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에서 만난 꽃들
돌로미테를 걷다 보면
산은 늘 거대한 풍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와
깊고 푸른 하늘,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거대한 산보다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들이다.
트레킹을 하며 숨이 조금씩 가빠질 때면
나는 걸음을 늦추고 꽃 앞에 선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꽃,
바위틈에 몸을 기대고 피어난 꽃,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야생화.
누가 심어놓은 것도 아니고
누가 돌보아주는 것도 아닌데
자신에게 주어진 계절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다.
때로는 눈앞의 길이 힘들어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문득 발끝에서 꽃 하나를 발견한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춘다.
너도 이 길을 함께 걸어왔구나.
산을 오르는 사람은
정상을 바라보지만
꽃은 정상에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이 피어날 수 있는 자리에서
햇빛을 받고, 바람을 견디며
조용히 피었다가
때가 되면 조용히 진다.
돌로미테의 꽃을 보며
나의 삶도 조금은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젊을 때는 더 높은 곳,
더 멀리 있는 곳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상에 도착하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걷다가 만난 한 송이 꽃,
잠시 머물러 바라본 풍경,
옆에서 말없이 함께 걷는 사람,
그리고 그 순간의 내 마음.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귀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길에서 무엇을 발견했느냐인지도 모른다.
돌로미테의 산길에서
나는 오늘도 꽃을 만난다.
작고 여린 꽃들이
거대한 산 아래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며
삶이 꼭 크고 화려해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조용히 피어 있는 것.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계절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운 흔적 하나 남기는 것.
돌로미테를 걷고 돌아온 뒤에도
아마 나는 그 꽃들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산의 이름보다
꽃의 이름보다
그날 그 길에서
꽃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섰던
나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