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표현의 목적이요, 음악은 표현의 매체다", 바그너 오페라(음악극)이야기
음악은 철학이 며, 음악의 목적은 정신적 고양이라고 주장한 작곡가는 바그너죠.
그의 오페라는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적 기법과 철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감상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
이탈리아 오페라를 노래극이라고 한다면, 바그너의 오페라는 음악극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음악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전통적인 오페라는 드라마의 진행상황을 단순한 선율의 노래인 레치타티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그러다 출연자의 감정을 표현할 때는 드라마의 진행을 멈추고 감정을 극대화한 아리아를 부릅니다.
이때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죠. 이런 장면은 오페라의 오락성을 분명히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화려한 아리아 선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장대한 서사와 웅장한 선율로 이루어진 바그너의 오페라를 참고 감상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스토리(외연)는 노래로, 감정(내면)은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는 바그너의 오페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무한선율(Unendliche Melodi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중간에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낼 기회도 없습니다. 오락성 보다는 예술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인물과 상황을 상징하는 짧은 악구인 유도동기(Leitmotiv)도 사용됩니다. 이를 통해 드라마와 음악의 긴밀한 연결하고 통합시키죠.
스토리도 쉽지 않습니다. 바그너가 직접 쓴 대본은 북유럽 신화나 영웅이야기를 통해 독일민족의 우수성과 독일 정신을 강조하고자 했죠. 그래서 내용이 낯설고 난해합니다.
4일에 걸쳐 17시간 동안 공연되는 ⌜니밸룽의 반지⌟ 시리즈는 신과 인간, 거인과 난장이, 요정들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데요, 스토리 파악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바그너 음악극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통해 바그너 음악의 난해하고 오묘한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한 장면
트리스탄은 적국의 공주 이졸데를 왕인 자신의 숙부와 결혼시키기 위해 그녀를 배에 태워 데려오게 되죠. 그러나 두사람은 배 위에서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맹세합니다.
(물론 그 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트 리스탄을 사랑하는 이졸데는 어쩔 수 없이 왕과 결혼하여 왕비가 되었고, 트리스탄은 왕비이자 숙모를 사랑하는 비운의 남자가 되었습니다.
몰래 만난 두 연인은 처절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고통이 교차하는 40여분간의 길고 긴 이중창입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에 집중하여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오, 사랑의 밤이여, 어서 이리로 내려와 우리를 모두 가려다오.
우리의 목숨이 붙어 있음을 잊게 해다오....
오, 밤이여, 나를 너의 품에 안아 세상에서 나를 해방시켜다오...
https://youtu.be/lQNcTYVlcEg
바그너의 오페라(음악극)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장면은 ⌜발퀴레의 비행⌟일거라 생각되는데요, 이 음악이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먼저, 영화의 한장면부터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MmmDgqIN6G8
위 그림은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에서 발퀴레들이 날개 달린 투구와 갑옷을 입고 하늘은 나는 말을 타고서 전사자를 찾아 나서는 장면입니다.
발퀴레는 신들의 왕을 보필하는 정예군으로 전장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신들의 궁전인 발할라로 데려가는 역할을 하는 여전사이자 영웅들의 안내자입니다.
⌜발퀴레의 비행⌟ 장면을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은 자주 들어서 귀에 익숙해져야 제 맛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gieQ6jL1K70
제 입장에서도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오페라가 바그너 오페라(음악극)입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과 복잡하게 얽힌 긴 스토리를 제한된 시간에 설명하기란 쉽지 않죠.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음악도 처음 들을 땐 어색하기 마련입니다. 집중해서 듣고 반복해서 들어야 감동이 생기기 때문이죠.
바그너 오페라에 빠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는 더 어려운 것이 바그너 음악입니다.
그래서 오페라를 어려움의 미학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지만 도전해서 달콤한 열매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