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2%와 75.8% 사이
수업 중 몸싸움을 벌이는 아이들을 떼어놓은 교사가, 며칠 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한다. 정당한 생활지도였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가 시작되고, 그날부터 그는 피의자가 된다. 수업은 그대로 이어 가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조사를 동료와 학생들 곁에서 견뎌야 한다.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6년간 교사가 아동학대로 수사받은 사건만 2,436건이고, 교권 침해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것도 2024학년도에만 4,234건이다. 2024년 한 해, 교사 스물여덟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그런데 같은 무렵, 교사를 향한 아동학대 신고의 95.2%는 최종 불기소로 끝났다. 거의 모두가 결국 무혐의였다는 뜻이다. 제도는 분명히 작동했다. 그런데도 교사들은 무너진다. 무죄가 곧 회복이 아니라면 — 교권은 대체 무엇으로 회복되는가.
먼저 인정하자. 교권은 통계상 나아졌다. 2023년 9월, 국회는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이른바 '교권회복 4법'을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초·중등교육법 20조의2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못 박았고, 교육감 의견 제출제는 교사가 수사를 받으면 교육감이 이레 안에 '정당한 지도였다'는 의견서를 내도록 했다. 교실의 풍경도 달라졌다. 학생에 의한 침해 중 절반에 가깝던 모욕·명예훼손(2023년 44.8%)은 2024년 26.0%로 줄었다. 대신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생활지도 불응'이 24.1%에서 32.4%로 늘어, 가장 흔한 유형이 되었다. 다툼의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무엇보다 결과가 바뀌었다. 수사가 끝난 438건 가운데 417건, 95.2%가 불기소됐다. 무고한 신고로부터 교사를 지키겠다는 법의 목적은, 적어도 결말만 보면 이루어졌다. 여기까지라면, 교권은 무죄로 회복되었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95.2%라는 숫자는 한 가지를 가린다. 같은 438건 중 75.8%는 일단 입건되어 검찰로 넘어갔다. 넷 중 셋꼴로, 무혐의가 결정되기까지 몇 달을 피의자로 보냈다는 뜻이다. 두 숫자는 모순이 아니다. 95.2%는 '최종 처분'이고, 75.8%는 '거기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 자체가 이미 형벌처럼 작동한다는 데 있다. 조사를 받고, 진술서를 쓰고, 동료의 눈치를 살피고, 학부모의 민원을 견디는 몇 달. 끝내 무죄가 나와도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몇 달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떠나거나, 끝내 스스로 무너진 교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 제도를 '제한적 성과'라 부른 이유가 여기 있다. 교사를 벼랑으로 미는 것은 유죄 판결이 아니다. 무죄가 확정되기까지의 그 긴 수사다. 그러니 무죄라는 결과만으로는, 교권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권은 무엇으로 회복되는가. 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무고성 신고를,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걸러내야 한다. 2026년 5월 7일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한 걸음을 뗐다. '반복적' 민원만 보호하던 요건을 없애, 단 한 번이라도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민원이면 보호 대상으로 삼았고, 대면 상담뿐 아니라 비대면 수업·원격 상담까지 포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교육감이 '정당한 지도였다'는 의견을 내는 제도가 있지만, 그 의견이 수사 착수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의견 제출이 신고 초기에 더 강하게 작동해, 무고가 분명한 사건은 입건 전에 걸러지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걸음은 교사의 지도 권한 자체를 법에 명문화하는 일이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교사가 단독으로 내리는 '교육적 조치'와 위원회를 거치는 '규율적 조치'를 나누어, 어디까지가 정당한 지도인지를 법으로 그어 두었다. 경계가 분명하면, 정당한 지도가 신고로, 신고가 수사로 번지는 일도 줄어든다. 교사가 '이것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을까' 망설이지 않을 때, 비로소 교실의 질서도 돌아온다.
교권은 무죄로 회복되지 않는다. 수사받지 않을 자유로 회복된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무혐의'라는 뒤늦은 위로가 아니라, 애초에 피의자가 되지 않을 절차다. 95.2%는 교사를 구하지 못한다. 그 사이, 75.8%가 먼저 무너지기 때문이다.
출처
- 교사 자살 28명(2024년, 2020년 이후 최다)·아동학대 수사 2,436건(최근 6년): 강경숙 의원 2025 국정감사 자료(교육부 제출) — 한국교육신문·오마이뉴스.
- 교권 침해 유형 변화(모욕·명예훼손 2023년 44.8% → 2024년 26.0%): 교육부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2025.5, 정책브리핑).
- 교권회복 4법(2023.9.21, 교원지위법 재석 286명 전원 찬성)·초·중등교육법 §20조의2·교육감 의견 제출제: SBS·국가법령정보센터·정책브리핑(korea.kr).
- 효과와 한계: 수사완료 438건 중 95.2%(417건) 최종 불기소(교육부) ↔ 같은 438건의 75.8% 입건·검찰 송치(천창수 울산교육감, 2026.3.26 시도교육감협의회); 국회입법조사처 '제한적 성과'(현안분석 346호, 이덕난, 2024.12).
- 2026.5.7 교원지위법 개정(재석 217명 전원 찬성, '반복적' 요건 삭제·비대면 포함): 서울경제·에듀프레스.
- 독일 NRW 학교법 §53(교육적 조치 vs 규율적 조치 이원화): KEDI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실은 지금」 — 2026, 사건 너머를 읽다 (전 5부)
- ① 두 개의 참교육 — 학생인권과 교권은 시소가 아니다
- ② 교권은 무엇으로 회복되는가 — 95.2%와 75.8% 사이 ← 지금 글
- ③ 조례를 없애면 교권이 살아나는가
- ④ 나는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
- ⑤ 권리가 아니라 절차다
다음 편 ③ — '학생인권을 강화했더니 교권이 무너졌다'는 통념엔 정작 데이터가 없다. 그런데도 조례 폐지론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