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8일
오늘은 아침 일찍 파리로 이동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일행 모두 호텔로비에 모였다.
일행들은 영국여행 동안 아침 조식 때나 잠깐 얼굴을 보던 차라 아직은 서먹서먹했다.
인원점검이 끝나고 파리행 유로스타를 타려고 쌩 팬그라스역으로 출발했다.
유로스타는 런던에서 파리로 가는 떼제베 열차인데 도버해협의 해저터널을 통해 운행된다고 한다.
최대시속 300Km의 특급열차다. 우리가 탄 것은 이등석인데 58유로다. 내부는 그런대로 깨끗하고 잘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기차표를 사면 58유로보다 훨씬 비싼 것 같던데 기차삯이 여행사에 낸 여행경비에 포함되어있더니 단체로 사서 싸게 구입한 것 같다.
각자 자기 짐을 끌고 숙소근처 사우스 켄싱턴 역까지 가는 것까지는 쉬웠다.
허나 짐을 끌면서 중간에 갈아타고 출근길 복잡한 전철을 타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캐리어를 끌고 가다가보면 꼭 에스컬레이트 고장 난 곳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 올라가야 한다.
공포의 계단... 배낭여행객들에게 계단은 공포다. 특히나 이동할 때는.
혹시라도 일행을 놓칠세라 신경 쓰면서 재빨리 따라간다. 젊은 얘들 사이에서 민폐라도 끼칠까봐 긴장된다.
또 그 와중에서 딸이 잘 오나 돌아보게 되는 것은 내가 엄마이기 때문이리라.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두른 덕에 늦지 않게 생 팬크라스역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남은 프랑크화를 처치하기위해 얘들에게 알아서 사오라 시킨다. 필수품인 생수를 알아서 사오네.
영국은 유럽 다른 나라와는 분리된 성향이 강하다.
지리적으로도 섬나라로 동떨어져있고 유로화도 쓰지 않고 프랑크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에서는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데 반해서 영국에서 대륙으로 이동할 때는 간단하지만 짐 검사와 출국심사를 한다. 여권에 기차그림이 있는 도장도 하나 꾹 눌러준다.
기차를 타고 짐을 좌석 밑에 넣어두고 창밖풍경을 구경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해저터널을 관통해서 바다를 건넌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깜빡하고 자느라 바깥을 못본 게 아쉽다.
그래봐야 바깥으로 물고기가 보이는 게 아니고 그냥 까만 터널 속을 지나는 것뿐이란다.
10시 25분 출발 파리 북 역에 1시 47분 도착이다.
파리 북역에 도착해서 조금 이동하다보니 이상한 지린 냄새 때문에 코가 찌푸려진다.
세련되고 멋진 도시라는 파리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순간이었다. 원인은 역구내에 화장실이 없어서이다.
이탈리아도 그렇고 유럽은 왜 지하철역내에 화장실이 없는 걸까? 그러니 몰래 실례하는 사람 때문에 냄새가 날 수밖에.
지하철역에서 까르네(1회권을 열장 묶어 판매하는데 한 장씩 사는 것보다 저렴함)를 구입하여 숙소로 이동한다.
파리지하철은 노선도를 보니 엄청 복잡하다. 숙소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13호선 뽀르 드 클리시역에서 내렸다. 지상으로 나오면 도시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그곳이 번화가가 아니고 변두리 지역이라 그런지 흑인들도 한둘 보이더니 이리저리 휴지들이 나뒹구는 거리에는 어떤 아랍계 노숙자 아저씨가 누워서 자고 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케밥집을 지나고 좀 가다보니 빵집도 있고 이국적인 과일들 가운데 낯익은 바나나, 복숭아를 진열해놓은 과일가게도 있다.
십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IBIS호텔. IBIS호텔은 세계적으로 많은 체인이 있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다.
그래서 시설은 so so하다. 그저 배낭여행객에게 맞춤한 호텔인 것 같다.
잠은 편하고 안전하게 잘 수 있으니까. 허름하고 남루한 동네에서 호텔 건물만 혼자 높이 솟아있다.
배정받은 방에서 밖을 내다보니 호텔 뒤편은 거대한 공사장이다. 무슨 신도시 건설 현장 같다.
영국과는 너무 대조적인 풍경이다. 황량하다 못해 살벌하다.
처음 가는 외국에 도착했을 때 자기가 머무르는 동네가 어딘가에 따라서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파리의 이미지는 별로다. 지금 생각해도.
짐을 대충 방에 두고 다시 나온 시간이 벌써 3시다. 시간이 어중간해서 에펠탑을 보러가기로 했다.
복잡한 전철노선 보는 것이 머리아파 전철담당을 딸들로 정했다. 길눈 밝은 아이들에게 맡기고 그냥 졸졸 따라가니 편하기는 했지만 어리둥절하다.
에팰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높이도 엄청나다. 탑에 올라가는 줄이 너무 길어 엄두가 안나서 포기한다.
대신에 길 건너 보이는 사이요궁으로 가본다.
사이요궁에서 찍은 에펠탑이 예술이다. 사진도 찍고 잔디밭에 앉아 놀다가 유람선을 타기로 한다.
에펠탑과 사이요궁 가운데를 흐르는 세느강은 한강보다 푹이 좁고 물도 더 더러워 보인다.
한강유람선도 안타봤지만 파리에 왔으니 유람선을 타기로 한다.
배안에 울려 퍼지는 샹송을 들으며 세느강을 따라 가다보니 파리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마치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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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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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애니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4.04 네. 좀 철늦은 후기지만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많이 읽어주세요~~~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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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두개의 정 작성시간 12.04.05 음....후기 사진이 상당히 자연스럽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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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애니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4.05 네. 지금도 사진을 보고있으면 그 당시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곳이 너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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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i4070 작성시간 12.04.05 모녀간에 뛰는사진이 젤 기억남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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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애니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4.06 하하하~~~ 저아니예요. 제 딸과 딸친구예요.
사진찍을때마다 그렇게 뛰더라고요. 공중부양하는거 찍어야한다며 깔깔거리면서~~
저는 그렇게 뛰고싶은 마음만 있는 엄마예요.
한 열살만 젊었어도 함 뛰어보는건데 말이죠.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