들 너머로 보이는 것은 고뢰쇠에요. 모두 100여 그루가 자라고 있어요.
2년쯤 후에는 저 나무가 맑은 깨끗한 맛있는 수액을 사람들한테 준대요.
제 몸속의 생명수를 나눠주고도 멀쩡하다니 참 신기한 나무같아요.
짜잔~ 여기는 하수오 밭. 나뭇가지를 지지대 삼아 하수오 줄기가 그물처럼 뻗어 있네요.
벌써 심은지 3년째 되었대요. 단비 농장의 모든 약초는 어떤 비료나 농약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그래서 자라는 속도가 더디지만 약효가 뛰어나대요.
요건 심은지 1년 된 하수오 뿌리.
요녀석은 3년 된 하수오에요. 통통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쉬리 아빠는 얼마 전 이치 아저씨네 산양삼 농장에서 2년 전 씨로 뿌렸던 삼을 얻어 와 좋은 곳에 터를 잡아 심어 주었어요.
옛날에 사람들이 밭을 일구었던 흔적이에요. 큼직한 돌무더기.
그 사이 단비 엄마는 열심히 농장과 산 여기저기에 핀 봄꽃들을 찍었어요.
노라 민들레, 춘란, 복수초, 산자고, 보라색 제비꽃, 동자꽃, 엉겅퀴,남산제비꽃, 머위꽃, 하얀민들레 등등등.........
요건 곰취에요. 2년 전에 쉬리아빠가 씨를 사다 심었대요. 넓적하니 큰 곰취는 향이 아주 좋아 쌈을 싸 먹거나 초절임하기에
아주 좋대요.
다음엔 백작약이 한창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밭을 지나고
더덕이 파랗게 순을 뻗어올리고 있는 밭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단비농장에 가장 많은 산양삼 있는 곳에 들렀어요. 쉬리 아빠는 땅속에 있는 삼들이 잘 자라고 있나 살펴봤어요.
대부분 건강하게 잘 잘고 있대요. 쬐그만 산쥐들이 뚝뚝 끊어먹은 삼 빼고요.
으~ 나쁜 쥐 녀석들. 우릴 풀어주면 삼밭의 쥐들 다 잡을 수 있는데........
"호호, 니들이 쥐 잡는다고 땅 파헤쳐놓고 삼밭 다 밟는 게 더 큰일이야."
단비 엄마 말씀! 에효~ 꼼짝 못하겠네.
이번에 삼 심은 곳도 둘러보고 삼이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도 보고
주문 받은 삼을 캐서 돌아 와
가장 튼튼하고 모양 좋은 삼을 골라 이끼에 예쁘게 눕혀서 포장 했어요.
오늘 삼을 주문한 사람은 벌써 몇 달째 단비네 삼을 먹고 있는 할머니래요.
평소 몸이 약해 어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고 늘 어지러웠는데
이 삼을 먹고 아주 튼튼해지셨대요. 그래서 매달 잊지 않고 삼을 보내달라고 한대요.
"오늘 할 일 끝! 얘들아, 이제 저녁 먹고 가서 자야지."
와~ 밥이다. 밥!
우르르르~~~
으~~ 저 식충이들! 쫌 농장 순찰 다 했으면 마무리를 해야지!
휴~ 언제나 덤벙거리는 산이랑 먹는 것만 보면 물불 안가리는 강이를 누가 말리겠어요.
어~ 빨리 안가면 밥 다 없어지겠어요.
그럼 여러분 안녕! 지금까지 저 금이 얘기 잘 들어줘서 고마워요.
다음 비 오는 날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