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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40일간의 식도락 여행] 2006/01/24 - 브뤼셀 -> 암스테르담, 잔세 스칸스, 야간기차

작성자수룡|작성시간06.07.08|조회수624 목록 댓글 2

* 텍스트 파일은 출처만 표기하면 얼마든지 퍼가실 수 있지만, 사진과 동영상 파일의 "직접 링크"는 불허합니다. 트래픽 걸리면 저 계정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ㅠ_ㅠ (이번 글은 사진이 거의 전혀 없어서 이 표시가 필요없긴 하지만...=_=)





이날은 좀 바쁜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숙소 "Centre Vincent Van Gogh"에서 나왔다. 나오기 전에 같은 방을 썼던 한국인 여자분께 챙겨간 불량식품 "호박꿀맛나"를 하나 주고 왔다. (나중에 후회했다-_-;)


이전에 찍어뒀던 호박꿀맛나 사진 다시 올림~ (사진이 없으니 허전해서;)


공짜인 아침식사를 못한 게 아쉽지만 (우린 돈보다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런 건데, 돈 아끼려면 무료인 아침식사도 하느냐 마느냐를 생각해서 움직이는 게 좋은 듯.)  빨리 다니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암스테르담에 가서 짐을 맡긴 뒤 잔세 스칸스를 구경했다가 야간열차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프라하로 들어가야 되는 게 오늘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일단 역으로 가서 유레일을 개시했다. 그리고나서 아침 7시 37분행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에 곧 도착한 뒤 짐을 라커에 맡기고 이 암스테르담 역에서 체코의 국경 역인 체브(Cheb)에서 프라하로 들어가는 티켓을 따로 끊었다.

(잠깐 설명하자면, 체코는 유레일패스가 통용되지 않는 국가이므로 체코 국경역에서 체코 안에서는 따로 표를 내고 사야 된다. 기차에서 현금으로 내는 방법 등이 있지만, 우린 다음 까페 http://cafe.daum.net/bpguide 에 물어봤다가 얻은 답변대로 (다시 한 번 답변 감사! ^_^*) 미리 암스테르담 역에서 예약을 해뒀다. 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프랑크푸르트 역을 통과해서 바로 프라하로 들어갔는데, 사실 우리처럼 들어가는 사람은 적다. 보통은 독일을 며칠 본 뒤에 프라하로 들어가곤 한다. 우린 나중에 스페인도 가고 싶었기에 일정 중에서 독일을 줄이고 바로 프라하로 가기로 했다. 나중에도 얘기하지만, 우린 독일은 내 로망인 노이슈반스타인 성이 있는 퓌센과 예쁘다고 소문난 로텐부르크에만 갔다.)


야간열차를 타기 전에 암스테르담보다는 잔세 스칸스을 구경하기로 했다. 프린팅해둔 자료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알크마르(Alkmaar)행 기차를 타고 Koo-Zaan diijid 역 하차(20분). 역에서 나와 앞길로 계속 직진하다 마주보이는 삼거리에서 Zaanse Schans 표지판을 확인하고 왼쪽으로 돈다. 500미터 쯤 가면 나오는 오른쪽의 다리를 건너면 된다."고 하는데, Koo-Zaan diijid 역을 못 찾아서 헷갈렸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Uitgeest 역에서 내려서 바꿔타야 한다고 했다. 어떤 아주머니랑 같이 헐레벌떡 뛰어가서 탔던 기억이 난다.

이 기차를 타고 약간 당황했던 건, 화장실이다;;; 물을 내리면 밑이 열린다. 한 마디로, 철도에 흔적(?)이 남는다는 뜻; 다른 나라도 다 그랬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이런 건가? 좀 당황했음;;;


잔세 스칸스는 풍차마을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운행하는 풍차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그리고 풍차 자체도 숫자가 적다. 역시 큰 걸 좋아하는 우리는, 풍차 보고 오오~ 이러고 좋아했다. 생각보다는 덜 크고 운행도 안 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ㅎㅎ; 그리고 기억이 나는 게, 다니다가 청국장 냄새를 맡았었다. -_-; 청국장이 먹고 싶어서 헛 냄새를 맡은 건지 아니면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뭔가가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주변에서 누가 청국장을 먹었던 건지 미스테리다;

또 하나 재밌었던 건, 잔세 스칸스로 걸어가다보면 다리 같은 게 있어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한국어가 들려오는 거다. 놀라서 뒤돌아본 제현냥과 나에게 트럭에 타고있던 흑인 아저씨가 우리한테 손을 흔들면서 "나 한국 사람이야~ 어디 가?"라고 상당히 정확한 한국어로 물었다; -ㅁ-;

잠시 당황했는데, 암튼 진짜 재밌었다 ㅎㅎ 풍차보러 간다고 하니까 잘 봐라 그런 대화가 아주 잠깐 오갔었다. 그러고 그 트럭은 슥 갔는데, 하여간 웃기긴 진짜 웃겼다. ㅎㅎㅎ


잔세 스칸스는 상당히 예쁜 동네이다. 나중에 프랑스에서 간 마리 앙투와네뜨의 쁘띠 트리아농이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곳인데, 그곳보다 더 예쁘다. 작은 도랑이 중간에 흐르고, 중간중간 잔디밭 위에 풀 뜯어먹던 흑염소(?), 양 등등이 관광객들을 위해 예쁘게 나와있었다. 다리도 예쁘고, 집도 다들 예뻤다. 기대보다는 별로라는 평이 있는데, 난 이 잔세 스칸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ㅁ^*

날아간 메모리카드 가운데 가장 아까운 건 사실 이 잔세 스칸스의 풍경이다. 그 중에서도 오리 커플(?)을 담은 게 날아가서 정말 아깝다. 날씨가 약간 싸늘해서 그런지 얇은 도랑이 얼어있었다. 오리들이 그 뒤를 뒤뚱뒤뚱 걷고 있었는데, 진짜 귀여웠다! 얼른 디카로 찍고 동영상도 찍고 로모로도 찍었는데, 그게 다 날아갔으니... OTL;;;




이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잔세 스칸스 로모 사진. 제대로 안 나왔지만, 저 밑에 양이 풀 뜯어먹고 있다;;; 유일한 사진인지라 올림. ㅠ_ㅠ


이 잔세 스칸스에 한국사람 꽤 많았다; 딱 우리가 왔을 때 패키지로 왔는지 여기저기에 한국 사람 그득그득~ 좀 걷다가 치즈가게 같은 걸 발견해서 가보니 가이드 아저씨가 어떤 어른한테 치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나랑 제현냥은 가게 구경했는데, 치즈를 하나씩 샀다. 예쁘게 포장됐고, 작게 잘라진 걸 맛보니 꽤 괜찮았지만 나중에 집에 가져가면 상하지 않을지 걱정됐는데,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괜찮을 거라고 해서 훈제 치즈를 한 덩이씩 샀다. 사실 난 모짜렐라를 제외한 다른 치즈는 그다지 안 좋아하는데, 유럽가서는 꽤 치즈가 좋았고 잘 먹었다.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는 도로 잘 안 먹었지만;

이렇게 치즈를 사들고 역으로 돌아갔다. 이 치즈는 나중에 와서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판다-ㅅ- 까르푸던가? 현대백화점 지하식품매장 와인 코너쪽에도 팔았던 걸로 기억한다. 암튼, 돌아가는 길에 어느 집에 고양이가 있어서 제현냥이 열심히 찍은 기억이 난다. 다 날아갔지만;;;


암스테르담에 와서 프리트(vlaamse frites)라는 감자튀김을 먹었다. 벨기에에서 먹으려고 했다가 시간이 없어서 못 먹었는데, 보이길래 그냥 먹었음. 맛은, 세계 어디에서나 감자튀김은 감자튀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ㅁ-;

사실 암스테르담에서 먹어보려고 했던 음식은 여러가지이다. (식도락 여행인 만큼 당연히 조사 많이 했다 ㅎㅎ) 라이스터플(Rihsttafel / rice table - 흰 쌀밥과 고기(쇠고기 구이나 돼지고기 사테satay 혹은 갈비)가 함께 나오는 네덜란드 전통 음식), Rotikip(아프리카와 수리남 요리의 퓨전 요리. 감자, 숙주, 팬케이크의 일종인 로티(roti)를 곁들인 닭고기 커리), 스탐포트(stamppot - 감자를 으깬 요리로 훈제한 소시지나 돼지고기 등심 스테이크와 같이 먹음), 핫스팟(hutspot - 감자, 홍당무, 뭉근히 끓인 고기로 만든 요리.) 등등.

이렇게 아주 길게(?) 적어갔는데, 이런 걸 파는 식당이 통 보이질 않았다. 결국 점심은 스테이크 비슷한 걸 싸게 먹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점심을 먹고 잔세 스칸스에 다녀왔다.) 식당 찾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했었는데, 특이한 가게가 많았다; 그리고 마약파는 곳으로 보이는 곳도 많았고;;; 19금 가게도 꽤 있었다. =ㅁ=; (자세하게는 말할 수 없음~;)


나중에 잔세 스칸스에 다녀온 뒤 시간이 좀 남아서 암스테르담에서 유명한 곳인 섹스박물관에 갔다. 입장료가 아주 쌌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충만 둘러봐서 그런지 사실 볼 거 없는 것 같다. 약간 악취미스러운 게 있었는데-_-; 게단을 올라갈 때 어느 부분을 지나면 바람 확 나오는 부분도 그렇고, 전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_= 바바리맨이 있는 게 그랬다. 특히 바바리맨의 경우 툭 튀어나와서 당황한다; 암튼, 그냥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그 이상은 아닌 듯 하다.


기차를 타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아, 그전에 PC방에 가서 제현냥의 USB에 사진을 백업하러 갔다. 근데 백업해준 줄 알았는데 PC방 주인이 안 해줘서 사진 날렸다-_- (이때는 몰랐다...) 아무튼, 이렇게 한 뒤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뭘 먹을지 고민하면서 막 헤맸는데, 꽤 먹고 싶었던 네덜란드 전통음식 "라이스터플"을 파는 곳을 발견했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에게 얼마 뒤에 음식이 나오냐고 물었더니, 10분이라고 했다. 근데 5분 뒤에 나왔다. @_@




과자 비슷한 게 먼저 나왔다. 버석거리고 맛 없었다; (이제부터 사진 있다. 감동이다... ㅠ_ㅠ)






이렇게 밥에다가 작은 접시에 여러 반찬이 줄줄 나온다. 먹을 만한 반찬은 별로 없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사실 이 식당은 라이스터플 전문 식당이 아니라 중국인이 하는 여러가지 음식을 다 파는 그런 짬뽕 식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하게 맛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가격도 조금 있었던 듯 하고. 하지만 목표였던; 라이스터플을 먹게 된 건 좋았다.




역으로 가기 전에 잠깐 멈춰서서 찍었다. 암스테르담의 야경. 엄청 흔들렸지만 지금은 이 사진도 감지덕지하기에... ㅠ_ㅜ


역으로 가서 맡겨놓은 캐리어를 찾은 뒤에 중간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탈 때 어떤 긴머리 범생이 독일 총각이 도와줘서 아주 고마웠다. (독일 사람들은 친절하구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금연칸이 아니라 흡연칸으로 잘못 탔다. 다들 연기를 내뿜어서 너구리 굴을 만들고 있었다. 피부가 썩어 들어간다는 느낌이 뭔지 확실하게 깨달았는데=_= 금연칸으로 가면 되긴 하지만 무거운 캐리어들고 다니는 건 상당히 어려워서 그냥 흡연칸에 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후회했지만, 귀찮아서 안 움직였음;

(* 이 여행기를 읽는 분들에게 충고하는데, 아무리 귀찮아도 금연칸으로 갈 것. 여행을 다니다보면 당연히 피부는 망가지기 마련인데, 저런 일까지 겹치면 진짜 피부에 악영향이 크다.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진짜 후회한다;)

제현냥은 역시 일본어로 된 훗카이도 어쩌고 만화를 읽었고, 난 귀에 mp3를 꽂은 채 (배터리 걱정되서 듣지는 않았다) 핸드헬드 PC에 담아간 글을 읽었다. 근데 여행을 할 때는 읽는 거나 쓰는 거나 집중이 잘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이나 몸이 붕붕 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갑자기 커다란 개가 등장했다. 이름은 "데이지"였는데, 20대 중후반의 독일 총각이 주인이었다. 개가 너무 커서 그런지; 잘 자제가 안 됐는데 그래도 개가 참 착했다. 주인 샌드위치 빼앗아먹긴 했지만 ㅎㅎ.

여행 다니면서 개들 참 많이 봤는데, 다들 주인 말을 참 잘 들었다. 제현냥은 그렇지 않으면 못 데리고 다니니까 그렇지, 라고 말했는데 (한마디로 착해서 데리고 다닌다는 뜻) 그게 맞는 말인 듯 하다.




내가 사진찍어도 되냐고 묻자 주인이 노력해줬는데; 계속 딴데 쳐다봤다-_-암튼, 동영상 찍었음 ㅎㅎ




프랑크푸르트 역에 도착했다. 시간이 약간 있어서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역 내를 구경했다.




역 밖에 나가보니 건너편에 금호와 기아 건물이 있어서 반가웠다 *_*




역 바로 앞에 요런 판넬이 세워져 있다. 이때가 2006 독일 월드컵 136일 전이었다. *_*




저 판넬 밑의 기둥은 저런 축구공 모양이다. 귀여웠다. 히히~

슥 본 뒤 시간이 다 되서 기차를 타러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이날 좀 불쾌한 일이 있었다. 아마 프랑크푸르트 역으로 가는 기차 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리기 전에 공짜인 기차 화장실엘 갔다.

여행을 가면 약간 당황스러운 게, 나라마다 문을 여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거다. 보니까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표시가 없었던 걸로 기억.) 문고리를 돌렸는데, 안 열렸다. 고장난 건가 싶어서 다시 돌리니 뭔가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사람있는 걸 알고 깜짝 놀라서 미안하다고 외친 뒤 좀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 누군가가 나왔다. 아주 꼬장꼬장하게 생긴 독일인 백인 아저씨가 나오더니 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경멸스럽게 훑어보며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다=_=;;; (독일 사람들은 다 친절한 게 결코 아니구나~ 라고 단순하게 또 생각. 어느 나라에나 친절한 사람이 있고 안 친절한 사람도 있는 법이지만, 여행 다니다보면 단순해진다-_-;)

진짜 불쾌했다. 물론 내가 잘못 하긴 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했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경멸스럽게 훑어볼 이유가 있을까? 좀 지나친 걸지도 모르지만, 동양인이라서 저급하게 보고 그렇게 본 게 아닐지 의심스럽다. (독일이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거 때문에 기분 참 안 좋았는데, 제현냥에게 화풀이해서 더 미안해졌다;;; 제현냥에게 곧바로 미안하다고 했더니 "미안한 거 알긴 아냐=ㅁ="라고 구박했다 ㅎㅎ

여행 중반 되면서 서로 툴툴거리고 화풀이하긴 하지만 사과 안 한다 ㅎㅎ; 하지만 우린 그런 거 쌓아두는 성격도 아니고, 서로 사과를 안 해도 넘어갈만한 사이라서 문제가 없었던 것 같지만 서로 잘 모르면 상당히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이때야 툴툴거리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옹다옹한 것도 다 추억이다. 흐흐~




제현냥과 내가 야간열차를 타기 전에 걱정했던 건 좁은 데서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였다. 확실히 기차에 타보니 어떻게 저기서 6명이나 잘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됐다-_-; 근데 기차 출발할 때 보니 우리 칸에 딱 우리만 탄 거다! +ㅁ+ 아주아주 좋아하면서 캐리어를 꼭 묶었다. 제현냥의 와이어, 내 와이어, 목도리까지 둘둘 두르니 좀 안심이 되었다. 그러고나서 잠들었다. 아침에 도착할 프라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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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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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imple~ | 작성시간 06.07.09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행 출발전 마음의 준비가 조금은 되는 것 같아요
  • 작성자맛있꾸마 | 작성시간 06.07.12 우와 꼼꼼하게 적으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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