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상상력으로 감동은 창조된다
"아라비아 반도의 진주"라는 중동 두바이(Dubai)에 아트 프로젝트가 있어 얼마 전 방문했다. 아랍에미리트 연방(UAE)의 7개 토후국 중 진주잡이, 어업과 대추야자 농사로 연명하던 작은 어촌마을이 글로벌 경쟁력의 국제도시로 경천동지하는 '사막 속의 진주'는 활력적인 도시였다.
도시마케팅 전략의 변화는 종교적 결속력을 토대로 배타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슬람권에서도 감지되는데 아랍에미리트 관광 중에 인상적인 문화마케팅 두 가지가 있었다.
두바이, 버즈 칼리파와 두바이 몰(The Dubai Mall) 근처의 한국 이재효 작가의 공공조형물
두바이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성은 놀라웠다. 등산도 축구도 할 수 없는 열사의 땅에서 여성들이 즐길 유일한 곳인 축구장 50개 크기의 초대형 쇼핑센터 '두바이몰'. 야자수 형상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와 인공 실내스키장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 프로젝트로 글로벌 명품도시를 지향하지만, 예술과 문화가 빠진 도시의 황량함을 아는 두바이의 리더십은 도시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또한, 세계 최고층 건축물로 대한민국의 삼성에서 시공한 163층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근처에서 만난 세계적인 아티스트 페르난도 보테로 등의 공공조형물과 함께 한국의 이재효 조각가 작품을 보고 한류를 미술에서 확인했다.
두바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부다비(Abu Dhabi)를 간 김에 오일머니로 석유 고갈 이후를 준비하는 '행복섬=예술섬' 건설 현장을 찾았다. 아부다비 10대 프로젝트의 총 규모가 2천억 달러가 넘는데 그 중 240억 달러를 투자하여 아부다비를 중동의 '문화 허브'로 구축하는 사디야트 아일랜드(Saadiyat Island/행복섬)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 이었다.
중동 UAE, 아부다비의 예술섬 사디야트 아일랜드(Saadiyat Island) 조감도
아부다비는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으로 뮤지엄 콤플렉스를 조성함으로써 도시의 인상을 정치, 경제에서 문화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미래를 향한 열린 도시로 다양한 지성과 예술이 만나는 도시로 활성화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활성화를 가져오게 하며, 도시 재개발사업에 문화시설을 포함함으로써 도시를 발전 시킨다. 또한, 기존건물을 문화시설로 전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방향성을 확립하여 관광문화 특구 '예술섬'을 2018년 완공 목표로 조성 중이다.
아부다비는 루브르 박물관 분관이 '사디야트 아일랜드'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문화 자존심을 판다!"는 프랑스 국내 반대 여론에도 유치에 성공하여 '루브르' 브랜드 30년 사용료만 5억 2천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리고 루브르 미술관으로부터 미술품 대여와 특별 전시회, 전시 컨설팅 등을 지원 받는 조건으로 7억 4천 7백만 달러에 추가 합의했다고 한다.
아부다비의 랜드마크, 쉐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Sheikh Zayed Grand Mosque)
서울 여의도 세 배 면적의 예술섬 사디야트는 건축계 거장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 '빌바오 효과'를 만든 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 아부다비(Guggenheim Abu Dhabi), 영국의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자이드 국립박물관(Zayed National Museum), 일본의 거장 안도 타다오의 해양박물관(Maritime Museum), 동대문 디자인플라지(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의 퍼포밍 아트센터(The Performing Art Center) 등 퍼블릭 문화 시설로 사디야트섬은 문화와 예술의 섬으로 탄생하려 한다.
4대 문명발상지인 페르시아를 역사로 가진 이란과 이라크나 고대 이집트, 그리스로마 문화에 유대교 유적 등이 있는 요르단과 달리 아랍에미리트는 석유가 나기 전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곳이었다. 문화의 깊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포스트 오일시대를 준비하며 장기적인 문화 프로젝트로 지속가능발전을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었다.
팜 아일랜드(Palm Island) 중 팜주메이라(Palm Jumeirah)에서 바라본 아틀란티스 호텔(Atlantis Hotel)
태양이 폭력적인 무인도 불모지는 세계적 문화브랜드의 재창출을 목표로 아름다운 건축물과 콘텐츠로 이루어진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모래 위의 도시는 혁신 중이었다.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가 실현되는 듯한 환상적인 아라비아 반도의 두 도시. 인간의 상상력은 감동을 창조한다. 두바이 리모델링에 관여하는 CEO의 말이 귓전을 스친다.
"고급스럽고 창조적인 것을 좋아한다. 크기도 중요하지만,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감동을 전한다면 비용은 문제가 안 된다......"
김형석/독립큐레이터. 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