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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난 유럽여행, 2007] 19. 걸리버 여행기, 마두로담 下

작성자anne|작성시간07.08.27|조회수468 목록 댓글 6

혼자 신난 미스 걸리버 김양, 얼마나 구경했을까.

잠시 멈춰 숨도 돌릴겸 마두로담 경내를 한바퀴 삥- 둘러보았다.

혼자 온 사람은 역시 나 혼자.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가족 단위의 피크닉 장소인, 커플 단위의 연애 장소인 이런 데는 오는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주말에 온 내 잘못?!

한참 신났던 기분 또 다시 추욱- 쳐지려고 한다. 우웁. 안돼안돼~~~;;

다들 가족들과 무리 지어 와서는 하하, 호호~ 마두로담이 떠나가도록 재미있는 한 때를 보내고 있는데

나는 이들을 한없는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 보거나, 조형물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

혼자 신나 좋아라 했던 마음은 그새 어디론가 뒤꽁무니를 빼버리고 

여기를 빨리 뜨자고 벌써 내 안의 사악한 마음이 고개를 스믈스믈 들이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두로담, 너무 아기자기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섬세하게 만들어 낸 것이

내 맘을 쏙- 잡아 버리고 마는 걸.

가능만하다면 하나씩 주머니에 쏙쏙쏙 집어 넣어 집에 챙겨가고 싶다만, 어디 그게 가능한 일이냐. 

지나가며 흘깃흘깃 눈길 한 번 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대충 훑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어쩌란 말인지, 어쨌든 이왕 온 거 볼 거 다 보고 가자.

혼자면 뭐 어때, 지금 잠깐 외롭고 말면 되지.

외로움에 이 자릴 뜨고 말면, 보지 않고 남겨두고 온 것들 때문에 평생 가슴 앓이를 하게 될 걸?

 

그런데, 마두로담 안에 있는 특별 전시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Magic Ice Zoo에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가 나눠주는 방한복 입고 들어가서 구경을 할 때에는 진짜,

깡따구 김민영도 서러워 눈물이 다 날 뻔 했다는 거.

19명의 중국 사람들이 얼음 덩어리를 조각해 내 만든 동물들을 전시해 둔 얼음 동물원에서

모두들 신나 히히낙락하고 있는데, 나에게는 공허하게 들려오는 웃음 소리일 뿐.

결코 나는 이들과 융화될 수 없는 가여운 여행자.

안그래도 추워 죽겠는데 방한복이고 뭐고 옆에 따뜻하게 감싸줄 이 하나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파도같이 밀려오는 슬픔에 맞서 꿋꿋이 해쳐나갈 서핑 보드같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 정말 사정없이 외롭고 외로운 여행길이다.

 

 

외로운 매직 얼음 동물원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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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간단 정보 : 쓰인 얼음 조각 - 1800개

조각 당 무게 - 115킬로그램 (총 207톤)

중국 얼음 전문가 수 - 19명

조각 작업 기간 - 3주

얼음 동물원 내 온도 - 영하 10도

 

 

 

다들 얼음 미로에도 들어가 보고, 얼음 미끄럼틀도 타고 그러는데,

그저 나는 go straight.

밖에서 방한복을 반환 받는 직원들 마저 혼자 나오는 나를 측은히 바라보는 것 같다.

앞에 나온 가족들 틈에 살짝 붙어 같은 일행인 척 해볼까?

-_ -; 참, 난 황인종이지.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로 안경은 어느새 뿌옇게 흐려져 시야마저 가리고.

그래, 차라리 이 안타까운 풍경을 보지 않는 것이 낫겠다.

 

오전보다 훨씬 더 많이 밀려온 마두로담의 인파들.

마지막으로 길을 나서기 앞서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던지, 다시 대충 한번 크게 돌아주고~

봤던 것들은 더 확실하게 눈도장 찍어두는 센스.

보지 못했던 것들은 알아봐주는 센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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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이제 가자~

또또또, 혼자 논다, 나.

 

 

 

Den Haag, Netherlands (12:58) → Amsterdam, Netherlands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컴백.

오늘 저녁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나기 전 오후의 중요한 미션이 하나 남아 있었다.

어제의 수많은 관광객 행렬에 눌려 관람할 꿈 조차 박살 당했던 고흐 미술관 방문!

여기까지 와서 안보고 갈 순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세계 각지에 고흐의 작품들이 흩어져 있긴 하지만 여긴 고흐의 작품들이 집결된 심장부인 것이다! 

바야흐로, 때가 당도한 것이다!

제군들이여, 나를 따르라~~~ -_ -;;

 

어제 한번 봐서 그런지 왠만한 관광객 행렬엔 이젠 끄떡도 안할 쓸따리 없는 베짱까지 생기고.

나도 그냥 무턱대고 기다려 보련다.

머엉- 꿈뻑꿈뻑. =.,=

오후 2시 37분, 드디어 반 고흐 뮤지엄 입성!

입장료, 단돈 10유로.

아, 진짜 두근두근 떨린다.

 

자세히 살펴보기 전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를 대충 정하기 위해 대략적으로 살펴보기 먼저.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역시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또 개보수 중이다.

-_ - 대체 왜 그러는건데-;;;

4층은 완전 폐쇄, 3층은 그나마 일부 전시.

오늘은 1층과 2층에 집중해야 겠다.

어느 정도 시간 안배를 생각해두고, 우선 고흐가 살았던 19세기 유럽의 주요 흐름이었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 1층을 둘러보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2층으로 재빨리 뛰어 올라갔다.

고흐의 유화 작품들을 시대별로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어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전시 층이었던 것.

1층에 텅텅 비어 있던 사람들이 다들 어디갔나 했더니 웬걸, 여기 다들 모여 관람에 열중하고 있다.

 

헉- 머머머..멀리서 고흐가 인사를 건넨다.

작품 속의 그지만, 내가 평소 생각하던 그대로 인정미 폴폴 넘치는 예술가, 고흐.

그 후 하나 둘 대면하는 고흐의 작품들에 숨이 그대로 멎어 버릴 것만 같다.

책의 삽화로만 익숙하게 봐왔던 화려한 그만의 색채 조화 능력을

실제 작품을 통해 직접 보고 있자니 그 색채의 강렬함에 그만 빠져들고 마는 느낌.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렇다고 헤어 나오고 싶은 것도 아니다.

지금 취한 상태 이대로 평생 가도 좋겠다.

잘은 모르지만, 고흐의 작품들을 마주하고 있을 때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기분이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주변 사람들을 등지고 고뇌에 가득찬 고독의 인생을 살아야 했던 그였지만,

오히려 그러했기에, 삶의 만물에 그리고 인생에 대해 좀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시선을 통해 보이는 그대로를 숨기지 않은 채 작품 속에 담아 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들 정신병자라고 손짓 할 때,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인생을 모질게도 꾸려나갔던 예술가.

그래서 나는 유난히도 고흐가 좋았다.

약한 모습부터 강한 모습까지 인간의 본연적인 모습들을 모두 갖추고 있기에

다른 여느 예술가들 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

그 시대, 고흐가 꾸려낸 기라성같은 작품들 속에 한 자리를 꿰차고 바라보고 있으려니 감회가 새롭다.

어딘가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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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저거 한번 진짜 타보고 싶었는데.

발로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맥주를 마시는 아저씨들.

저건 허가받은 법적인 영업차일까?

아니면 남자들만의 친목클럽?

그런데, 아저씨들~

맥주 마시면서 페달 운전하는 건 음주운전 아닌가효 -_-??

 

 

다시는 가기도 싫은 호스텔에 들러 맡겨 두었던 배낭을 찾아 메고, 중앙역으로 고!

짧았던 네덜란드 일정을 마치고 독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

구름따라 떠가는 나그네처럼 어제는 벨기에, 오늘은 네덜란드, 내일은 독일, 

이런 식으로 여행하는 패턴에 점점 나 스스로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점 한가지는 분명하다.

어딘가 묵을 곳에 짐을 풀고 있더라도, 당장 몇일 후면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을 모두 편히 풀어 놓지 못한다는 것.

항상 마음이 원할 때, 몸이 떠나고자 할 때, 언제라도, 어디든지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느새 내 머리속에 자리잡혀 버렸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상, 그 목적지에서만큼은 원없이 즐기며 놀아도 부족할 판에

다음 여정지를 향해 떠날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니.

이제 네덜란드에 대해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려는데,

아직 보지 못한 안네의 하우스가 여전히 날 향해 손짓하는데,

이 모든 것들을 뿌리치고 떠나려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유럽여행에 잠깐의 회의가 스쳐 지나간다.

처음 떠나온 유럽이니, 최대한 가능한한 많은 나라, 많은 풍물들을 구경해야 좋지 않겠느냐고

스스로 자위해 보긴 하지만, 늘상 이동을 할 때면,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만은 않은 법.

다행히 앞으로 도착할 나라에서의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에 대한, 알지 못하는 설레임에

그런 착잡한 마음도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자연스레 사라져 버리긴 하지만,

바람따라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떠다니는 나그네 같은 지금 내 신세가 안쓰럽긴 안쓰럽다.

이런 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일 뿐, 이라며 살을 에일 듯한 차가운 말로 공격도 해보지만,

더 머물고도 싶고, 또 다른,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을 향해 떠나고도 싶은 양면의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이번 유럽여행에서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련다.

아직은 여러 나라들을 둘러보며 두루두루 견문을 쌓고 싶은 욕심이 더 크기 때문에.

그래서, 난 오늘도 떠난다.

 

 

 

Amsterdam, Netherlands (18:16) → Frankfurt,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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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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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ann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8.27 다녀왔다고 해서 관심이 없어지는게 아니라 그 배가 되는 것 같아요, 그쵸??
  • 작성자벨벳골드마인 | 작성시간 07.08.27 이번편은 뭐랄까 외톨이 여행객의 비애가 느껴지네요 왠지 남일같지가 않아요-_ -; 저도 일본갔을때 혼자 orz 사진이라곤 죄다 풍경사진뿐 ㄲㄲㄲ
  • 답댓글 작성자ann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8.27 이번 편 뿐만이 아니라 여행 전반에 외로움이 짙게 남았었어요. 걱정이네요, 앞으로도 여행기가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띌까 싶어서요.ㅠ
  • 작성자에스쁘와르 | 작성시간 07.08.27 오늘도 첨부터 끝까지 흥미 200퍼센트로 읽었습니다. ㅎㅎ 전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가 볼까요. 숙소에서 떠들면 두배로 갚아주는 -_-;; ㅎㅎ 다음엔 독일로 고고합시다!!
  • 답댓글 작성자ann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8.27 동반자 구할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길. 같이 다니다가 가끔씩은 날을 잡아 혼자 돌아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아예 혼자 떠나는 것 보단 둘이 다니다가 혼자 다니다가 할 수 있는 전자가 훨씬 나을 것 같긴 하네요~ 독일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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