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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부처님처럼

새로운 불교를 꿈꾸는 자유인, 인도 비스바 바라띠대학 신상환 교수 / 불교포커스

작성자보리 박희숙|작성시간11.07.19|조회수135 목록 댓글 0

첫 번째 인연 - 새로운 불교를 꿈꾸는 자유인
인도 비스바 바라띠 대학 신상환 교수
 
2011년 07월 08일 (금) 09:48:13 들돌 philipol@hanmail.net

책상 위에 놓인 전화가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전화기를 끌어다 불 켜진 창을 보니 이름 대신 낯선 번호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담정입니다. 택시기사님 전화를 빌렸습니다. 가르쳐주신 아파트 가까이 가서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현관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함께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선 이, 그이가 바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담정파천 신상환 교수다.

 

전남 광양에서 태어났고, 대학에 진학한 뒤로는 민주화 열풍에 휩싸인 시대의 한가운데를 온 몸으로 저항하며 뚫고 나갔던 이, 좁고 어두운 방에서 영어의 시간을 보낸 뒤 조국을 떠나 자전거 한 대로 이국의 하늘 아래서 산과 들과 물길을 따라 방랑했고, 황량한 사막과 높은 설산을 넘어 찾아간 천축의 땅에서 비로소 찾아낸 자기가 가야 할 길, 그것은 불법을 배우고 배운 불법으로 후생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를 만나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그가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있다. 청중이 삼천 명은 되어야 마이크를 잡는다는 말, 그렇게 잡은 마이크를 통해 그가 했던 말들은 분명 힘차고 단호하고 명료한 말들이었을 것이고 또한 격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선지 그가 하는 말들은 대부분 짧고 분명했다. 짐작한다거나 머뭇거리기보다 단정적이고 확신에 찬 말이 많았다. 살아온 이력이 그러했고, 배운 공부가 또한 바른 길 가는 것과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었을 테니 그의 어법이 그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

 

   
봉은사에서 특강을 마친 뒤 독자가 가져온 책에 저자사인을 하고 있는 신상환 교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와의 인연의 시작이 블로그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가 대학에서 한창 저항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을 때, 나는 새로 이사간 동네에서 길에 쌓인 최루탄 때문에 출퇴근 때마다 눈물을 흘리느라 고역을 치르곤 했었는데, 그때는 데모하는 학생들에 대해 본 그대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자랑거리가 되던 시대였다. 그가 활동(?)한 대학의 정문은 우리 집 대문에서 작은 골목 하나를 건너면 나타나는 말 그대로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었다.

 

그와 나를 이어준 인연의 끈은 한산시寒山詩였다. 한학을 하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한문에 노출되어 자랐고, 성인이 되면서는 당시唐詩, 그 중에서도 호방한 이백李白의 시를 흠모하여 많이 읽었다는데, 인도에 살던 그가 블로그를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연히 내가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한산시를 보게 되었고, 그 한 편의 한산시가 우리 둘의 인연을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다.

 

한산시는 사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뒤 마땅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다가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끝까지 간다는 확신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내 게시물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끝까지 가보자는 목표가 생겼으며, 결국 그 목표를 이뤘다. 그러니 제대로 말하자면 내 블로그 카테고리에 첫 ‘완完’자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서로이웃을 맺은 담정 그 사람의 관심과 읽기, 그리고 덧글이었다.

 

그를 만나 서로에 대한 앎을 키우는 동안 그는 두 권의 저작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번째가 티베트 역사 속의 고승 ‘사꺄 빤디따’의 저작 《사꺄 렉셰》를 우리말로 옮겨 《선설보장론善說寶藏論》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한 것이고, 두 번째로는 그의 전공인 ‘중론中論’에 관한 《용수의 사유》를 신작으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날, 《용수의 사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1년 우수학술도서 389종 가운데 한 권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인연 있는 이로 반갑고 축하해야 할 일일 것이다.

 

티베트 불교를 전공한 학인으로 그가 꿈꾸는 것은 티베트 경전의 한글화 작업이다. 학술적인 연구와 함께 병행될 이 일은 앞으로 불교를 공부할 후인들과 부처님 가르침을 폭 넓게 읽고 싶어하는 불자들을 위한 그의 원이며 업이다. 그는 또한 새로운 불교, 새로워진 불교, 새로워짐으로써 부처님 원래의 가르침에 가까워지는 그런 불교를 꿈꾸고 있다. 그가 젊은 날 꿈꾸었던 것이 새로운 나라였던 것처럼, 나이 들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그가 꿈꾸는 것 또한 하루하루 힘들게 사바의 바다를 헤쳐가는 이들에게 평화와 안락을 선물할 수 있는 바로 되고 바로 선 불법이다.

 

   
방학 동안에 찾은 고향집에서 연로한 부모님을 도와 매실을 따던 차림 그대로 빗 속에 도착한 사람들을 맞으러 나온 신상환 교수는 임시로 마련된 숙소 벽에 흰 종이를 붙이고 <용수의 사유>에 대한 특강을 시작했다.

그가 방학을 이용해서 마련한, 섬진강 우드스탁이라 이름 붙인 난장에서 그의 오랜 벗들과 온라인 세상에서 맺은 인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매실농사를 짓는 고향집에서 매실을 따다가 나와 우리를 맞은 그는 매실을 수확하는 농부의 차림새 그대로 우리 앞에서 자신의 두 번째 저작 《용수의 사유》에 대한 특별강연을 베풀어주었다. 그의 차림새와 강연 내용이 그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걸림 없이 사는 자유인인 것을 숨김없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침마다 ‘작공덕作功德’이라는 기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바른 불자로서의 행보가 지금과 다름없이 바다 건너 먼 나라 땅에서 이뤄지고 있을지, 아니면 그의 학문적 능력을 알아보는 눈밝은 이들이 있어 그의 활동무대가 그가 태어난 나라로 옮겨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로되, 어디서든 그가 있는 곳에서 불법이 바른 길을 찾아가게 되기를 함께 기원하고 응원할 참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이어주는 새로운 인연을 찾아 길을 나설 참이다.

 

맨 처음, 인연이 이어주는 새로운 인연을 찾아 나서볼 생각이라는 내 말을 듣고 그는 자신이 적절한 인물이 아니라며 고사를 했다. 매체의 특성을 생각해서라도 파괴력 있는 큰 인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완곡한 거절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록 가까이 있는 인연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무서운 건 왕과 독사만이 아니라고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왕의 아들도 왕이 될 것이고, 새끼 독사도 독사가 될 것이며, 어린 수행자도 언젠가는 고승대덕의 반열에 오를 것을 믿기 때문이다.

 

 

신상환辛尙桓 교수 프로필

철학박사. 1968년 전남 광양 출생
순천고등학교(1986)∙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1993)를 졸업하고 카라콜람 산맥을 넘어 파키스탄을 통해서 인도로 들어간 후, 1998년까지 인도, 티베트, 중국 등을 여행하였다.
티베트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타고르 대학으로 알려진 인도의 비스바 바라띠(Visva-Bharati) 대학의 인도∙티베트학과(Indo-Tibetan Studies)에서 티베트학 석사 및 같은 학교에서 산스그리뜨어 준석사(Diploma) 등을 마쳤으며, 캘커타 대학의 빠알리어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1999~2008).
현재 비스바 바라띠 대학의 인도∙티베트학과의 조교수(Lecturer)로 재직하고 있으며, 티베트 경전의 한글 번역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저서로는 티베트∙타클라마칸 사막∙고비 사막의 자전거 여행의 기록인 『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리』, 나가르주나의 『중론』에 대한 연구서 『용수의 사유』가 있고, 역서로는 티베트 운문학의 정수라고 알려진 사꺄 빤디따의 『선설보장론』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시초 단계의 초기 대승불교에 대한 반야부의 영향∙가설적 접근」, 「삼예 논쟁의 정치적 배경과 까마라쉬라의 수습차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한문 대장경에서의 밀교의 자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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