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꽃
날라리시인 채완 부태식
내 고향 *평대리에 당근꽃 피었다
초목이 무성한 길섶에
슬몃슬몃 고개를 내민
흰색의 가붓한 수줍음
유순한 처녀의 얼굴이다
손끝 대신 시선으로
당신을 끌어안던 날
바람은 꽃을 품고
꽃은 바람을 붙들었다
미끈한 살색 다리 곧게 뻗어
혈맥을 땅속 깊이 묻으며
길게 선 몸의 잔털, 땀송이 맺혔다
우산을 한 산수국 닮은 뭉치꽃
화려하진 않은 잔잔한 아름다움
변덕스러운 바람의 약속에도
깊어지는 그리운 고향의 향수다
* 평대리 :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당근 주산지인 평대리는 필자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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