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고흐를 만나러 남프랑스로 떠나는
준비중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백 년이 훨씬 지난 화가를 만나러 왜 그렇게 먼 길을 가느냐고.
하지만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안다.
어떤 곳은 풍경 때문에 가고, 어떤 곳은 맛있는 음식 때문에 가지만, 어떤 곳은 결국 사람을 만나러 가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만나러 가는 사람은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고, 늘 가난했고, 외로움과 싸우며 살았던 한 사람이다.
그는 특별한 영웅도 아니었고, 행복한 삶을 살지도 못했다. 우리처럼 걱정이 많았고, 사람에게 상처받았고, 내일이 막막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마음이 간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날. 애써 웃지만 마음은 텅 빈 날. 주변에 사람은 많아도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날.
고흐도 그런 시간을 살았다.
그런데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픈 마음을 원망으로 남기지 않고, 한 줄기 햇살과 흔들리는 나무,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이상하게 사람을 울린다. 그림을 보는 순간, 누구나 자기 삶의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남프랑스로 가고 있다. 라벤더 향기 가득한 길을 걷고, 아를의 노란 햇살을 마주하며, 고흐가 바라보았던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아마 그곳에서 우리는 화가 고흐만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젊은 날의 나를 만나고, 힘들었던 시간을 견뎌낸 나를 만나고, 여전히 잘 살아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한 화가를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 오래 잊고 지냈던 내 마음을 다시 만나러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고흐를 만나러 남프랑스로 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조용히 나 자신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