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100명 가운데 거의 3명은 고등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않았다. 대입 입학자 중 고졸 검정고시 출신 비율은 2019년 1.3%에서 2024년 2.7%로, 5년 만에 두 배가 됐다(한국교육개발원). 학교를 그만둔 선택이 '낙오'가 아니라 '합격'으로 끝나는 일이 더는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검정고시가 변했다 — 정확히는, 검정고시를 대하는 우리의 셈법이 변했다.
한때 검정고시는 학교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우회로였다. 지금은 상위권이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정문이 되어 간다. 2026학년도 수능에 원서를 낸 검정고시 출신은 2만2,355명, 전체의 4.0%로 31년 만의 최대치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 다수는 나이로 보면 아직 고등학생인 자퇴생이고—서울 응시자의 75%가 19세 이하다—강남·서초처럼 입시에 밝은 동네일수록 자퇴율이 높다(각 2.7%, 전국 최고). 이름하여 '전략적 자퇴'다. 정시 40% 의무화로 수능 한 판의 비중이 커졌고, 2025년 고1부터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며 1등급이 상위 4%에서 10%로 넓어져 변별이 무뎌졌다. 학교에 남아 내신·수능을 동시에 짊어지느니, 학교를 나가 수능에 '올인'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그러니 이 선택을 한 아이와 부모를 탓하기는 어렵다. 주어진 입시 구조 안에서 가장 유리한 수를 찾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행동이다.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개인의 합리적 최적해가 '학교를 비우는 것'이 되도록 짜인 구조에 있다. 한 명 한 명의 영리한 선택이 모이면, 공교육은 조용히 텅 빈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설계의 문제라면, 답도 설계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 학교에 끝까지 남는 것이 손해가 되지 않도록 학교 교육과 입시의 거리를 좁히는 일—내신과 수능이 서로 다른 게임이 아니게 만드는 일이다. 둘째, 떠나는 쪽의 셈법도 정직하게 따져야 한다. 보이는 것은 자퇴 후 명문대에 합격한 사례뿐, 같은 길에서 미끄러진 아이들의 숫자는 어디에도 집계되지 않는다(생존편향). 셋째,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학교는 검정고시가 결코 줄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주어야 한다. 함께 읽고 따지고 토론하며 사고를 기르는 시간, 점수로 환산되지 않는 그 경험 말이다.
검정고시가 '전략'이 되는 사회는, 학교가 '비효율'로 여겨지는 사회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을 막는 길은 교문을 닫아거는 데 있지 않다. 떠날 이유보다 남을 이유가 더 큰 학교를 만드는 데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왜 떠나는가"가 아니라, "왜 남아야 하는가에 우리는 답할 수 있는가"이다.
출처
- 대입 입학자 중 검정고시 출신 1.3%(2019)→2.7%(2024):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정책포럼(News1 보도)
- 2026수능 검정고시 출신 2만2,355명·4.0%(31년 만 최대), 서울 19세 이하 75%: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서울교육청(베리타스알파·서울신문 2025~2026)
- 강남·서초 자퇴율 각 2.7%(전국 최고): KEDI(세계일보·뉴시스 2025-08)
- 정시 40% 의무화·내신 5등급제(1등급 4%→10%): 교육부 2028 대입개편안; 전문가 분석(임성호 종로학원)
- 종합·검증 근거: 2026-06-16_고1자퇴-학업중단-증가현상 (딥리서치 검증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