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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은 읽지만 따지지 못한다 — 정답률 25.6%가 말하는 것

작성자상징사전|작성시간26.06.08|조회수13 목록 댓글 1

한국 학생은 글을 못 읽지 않는다. 오히려 잘 읽는 편이다. 2018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 학생의 읽기 점수는 514점, 참여 37개국 가운데 5위였다. 그런데 같은 시험의 한 문항이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글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문항의 정답률이 25.6%에 그친 것이다. OECD 평균 47.4%의 절반을 겨우 넘었고, 읽기 성취가 높은 나라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이순영, 2025). 빠르고 정확하게 읽지만, 읽은 것을 따지지는 못한다. 한국 문해력의 진짜 약점은 '해독'이 아니라 '비판'에 있다.

 

왜 이렇게 되었나. 디지털 읽기의 습관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화면을 넘기며 훑어읽기(skimming)에 익숙해졌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낚아채는 데는 더없이 효율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안동대 김주환의 문헌 연구가 보여 주듯, 훑어읽기는 통찰을 위한 깊이 읽기에는 부적합하다. 핵심 개념을 잡는 데는 종이와 화면이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 정보를 머릿속에 붙들어 두는 능력은 종이 환경에서 더 높았다(이른바 '스크린 열등 효과').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읽기는 빠르되 얕다. 글의 빈틈을 의심하고, 숨은 전제를 캐묻고, 주장과 근거를 갈라보는 일은 그 미끄러짐 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처방은 분명하다. 국내 리터러시 연구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정교하고 비판적인 사고의 강화'이며, 그 구체적 방법으로 꼼꼼하게·깊이 읽기(close & deep reading)와 비판적 리터러시가 제시된다(이순영, 2025). 꼼꼼하게 읽기란 무엇인가. 텍스트에 주의를 모아 명시된 정보를 확인하고, 거기서 논리적 추론을 전개해 글 전체의 의미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일이다(이순영, 2015). 20세기 초 신비평에서 출발한 이 오래된 방법이,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절실한 처방으로 다시 불려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교사와 학부모에게 이것은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한다. 아이에게 "무슨 내용이었니?"를 넘어 "글쓴이는 왜 그렇게 주장하지?", "이건 사실일까, 의견일까?", "근거는 충분한가?"를 묻는 일. 한 편의 글을 빠르게 한 번 읽히기보다, 짧은 글이라도 두 번 세 번 곱씹어 따지게 하는 일. 입시 국어가 끝내 측정하려는 것도 바로 이 힘이다. 정보를 검색하는 능력은 이미 모두의 손안에 있다. 희소해진 것은 그 정보를 의심하고 판별하는 능력이다.

 

읽을 줄 아는 것과 따질 줄 아는 것은 다르다. 정답률 25.6%가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더 많이 읽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리게, 깊이, 그리고 의심하며 읽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화면의 시대에 사람이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마지막 능력이다.

 


출처

  • PISA 2018 읽기 514점(5위)·사실/의견 구별 정답률 25.6%(OECD 47.4%): 이순영(고려대), 「디지털 읽기 시대, 리터러시의 현황과 교육적 시사점」, KUFINE Vol.4, 2025.6 (KEDI 1차 자료)
  • 훑어읽기의 한계·스크린 열등 효과(세부 정보 파지 인쇄 우위): 김주환, 「디지털 읽기가 독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문헌 연구」, 『한국어문교육』 33, 2020
  • 리터러시 교육의 공통 방향 '정교하고 비판적 사고 강화'·close & deep reading: 이순영, KUFINE Vol.4, 2025.6
  • 꼼꼼하게 읽기(close reading)의 정의·재조명: 이순영, 「꼼꼼하게 읽기(close reading)의 재조명」, 『독서연구』 3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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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황진이 | 작성시간 26.06.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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