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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 책 속으로

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작성자ischoi|작성시간23.05.03|조회수149 목록 댓글 0

세심하게 기록된 아름다운 시대의 초상
그 시절 감성과 낭만을 생생히 되살리다

1966년, 중년의 나이가 된 케이티는 뉴욕의 사진전에서 옛사랑 팅커 그레이의 사진을 발견한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그려낸 ‘개츠비’의 현신(現身) 같았던 사람. 팅커의 사진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1938년을,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가슴이 뜨거웠던 그날들을 떠올린다. 순수한 창작의 에너지와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인구 천만의 대도시, 뉴욕. 대공황의 그림자 속에서도 새로운 부류의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뉴욕을 향한 덕에 문화적으로 유례없는 황금기를 이루었다. 젊은이들은 기존의 음악 질서에 반기를 든 재즈에 열광했고, 무명 화가들은 대세라고 여겨지던 피카소와 큐비즘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버지니아 울프와 이디스 워튼, 애거서 크리스티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작자미상’으로 존재하던 여성 작가들은 펜을 들 용기를 얻었다. 상류 사회에도, 예술가들 사이에도 속하지 않았던 케이티였지만 팅커와 이브와 덕분에 아름다운 시절의 낭만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매카시즘의 광기가 미국을 덮치기 전 허락된 마지막 낭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절 친구들을 잊고 살았고, 그런 자신에게 큰 충격을 받는다.

상류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110개의 규칙들과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단 하나의 가르침

등장인물은 물론 예술 작품과 흐르는 음악까지 면밀히 설계해 배치하는 에이모 토울스답게, 『우아한 연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책과 노래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등장한다. 빌리 홀리데이의 〈뉴욕의 가을〉을 비롯한 재즈 명곡들은 시대의 분위기를, 헤밍웨이와 디킨스의 소설들은 읽는 사람의 취향과 성격을 알려주는 식이다. 등장하는 책들 중에서도 조지 워싱턴의 책과 소로의 『월든』은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주인공 팅커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우아한 연인』의 원제인 ‘품위의 규칙(Rules of Civility)’는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젊은 시절 꼼꼼하게 작성한 『사교와 토론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 및 품위 있는 행동 규칙』(Rules of Civility & Decent Behavior in Company and Conversation)에서 가져온 것이다. 유쾌하고 매너를 갖춘 신사이지만 어딘가 억눌린 듯한 모습의 팅커. 그에게 ‘품위의 규칙’은 세속적인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몸가짐’을 규정한 원칙이었다. 하지만 110가지에 이르는 워싱턴의 조언을 강박적으로, 머리와 몸으로 익히려 했던 팅커는 ‘마음가짐’을 규정한 마지막 원칙에 소홀한 삶을 살고 있었다. 진짜 자기 모습을 잊은 그에게 조지 워싱턴의 책은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같았다.

그런 팅커에게 케이티를 만난 후 알게 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한 줄기 빛이 되어준다. ‘삶을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만 제한하라’고 말하는 『월든』의 메시지는 그의 마음에 선명한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그동안 중요하지 않게 여긴 ‘양심이라 불리는 천상의 불꽃이 가슴 속에 항상 살아 있게 노력하라’는 워싱턴의 110번째 규칙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품위의 규칙’과 『월든』, 서로 정반대처럼 보이는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책이 놀랍게도 에이모 토울스의 마법 같은 스토리텔링 속에 하나의 메시지로 융합된다.

욕망을 위해 기꺼이 꿈을 버리는 시대, 끝까지 자신을 지켜낸 사람들
어두운 시절을 견딘 찬란한 젊음에 바치는 찬사

오프라 윈프리가 책을 고르고 평하는 《오프라 매거진》은 맨해튼의 상류 사회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의 태도를 지켜가는 『우아한 연인』의 인물들을 극찬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당당한 사업가 앤, 부유한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났지만 사회적 책임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월러스, 특별한 목적은 없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명문대생 디키, 자신의 재능을 돈에 팔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하는 무명 화가 행크.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당시에는 무모해 보였을 이들의 용감한 선택이 바로 우리를 올바른 세상으로 이끈 역사적 순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작가의 시대관은 다음 작품인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작중 주인공인 로스토프 백작의 “‘역사의 모든 전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예술이나 상업, 또는 사고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갈림길마다 매번 등장하는 평범한 남자와 여자’”라는 대사는 『우아한 연인』이 주는 메시지와 서로 통한다.

에이모 토울스는 『우아한 연인』으로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름을 딴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개츠비’를 언급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을 설명하는 데 굳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작가의 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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