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세체다에 오르기 전까지는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이었다.
곤도라를 타고.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구름 가까이 올라갈수록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해발 2,500m.
세체다 정상에 서는 순간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눈앞에는 톱날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로미테의 거대한 바위산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뒤를 돌아보면 알프스 설산이 파도처럼 이어진다.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막히는 곳이 없다.
360도 파노라마.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전망대에 올라선 기분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걷지 않았다.
좋은 풍경은 빨리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초원은 물결처럼 흔들리고. 멀리서는 산장 종소리가 들려왔다.
각자 준비한 벤또를 꺼내 먹으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평범한 김밥 한 줄도. 삶은 계란 하나도.
이 풍경 앞에서는 최고의 만찬이 된다.
피에라롱기아 산장을 지나 콜 라이저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힘든 산행이 아니라 자연 속을 산책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급한 오르막도 없고. 숨 가쁜 경쟁도 없다.
그저 걷고. 멈추고. 사진 찍고. 감탄하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살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세체다 정상에서 바라본 돌로미테는 조금 달랐다.
그 풍경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되는 풍경이었다.
언젠가 나이가 더 들어 이곳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오늘의 하늘. 오늘의 바람. 오늘의 설산.
그리고 함께 웃던 사람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세체다.
그곳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몇 장을 선물해 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