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의 밤은 산장에서 절정을 보여준다

작성자카페여행|작성시간26.07.25|조회수361 목록 댓글 1

돌로미테의 밤은 산장에서 완성된다


돌로미테를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면 산장에서는 하루쯤 자봐야 한다.
하지만 하루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산 위에서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는 시간을 두 번쯤 겪어야 비로소 산의 생활이 몸에 스며든다.


이번 트레킹에서는 사쏘피아토 산장에서 이틀을 머물고, 서로 다른 산장에서 각각 하룻밤씩을 보냈다. 모두 같은 산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산도 달랐고 저녁의 분위기와 아침의 공기까지 전혀 달랐다.

사쏘피아토 산장에서의 첫날은 몸이 먼저 산에 도착하고 마음은 한참 뒤에 따라온 날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길과 초원을 지나 산장에 들어서자 따뜻한 음식 냄새가 먼저 반겼다. 방은 호텔처럼 넓지도 않았고, 샤워도 마음껏 할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 작은 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편하다는 생각보다 여기까지 무사히 왔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저녁 식탁에는 뜨거운 수프와 파스타, 고기요리가 차례로 놓였다. 산장에서 먹는 음식이라 소박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따뜻하고 맛있었다. 하루 종일 걸은 뒤라 빵 한 조각도 귀했고, 뜨거운 수프 한 숟갈은 몸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일행들과 와인 한 잔을 나누었다.

오늘 길이 힘들었다는 이야기, 넘어질 뻔했다는 이야기, 내일은 조금 천천히 걷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거창한 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산 아래에서는 좀처럼 나누지 못했던 솔직한 말들이 작은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놓였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모두 숟가락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사쏘룽고와 사쏘피아토의 거대한 암벽이 붉게 물들었다. 처음에는 연한 금빛이던 산이 주황빛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불이 붙은 것처럼 붉어졌다. 몇 분 사이에 산의 얼굴이 계속 달라졌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자 기온이 빠르게 내려갔다. 바람은 차가워졌고 산장 창문마다 노란 불빛이 켜졌다. 밤이 깊어지니 도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들수록 더 많은 별이 보였다.

그날 밤에는 와인 한 잔의 온기와 내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안도감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자 오래 뒤척일 틈도 없이 잠이 들었다.

사쏘피아토 산장에서 이틀을 머문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곳에서 두 번 자는 일이 아니었다.


첫날에는 산장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둘째 날에는 산장이 조금씩 내 집처럼 느껴졌다. 불필요한 짐은 남겨두고 가벼운 배낭만 메고 능선으로 나섰다.

산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길은 거대한 바위산의 옆구리를 따라 계속됐다. 한쪽에는 초원이 펼쳐지고 다른 쪽에는 깎아지른 암벽이 솟아 있었다. 길이 부드러운 곳도 있었지만 돌이 흩어진 구간에서는 발을 디딜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우리 팀은 젊은 사람들처럼 빠르게 걷지 않았다.
누군가 숨이 차면 함께 멈췄고, 돌길이 나오면 앞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기다림이 필요했고,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했다.

산에서는 혼자 잘 걷는 것보다 함께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알페 디 시우시의 초원과 돌로미테의 봉우리들이 겹겹이 펼쳐졌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가느다란 선처럼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그 길 위에서 힘들어했던 일이 멀리서 보니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있었다.

둘째 날 저녁, 다시 산장 식탁에 앉았다.

어제와 같은 자리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서로의 걸음과 성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누가 오르막에 강하고 누가 내리막을 무서워하는지, 누가 말없이 뒤에서 기다려주는 사람인지도 알게 됐다.

그날도 음식은 따뜻했고 와인은 향기로웠다.

많이 마실 필요는 없었다. 한 잔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잔을 가볍게 부딪치며 오늘도 잘 걸었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산장에서는 비싼 음식이나 화려한 방보다 따뜻한 한 끼와 함께 웃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만족을 준다.


다른 산장에서 보낸 두 번의 하룻밤도 저마다 다른 기억을 남겼다.

한 산장에서는 해가 지기 직전에 겨우 도착했다. 다리는 무거웠고 어깨는 배낭 끈에 눌려 아팠다. 도착하자마자 씻고 쉬고 싶었지만, 창밖의 하늘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날의 일몰은 짧고 강렬했다.

구름 사이로 들어온 마지막 햇빛이 거대한 암봉의 끝부분만 붉게 비추었다. 잠시 후 빛은 사라졌고 산 전체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하루 종일 걸어온 것 같았다.

또 다른 산장에서는 새벽 일출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직 모두 잠든 시간에 조용히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풀잎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검게만 보이던 능선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잠시 후 첫 햇빛이 산봉우리 꼭대기에 닿았다.

빛은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회색이던 바위가 황금빛으로 변하고,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계곡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어제 힘겹게 걸었던 길도 아침 햇살을 받으니 전혀 다른 길처럼 보였다.

그 순간에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해가 뜨는 일은 매일 반복되지만, 산장에서 맞는 일출은 평범하지 않았다. 어제의 피로와 걱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새로운 하루를 다시 시작할 힘이 생겼다.


돌로미테 산장 숙박은 편안한 여행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방을 함께 써야 할 수도 있고, 샤워 시간이 제한되기도 한다.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며, 밤에는 작은 소리에도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관광객들이 모두 내려간 뒤 찾아오는 고요한 저녁, 암봉을 붉게 물들이는 마지막 햇살,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 산장의 따뜻한 식사와 와인 한 잔, 그리고 새벽 능선 너머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해가 그렇다.

우리는 최고급 호텔에서 잠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느 호텔에서도 얻기 어려운 밤을 보냈다.

하루 동안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식을 먹고, 와인 한 잔에 만족하며 잠드는 밤. 새벽에는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산장 문을 나서 능선 위로 올라가는 여행.


돌로미테는 낮에만 아름다운 산이 아니었다.

해가 지고 사람들이 떠난 뒤 더욱 깊어졌고, 별빛 아래에서 더욱 고요했으며, 아침 햇살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나는 산장에서 보낸 네 번의 밤을 단순한 숙박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곳은 잠시 잠을 자는 장소가 아니라,
돌로미테의 저녁과 밤과 새벽을 온전히 살아보는 곳이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카페 지기 | 작성시간 26.08.05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
    건강(建康) 가득한 멋진 시간(時間) 되시기를 기원 합니다
    💘 ╭🌼
    ╰)💜
    🌹🌻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