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3
오늘은 홍길순이가 되는 날이다.
아침은 폴란드에서 점심은 슬로바키아, 저녁은 헝가리에서 먹었으니 홍길동이가 형님하며 무릎을 꿇을 일이 아닌가.(배낭여행이 아니였다는 거 다! 아시죠?)
그러니 버스 타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지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터
전혀였다면 조금 거짓말이고 조금 아주 조금만 지루했다.
긴 버스여행 중 슬로바키아의 반스카비스트리차라는 도시에서 점심을 먹고 중심 시가지 구경을 하였다.
아! 여기서 체코슬로바키아가 누구의 허락도 없이 갈라 선거야 하고 화를 내실 분들이 계실거 같아 늦더라도 잠깐 살펴보고 가기로 하자.
서슬라브족의 일파인 체코족은 보헤미아,모라비아 지방에 슬로바키아족은 오늘의 슬로바키아 지방에 정착하는데 두 민족은 한 핏줄을 나눈 형제 민족인 셈이다.
체코가 헝가리의 침략을 물리치고 독자적인 역사를 일구어 나간 데 비해 슬로바키아는 1천년간이나 헝가리의 지배를 받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체코의 전성기인 카를4세 이후 체코도 이민족의 침략과 지배 아래 신음하게 되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까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는다.
그 해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이 붕괴되고 베르사이유 조약에 의해 많은 민족국가가 독립되었는데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편의대로 오스트리아의 영토였던 두나라를 하나로 묶어 독립시켰다.(예나 지금이나 힘있는X들이란)
1938년에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4국 정상이 맺은 ?y헨조약에 의해 영토와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드는 비운을 맞았으며 이것도 며칠 뒤엔 독일에 합병되어 지도에서 사라졌다가 1945년 나치의 패망으로 체코슬로바키아는 해방되었다.
1947년에는 무혈 쿠데타로 공산당이 집권하여 다른 정당을 해산한 뒤 공산당 독재정권을 수립하였다.
1989년 11월 프라하에서 결성된 자유포럼은 공산당의 퇴진을 외치고 나섰고 12월에는 공산당이 퇴진함으로 무혈혁명을 완수하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3년 1월1일 체코슬로바키아는 국민투표결과에 따라 두 개의 공화국으로 갈라섰다. 이는 자신들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 행복하고 조용한 형제의 이별이었다.
(길게 썼지만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은 이원복 교수의 <신세상만사 신유럽만사2권>을 읽어보실 것을 강력 추천)
기~인 버스여행 끝에 들른 반스카비스트리차. 참 예쁜 도시였다.
유럽의 도시 대부분이 그렇 듯 시가지 중심에는 멋진 시청사 건물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으로는 넓은광장이 있었다. 유럽 여행 내내 내가 제일 부러운 것은 그들의 광장문화이다.
그 넓이 만큼 묻어나는 듯한 여유가.
눈에 익숙한 간판이 보여(베네통) 참새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괜찮아 보이는 핸드백이 있어 하우머치 유로를 외쳤드만 47유로라 한다.
아! 횡재한 기분. 얼른 유로를 내밀었드니 뭐라 뭐라 뭐라
거스름돈이 없다는 소리인줄 알고 한참을 뒤적거려 딱 맞게 내밀어도 뭐라 뭐라 뭐라
그 다음 두 마디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뱅크, 체인지
아뿔싸 그곳에서는 유로를 쓰지 않으니 은행에 가서 슬로바키아 돈으로 바꾸어 오라는 소리가 아닌가.
그래서 어쨌냐구요? 외화를 절약했죠.
근데 지금도 그 핸드백이 눈앞에...(놓친 버스라 더 아름다운 거라고 위로 한말씀 씩 부탁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