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호른이 저 앞에 있는데.
우리는 원래 가이드가 알려준 길만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요.
조금만 더 가면 더 좋은 풍경이 있을 것 같고.
저 언덕만 넘으면 마테호른이 더 크게 보일 것 같고.
저 길 끝에는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숨도 차고 다리도 무거워졌지만.
뒤를 돌아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다시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사진을 보니 조금 오버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가이드가 안내한 곳까지만 다녀올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언제 다시 이 길을 걸어보겠습니까.
언제 다시 마테호른을 이렇게 가까이 두고.
알프스 바람을 맞으며.
친구와 웃고 떠들며.
구름이 산봉우리를 스쳐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인생도 여행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금 무리했던 길.
조금 돌아갔던 길.
그때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늘 그런 순간들이더군요.
그래서 오늘의 오버는 실패가 아니라 추억입니다.
마테호른 아래에서.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욕심냈던 하루.
언젠가 나이 들어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되면.
그날의 풍경보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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