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지 못하면 약하지나 말지
파도에 휩쓸리고
돌 끼리 부디치며
깎이고 다져지다
급기야는 도공(陶工)의 구석(球石)으로
형체도 못 갖춘 돌맹이로 버려져도
소천을 기다리는 마음이야 미련도 없다마는
풍진풍파에 닳고 깎인 아픔일랑 이골난 화상은
모질지 못하나마 약하지나 말것을
야박스런 물정에도 울컥하는 남은 잔정에
번지는 눈물마져 걷울 줄 모른다.
모질면 강해진다더만
거듭하는 세월에도 도무지 가당찮은지
차라리 약하기를 바라는듯
언감생심
세상 보는 마음마져 싯다르다를 닮는구나.
설마 싯다르다가
조선의 황진이나 청산리 벽계수를 알까마는
정 그리는 황진이의 시 한자락에 미쳐 굳지 않은
약한 정 못내겨워 황진이를 그린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동짓 달 기나긴 밤을 허리 한가운데 베어내어--
춘풍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봄바람같은 따듯한 이불 서리서리 감아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정든 님 오신날 밤에 한가닥 한가닥 고루 펴리라--
장마비로 얼룩지고
어처구니 없는 풍진세상에
도무지 이승에서 찾아 볼 것 같지 않은
도원 속 애련기(愛戀記)를 그리며
독하지 못하면서 약해진 자신을 본다.
-글 / 日 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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