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감머구트에서 잘츠부르크로>
<잘츠부르크 - 할슈타트, 장크트 길겐등지로 가는 시외버스 노선도>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산들이의 코피가 터져 멎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를 너무 길게 보낸 때문이다. 오스트리아가 한국보다 7시간 늦으니 하루를 31시간 보낸 셈이다. 그러니 얼마나 피곤에 지쳤겠는가! 17일 밤 비행기를 탄 이래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채 무리하게 보낸 탓이다. 너무 어른 위주로만 진행한 것 같아 미안했는데, 걱정하는 우리에 비해 산들이는 코피 터진 것이 은근히 기분 좋은 듯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코피가 터지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는데, 산들이도 마찬가지이리라. 시간이 좀 지나고 코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안심은 했지만 휴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중앙역에 내려 정해 놓은 숙소로 가는 길이 애매하여 택시를 탔다. 걸어서 3분이라던 숙소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그때의 막막함이라니. 3일 밤을 그곳에서 묵어야 하는데, 매일 시내까지 오고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고 숙소를 잘못 정했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저렴하면서도 위치가 괜찮은 곳으로 정한다고 했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모두들에게 미안하다고 할 작정으로 숙소까지 갔는데,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그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우리가 정한 숙소는 알프스 초원에 있는 집 같았다. 할슈타트에 못 묵어서 아쉬웠던 마음을 보상해 주는 그런 곳에 숙소가 있었다고나 할까. 아래로 시가지가 펼쳐보이고, 초원에 예쁜 꽃들이 천지를 이룬 정말 예쁜 동네였다. 그리고 주인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동네까지는 SHUTTLE TRAIN이 운행된다고 했다. 처음에 도착하여 “너무 멀어요.”라고 말했더니 아줌마의 동그래진 눈이라니! “멀다니요! 기차 타고 내려서 3분이에요.”그러면서 아래의 기차역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안내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인터넷 자료로는 도저히 그렇게 해석되는 것이 아니었다.
시계는 밤 9시가 다 되어가고, 모두들 저녁은 굶었고, 식당은 아랫마을까지 가야하고..... 체면 불구하고 사정을 했다. 너무 늦고 모두들 힘이 없어서 그러니 식당을 조금 사용할 수 없겠냐고. 그랬더니 흔쾌히 사용을 허락해 주셨다. 우리는 라면과 밥 그리고 곽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몇 가지 반찬으로 만난 저녁을 해먹었다.
그리고 모두들 숙소의 위치가 좋다며 입을 모았다. 시원하고 맑은 산 공기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 초원에 자리잡은 게스트 하우스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50대의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깔끔하고 가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집이었다. 첫날 아침에 아줌마는 오스트리아식 원피스에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해주셨고, 아저씨는 아줌마를 도와주셨다. 아침식사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과 버터, 잼, 치즈, 햄, 우유, 커피, 쥬스를 원하는 대로 주셨다. 우유는 따끈하게 데워주셔서 곽선생님부부가 좋아하셨고, 커피는 내가 아주 좋아했다. 마지막날 아침에는 기차 시간 때문에 정해진 시간보다 30분 일찍 식사를 하든가 아니면 아침을 포기해야 할 판이었는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일찍 아침식사를 준비해주셔서 든든한 아침을 먹고 나올 수 있었다.
1층에는 가족 공간, 2층은 빌려주는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가족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으며, 저녁에는 부부가 야외에서 와인도 곁들이며 하루를 마감하던 모습, 산들이가 리코더로 에델바이스를 부르자 박수를 쳐주던 모습 등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우리는 마지막 날 답례로 부채를 선물로 드리고 왔다.
<게스트 하우스 옆집 할아버지 - 갓 태어난 토기를 구경시켜주시던 자상한 모습>
그리고 우리가 묵었던 집의 옆집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옆집은 개인 주택이었는데 정원과 테라스와 수영장을 갖춘 집이었다. 알프스의 맑은 물을 수영장으로 끌어들여 사용하며, 물을 데우기 위해서 수영장을 마치 온실처럼 만들어 덮개를 여닫을 수 있도록 해 놓고 있었다. 저녁에 수영장 주위에 환하게 불을 켜 놓고 온 가족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 리 같은 여행객들이 종종 눈에 불을 켜는 듯, “PRIVATE"라고 크게 써 붙여 놓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이 공용인 줄 알고 둘쨋날 이용해 보리라 마음먹었는데, 한 마디로 ”NO"였다. 산들이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부터 쌓였던 수영에 대한 미련은 여행 내내 산들이를 괴롭혔다. 또한 그 집은 저녁 식사도 야외 테라스에 불을 환하게 켜고 근사하게 해서 우리처럼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게 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래가사에 딱 맞는 그런 집이었다.
또 한 집은 토끼를 엄청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갓 태어난 토끼를 보여주기도 했다. 오며가며 마주칠 때 늘 눈인사를 하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교통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매시간 shuttle train(우리로 치면 지하철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오스트리아의 대도시에는 운행됨)이 운행되고 있고, 맑은 공기와 조용한 곳이 주거지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곳 초원을 보신 곽선생님의 아저씨는 우리나라에서라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는 바람이 잦아서 저렇게 땅을 묵혀 놓으면 온갖 씨들이 날아와 잡초가 무성할 텐데 여기는 바람이 별로 없어서 저렇게 아름다움 풀밭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환경을 강조하셨다. 맞는 말이다. 집집마다 베란다에 매달아 놓은 예쁜 화분들도 꽃씨만 심어 놓으면 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리하지 않으면 흉물이 되어 버릴 테니까. 그래도 꽃이 어우러진 주택은 한결 여유가 넘쳐나는 풍경이어서 우리에게는 부러운 풍경들이었다.
<숙소 가이드>
* 저렴한 숙소예약 사이트 - www.hostelworld.com( 폴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숙소는 모두 이 사이트를 이용했으며 모두 만족스러웠다.)
* 잘츠부르크숙소 Haus Lindner
가격:1박 21.8달러(아침 포함)
주소: Haus Lindner in Salzburg, Austria, Panoramaweg 5, A-5300 Hallwang
찾아가는 길: 중앙역에서 shuttle train을 타고 1구역인 Maria Plain역에서 내려 마을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있고, 출퇴근시간에는 더 많이 있다.
<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가던 기찻길 - 에델바이스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