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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월즈10 - 들판과 외진 시골길을 걸어 어퍼 슬로터에!

작성자바이칼3|작성시간22.06.06|조회수100 목록 댓글 4

 

코츠월즈10 - 버턴 온 더 워터에서 들판과 외진 시골길을 걸어서 어퍼 슬로터에 가다!

 

 

2022년 4월 22일 코츠월즈의 바이버리 Bibury 와 버퍼드 Burford 를 보고는 물의 도시

버턴 온 더 워터 Bourton on the Water 에 도착해 수심이 30cm 에 불과한 작은

개울인 윈드러쉬 강변을 걸으면서 오래된 주택에 들어선 아기자기한 숍들을 구경합니다.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은 물이 맑고 깨끗하며 오리가 노는데..... 관광객들이 아치형 다리 를

건너 다니면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한가로워 보이니

평화로운 도시라고 해야 할 것이지만 이제 우린 다음 여행지인 로우 슬로터 로 가야 합니다.

 

 

욕심이 많아 늘 빡세게 여행하는 우리 부부는는 이제 로우 슬로터 와 어퍼 슬로터 로 가야

하니 인포에 들러서 지도 한 장을 20센트에 사서는 예전의 그 버스 정류소를 찾았는데....

코로나 사태 탓인지 802번과 803번등 버스 편수가 너무 적어서 마냥 기다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택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바이버리나 버퍼드에서 처럼 가게로 들어가 택시

를 불러달라고 하려다가 생각하니, 여기서 저 로우 슬로터 마을은 그리 멀지

않으니 30~ 40분만 걸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엄청 고생 하게 될 줄이야....

 

 

내 생각으로 로우 슬로터는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야 할것 같은데, 사람들이 남쪽으로 가면 30분 남짓

걸린다기에 반신반의 하며 걷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물으니 좀 더 가다가 오른쪽 길로 들어 가랍니다.

 

 

해서 200 미터를 가다가 보니 오른쪽으로 큰 도로 가 나 있기에 더 가야 하나 하고

주위를 둘러 보아도 다니는 사람들이 없기로 이 길이 맞지 싶어 들어가니....

도로는 100미터쯤 가서는 게속 직진하는게 아니라 둑에 막혀 오른쪽으로 굽어 집니다.

 

 

200여 미터를 걷다가 생각하니 아무래도 로우 슬로터는 서쪽 이니 저 둑을 넘어 가는게 맞다는

생각을 하지만 둑으로 올라갈 길이 없으니 난감한데..... 해서 되돌아 오면서 살피니 둑으로

오르는 발자국으로 패인,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 흔적이 보이는지라 허겁지겁 올라갑니다.

 

 

가파른 비탈길로 언덕을 올라 둑 위에 서니 반대편 아래는 엄청 급경사 이고 그것도

나무와  잡풀이 빽빽하니 도저히 내려갈 수는 없는데, 150미터쯤 앞에 둑을

따라 3명이 걸어가는게 보이는지라..... 물어보면 되겠다 싶어서 급히 뒤따라 갑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중간에서 비탈길을 따라 둑을 내려 가기로 달려가 살펴보니.... 가파른 갈지자 길 이

보이기로 조심 또 조심해서 내려가니 여기 아래쪽 주변은 늪지대 라 주위를 잘 살피면서 건넙니다.

 

 

그러고는 길은 곧 울타리가 쳐져 있고 나무로 된 문으로 가로막혔는데.... 저 세 사람은 어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닫힌 문을 열고 풀이 우거진 들판길 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문은 닫혀 있는지라 밀어도 열리지 않지만 나무 막대기와 쇠 막대로 잠겨져 있으니

살짝 쇠 막대를 들어 올리니 문이 열리는데 들어가서 문을 놓으니 쇠 막대가 내려와 닫혀 버립니다?

 

 

 

그러니까 이건 사람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하려고 울타리와 문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여기 초지에서 양이나 소를 방목해 키우는 것이니, 들개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또

양이나 소들이 울타리 밖으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장애물인가 합니다.

 

 

들꽃이 지천으로 핀 풀이 우거진 들판 을 걸으니 모처럼 어린 시절 소먹이러 산에 갔던 기억

이 떠오르니.... 로우 슬로터 마을일랑 잊어버리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데

문득 황인숙 의 행복한 시 읽기에 나오는 아르튀르 랭보 의 “나의 방랑(환상)” 이 떠오릅니다?

 

 

나는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내 외투는 닳아빠져 관념이나 다름없었지

창궁아래 걷는 나는 뮤즈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나는 눈부신 사랑을 꿈꾸었노라.

 

내 단벌 바지엔 커다란 구멍이 나고

나, 꿈꾸는 엄지동자, 걸음마다 각운을 떨어뜨렸지

내 여인숙은 큰곰자리

하늘에선 내 별들이 다정하게 살랑거렸네.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기울였지.

 

 

멋진 9월의 저녁나절, 이슬방울들을

기운을 북돋우는 술인양 이마에 느끼면서

환상의 그림자들 가운데서 운을 맞추며

나는 한쪽 발을 가슴까지 들어올려

해진 구두의 끈을

리라 타듯 잡아당겼지.

 

 

또 랭보와 베를렌 의 사랑을 그린 영화 “토탈 이클립스” 에서

베를렌의 대사 에 보면...  순결한 영혼....

구두는 낡았지만 왕자처럼 당당하고 행복해서 시에 미쳐

쏘다닌다. 나는 여행에 미쳐 쏘다닌다.

영혼은 육체만큼 중요하지 않아 영혼은 영원해

영혼을 사랑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육체는 시드는걸...

 

 

20분가량 엄청 넓은 풀밭을 지나 걸어서 다시 잠긴 나무 문 을 열고 나가니

비포장 흙길 이 가로막는데.... 그 저쪽(위쪽)은 나무가 빽빽해서 들어갈

수 없으니....... 이제는 길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갈 방향 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정할게 없는 것이 우리 보다 앞서 온 저 세사람도 당연히 로우 슬로 마을로 갈테니

따라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그냥 산책 나왔답니다? 멍~~~~

 

 

이게 왠 날벼락 이냐?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만 벌리고 있다가 그럼 로우 슬로터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물으니, 오른쪽 길로 가라고 일러 주고는 자기들은 왼쪽길로 가 버립니다.

 

 

옛날 젊은 시절에 잘 모르면서도 한겨울에 혼자서 지리산 등반길 에 올랐는데..... 온통

눈으로 둘러싸인 대원사 절 위의 마을에 이르러 민박집에서 1박을 한후 다음날

아침에 버너로 아침을 하면서 보니 이 집에 2팀 이나 있기에 이제 이 사람들을 따라

가면 되겠구나 싶어 안심하고는 밥을 먹고 설거지 까지 마치고 보니 한팀만 남았습니다.

 

 

두팀이면 더 좋겠지만..... 뭐? 한팀이면 어때! 해서 이 사람들을 뒤따라 가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 팀이 등산하는게 아니라 하산길 로 접어드네요?  화들짝 놀라서

붙들고는 다른 팀은 어디로 갔느냐고 황급히 물으니 20분 전에 산으로 올라갔답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급한 마음에 빨리 배낭을 챙겨서 메고는 민박집을 나와 허겁지겁 산을 오르는데

다행히 눈길에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지라.... 안심 이 되니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출발한지 20분 밖에 안된다는데 나보다도 발걸음이 빠른지 모퉁이를 돌

때 저 멀리 희미하게 한번 뒷모습 을 보기는 했지만.... 좀체 거리가 줄어들지 않아

조바심을 내면서도 곧 치밭목 산장 이니 거기서 쉴테니 뒤따라 잡을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취나물이 많이 나온대서 붙여졌다는 치밭목 산장 에 도착하니 저 일행은  떠나버렸고

사람 이라고는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는데... 물정 모르는 젊은 나이에 오기와

치기 로 눈이 다시 내리면서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발자국을 따라  허겁지겁 뒤쫓아 오릅니다.

 

 

그새 눈바람 은 거세져서 길에 발자국이 지워져 버렸고 좀더 오르니 이제 눈으로 덮혀 도무지 길을

분간할 수가 없는데..... 써레에서 유래했다는 써리봉 을 지날 때 쯤이면 온 몸이 얼어

눈바람에 눈을 뜰수 조차 없고 또 내려가려고 해도 길을 찾을수가 없으니 이제 조난당한 것입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이니 어쨌든 저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죽기

살기로 오르니.... 마침 저 사람들이 중봉에 이르러 쉬다가 잠시 눈바람이 그친

사이에 산 저 아래에 짐승이 한 마리 보이기로 자세히 보니 사람이라 기다렸다고 합니다.

 

 

거의 실신한 젊은이에게 마호병에서 뜨거운 커피 를 마시게 하고는 눈을 털어주고 몸을 주물러

주어 간신히 정신을 차려 뒤따라가는데... 아이젠 을 준비하지 못해 천왕봉 에 오르지 못하고

자꾸 미끄러져 버리니 저 사람들이 위에서 밧줄을 내려주어 간신히 올라가 산을 넘어 하산합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거의 데굴데굴 구르다시피 해서 하산하는 길 산 중간에 법계사

마을 에서 1박하는데 하룻밤을 자고는 다음날 눈을 뜨니 정오 라.... 민박집

주인 말이 저 일행들이 아침을 먹고 떠나면서 나를 잘 돌봐 주라고 부탁 하더라나요?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인 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한적한 시골길 을 따라 걷는데, 위쪽인 왼쪽은 나무 방책으로 막혀있고 오른쪽은 나무

방책이 끝나는 즈음이면 대규모 목장이 보이는데  어느 쪽이든 빠져 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오직 앞만 보고 전진할 뿐인데.... 좁은 비포장도로 흙길에 가끔 자동차 가 한 대씩

지나 가기는 하지만, 지나는 차를 세울수는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 조차 전혀

없으니..... 우리가 바로 가기는 하는건지 이 길이 언제쯤이면 끝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한적한 흙길을 한시간 너머 걸었을까요? 마침 마주오는 사람이 있어 길을 물어보니.... 이 길로 가면

로우 슬로터 가 아니라 어퍼 슬로터 마을이 나온다니 이건 또 뭐야? 그만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행인을 지나쳐서 5분정도 걸으니 비로소 세갈래 길 이 나오고 오른쪽(아래쪽) 길은 로우 슬로터 라는 도로

표지판이 보이는데... 이왕지사 여기까지 왔으니 그럼 어퍼 슬로터 를 보고 로우 슬로터로 가기로 합니다.

 

조금 더 걸으니 오른쪽 멀리 거대한 주택들이 보이는데..... 무슨 중세의 성곽 을 연상시키는

이 건물들은 어퍼 슬로터 에 있다는 바로 그 유명한 호텔인 매너하우스 인 모양 입니다?

 

 

지치기도 한데다가 거리도 멀어 매너하우스에 가보지는 못하고 계속 걸어 어퍼 슬로터

Upper Slaughter 마을로 접어들어 이런 저런 고풍스러운 집 들을 구경

하는데..... 우린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지라 어서 로우 슬로터 로 갈 생각 뿐입니다.

 

 

마을에서 강이라기 보다 작은 냇가를 발견하는데.... 그럼 이 아이강 이 저 로우 슬로터 Lower

Slaughter 로 흐르는가 본데...... 얼른 내려갈 길 이 보이지 않는지라 마을 안으로

들어 가서는 어떤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지름길 이라며 양을 방목중인 목장 으로 들어 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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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카페지기 | 작성시간 22.06.06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갖는다.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 많은 대가를 얻는다.
    -알렉산드리아 피네-

    늘 즐겁고 健康 하시고 幸福 하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이칼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6.07 바쁜 사람......
    별 소득없이 바쁜게 제가 아닌가 합니다.
  • 작성자카페여행 | 작성시간 22.06.06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을 줍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이칼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6.07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인데......
    오늘 하루는 참 당황스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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