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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질지 못 하면 약하지나 말지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3.07.17|조회수38 목록 댓글 0

 

모질지 못하면 약하지나 말지

 

파도에 휩쓸리고

돌 끼리 부디치며

깎이고 다져지다

급기야는 도공(陶工)의 구석(球石)으로

형체도 못 갖춘 돌맹이로 버려져도

소천을 기다리는 마음이야 미련도 없다마는

 

풍진풍파에 닳고 깎인 아픔일랑 이골난 화상은 

모질지 못하나마 약하지나 말것을

야박스런 물정에도 울컥하는 남은 잔정에

번지는 눈물마져 걷울 줄 모른다. 

 

모질면 강해진다더만

거듭하는 세월에도 도무지 가당찮은지 

차라리 약하기를 바라는듯 

언감생심

세상 보는 마음마져 싯다르다를 닮는구나. 

 

설마 싯다르다가

조선의 황진이나 청산리 벽계수를 알까마는

정 그리는 황진이의 시 한자락에 미쳐 굳지 않은 

약한 정 못내겨워 황진이를 그린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동짓 달 기나긴 밤을 허리 한가운데 베어내어--        

춘풍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봄바람같은 따듯한 이불 서리서리 감아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정든 님 오신날 밤에 한가닥 한가닥 고루 펴리라--

 

장마비로 얼룩지고 

어처구니 없는 풍진세상에   

도무지 이승에서 찾아 볼 것 같지 않은

도원 속 애련기(愛戀記)를 그리며

독하지 못하면서 약해진 자신을 본다.

 

-글 / 日 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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