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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박물관 산책

새벽부터 황혼까지

작성자캬페지기|작성시간24.08.16|조회수45 목록 댓글 0

안녕하세요?
무더위에 시원한 미술관 관람포스팅 시작해봅니다. ^^


지난주 휴가에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새벽부터 황혼까지' 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무더위로 가는 길이 고되었지만 목적지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던 삼성역 인근 마이아트뮤지엄입니다.



*제1장, 혁신의 새벽(스칸디나비아 예술의 새로운 빛)

19세기말 북유럽 예술가들은 역사화와 풍속화만들 고집하는 스톡홀름 왕립 미술 아카데미 위주의 제한된 전시기회와 보수적인 예술계에 반기를 품고 프랑스로 떠났다.(중략)
그들은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향을 수용하되,
자국에서의 일상생활과 노동의 장면을 그리면서 진정한
북유럽의 현실과 풍경을 묘사하고자 했다.
(전시 해설 중 발췌)

<샌드빅의 피오르드(The Sandvik Fiord), 한스 프레드릭 구데, 1879>

보자마자 눈이 부시다는 착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사진같지만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갈수록
물감의 붓터치가 일으키는 착시효과가 놀라웠어요.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풍경, 어두운 배경 속 반짝이는 바닷물결이 북유럽 자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베니스 대운하(The Grand Canal, Venice), 칼 스콘베르그, 1882>

사이즈가 꽤나 큰 그림으로 세로로 긴 그림의 비율이 특이했습니다.
비온 뒤 물기로 반들반들한 바닥이 잘 표현되었네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 ^^

<이삭 줍는 소녀(The Little Gleaner, 휴고 삼손, 1882>

1관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속 주인공은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신발에 흙을 잔뜩 묻힌 채 밀 이삭을 줍는 가난한 소녀입니다.
소녀는 오랫동안 허리를 구부려 이삭을 주워서인지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다. 뒤로 보이는 드넓은 밀밭이 무념무상으로 쉬고 있는 소녀의 고단한 일상을 짐작해 보게 합니다.

<어린 소녀의 초상(Portrait of a Young Girl), Hugo Salmson, 1880>

'이삭줍는 소녀' 바로 옆에 전시된 휴고 삼손의 다른 작품이다. 이번에는 높은 신분의 소녀로 보이지만
이삭을 줍고 있는 소녀보다 개인적으로 흡입력이 덜 했습니다.
원래 매력의 차이가 있었는지,
아니면 이삭을 줍고 있는 소녀에게 휴고 삼손의
마음이 더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우가족(A Fox Family), 브루노 릴리에포르스(Bruno Liljefors), 1886>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동물의 형태, 그 조화롭고 완벽한 순간,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인 조합이다.
-브루노 리릴에포르스-

브루노 릴리에포르스는 야생의 동물을 그린 스웨덴
화가로 특히 그의 그림에는 새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림에서 사냥한 새를 나누어 먹는 여우 가족의 모습이 잔인하기보다 자연의 섭리로 잘 묘사되었습니다.
사이즈가 꽤 큰 작품으로 실제 여우가족을 마주한 듯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제2장, 자유의 정오(북유럽 여성화가들의 활약)

<아침식사 시간(Breakfast Time), 한나 파울리, 1887>

본 전시회에서 집에 걸어놓고 싶은 작품을 한개
고르라면 제게는 한나 파울리의 '아침식사 시간'입니다.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겨울이 길어 햇살이 귀한 스웨덴의 아침햇볕을 화폭에
잘 담았습니다.

한나 파울리는 보수적이었던 북유럽 사회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지원으로 다양한 교육을 받고, 결혼후에도 예술활동을 했습니다.

인상주의 화풍으로 표현한 이 작품을 본 비평가들은 캔버스에 붓을 비벼 닦았다고 조롱했다고 하네요. ㅋ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들에게 조롱은 필수인가 봅니다.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 안나 보베르그(Anna Boberg), 1900>

노르웨이의 북부지역의 모습으로 해가 질 무렵인지
하늘이 붉고 바다가 어둡습니다.
오롯이 설산과 화가만이 존재하는 진공상태의 순간입니다.
미술관밖 삼성역 인근의 북적거림과 뜨거운 햇살...
미술관속 차갑고 고요한 풍경에 조용히 압도당했습니다.

안나 보베르그는 결혼 이후에도 남편과 여행을 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극지 분야는 남성이 주류였는데 스스로를 '극지화가'로 칭하며 노르웨이의 북부지역을 탐험하며 다양한 풍경을 남겼습니다.

제3장, 거대한 황혼 (북유럽 상징주의와 민족 낭만주의)

'1890년 경 몇몇 북유럽 화가들은 프랑스의 상징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확한 형태와 섬세한 묘사, 자연 과학에 근거한 표현보다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렸으며, 감상자에게 전달될 분위기와 느낌을 중요시했다.' (전시 해설 중 발췌)

<솜털 오리들(Eider Ducks), 브루노 릴리에포르스, 1894>

몇발치 떨어져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때 긴박함이 느껴졌습니다. 가까이 와서 보니 제목이
'솜털 오리들'로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제목이었습니다.
검은 물결 위 하얀 오리들이 시선을 끕니다.
풍랑을 헤치고 오리들이 꼭 집으로 돌아가길 바래봅니다.

<할란드의 봄, 화가가 제작한 액자에 회화 세점, 닐스 크뤼게르, 1894>

고흐의 밀밭의 색감이 연상되는 작품으로 스웨덴의 시골풍경이 화가의 애정을 담아 잘 표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액자도 그림에 맞게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고 합니다. 동양의 병풍처럼 세 작품을 연달아 담은 액자 또한 하나의 멋진 작품입니다.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라고 합니다.

제4장, 아늑한 빛 (북유럽 가정 실내 풍경)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 베르타 베그만(Bertha Wegmann), 1883>

햇볕 좋은 날 아이와 엄마가 산책을 나왔나 봅니다.
엄마와 아이 모두 건강해보이고, 특히 아이의 두개골이 단단하고 종아리가 튼실해 보입니다.
또한 엄마의 부스스한 금발의 머리카락의 표현이 정말 섬세합니다. 작품 사이즈가 꽤 커서 실제 아이와 엄마를 마주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커피 타임(Coffee Time), 엘사 백런드 셀싱, 1916>

제목이 커피타임입니다. 커피 타임인데 그림속에는 아이들만 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이 드실 커피를 준비하는 것인지,
간식타임인데 어른 흉내를 내며 커피타임이라고 하는지,
주인집 아이들을 위해 검은옷을 입은 아이들이 시중을 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가운데 아이가 어떤 표정으로 무엇을 준비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관람자를 계속 궁금하게 만들며 북유럽 가정의 실내풍경을 사진 한컷처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아침식사 중에,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Laurits Andersen Ring), 1898>

창밖의 풍경과 실내 화분을 보니 계절은 여름인 것 같습니다. 신문을 보고 있는 뒤태가 아름다운 여인은 화가의 아내입니다. 밝고 따뜻한 실내와 아침의 풍경이 여유롭습니다.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은 덴마크 출신 화가로 아내가
보고 있는 신문은 실제 덴마크의 신문인 '플리티켄'이라고 합니다.

<책 읽는 여인이 있는 실내풍경, 빌헬름 함메르쇠이, 1900>

고요한 실내풍경을 즐겨그린 함메르쉬이의 작품으로
얼핏보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현대의 실내풍경 같습니다. (천재는 미래를 내다보는지도요... ^^)

<로코코를 위한 습작, 칼 라르손(Carl Larsson), 1888>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오지요.
드디어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라르손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유화작품으로 프랑스 유학시절 인상주의 화풍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속 여인의 치마가 주인공인 듯 시선을 끕니다.
치마에 놓인 꽃자수와 실키한 촉감의 비치는 스커트와 그 아래 다른 치마의 색감이 조화롭습니다.

이 그림은 도난당해 칼 라르손의 사인을 지우려고했던 흔적이 보입니다. 후에 다시 되찾아 모나리자처럼 유명해진 그림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는 리스베스, 칼 라르손, 1904>

칼 라르손의 화풍이 잘 드러난 수채화 작품으로 스웨덴 밖으로 처음 반출되었다고 합니다. ^^
전시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작품으로 수채화가 손상될까 조명이 매우 어둡습니다. 어두운 조명 속 스웨덴 가정집을 들여다보면 화가의 딸인 리스베스가 책읽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케아라는 기업에 영감을 준 칼라르손과 그의 아내 카린이 가꾼 스윗홈 '릴라 하트나스'의 일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티켓과 안내장마저 너무 이쁩니다.

지난달 스웨덴에 사는 동생이 오랫만에 한국에
왔었습니다. 스웨덴에서의 삶이 어떤지 물어보니
겨울이 길어 춥고, 어둡고, 무료하고, 심심한 나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에게
그들의 여유와 고요함이 담긴 그림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인생사 넘치면 비우고 싶고,
비워지면 채우고 싶은 법이니까요.^^


P.S. 미야님께서 알려주신 정우철 도슨트님
해설 영상도 첨부합니다.^^ 감사해요~

https://youtu.be/DUs0c-XXHmM?si=dQzcX-925kFuaLFv



#새벽부터황혼까지
#스웨덴국립미술관
#북유럽미술
#칼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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