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런던가는 버스, 마담투소
나는 어제 아침에 런던에 도착했다. 그제밤에 브뤼셀에서 10시 45분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떠났어. 저녁 7시쯤부터 waiting room에서 기다렸는데(할일이 없어서), 확실히 버스라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아랍인, 흑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자리 옆에는 P라는 영국애가 앉았는데, 빠른 영어를 못알아듣는 나에게 참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좋은 애였어. 걔는 영문학 전공한다는데, 킥복싱 배우러 타이에서 10달이나 사는 등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재미있는 아이였어.
버스는 브뤼셀에서 출발해 도버를 건넜는데 큰 배에 태워지기전 한차례 비자검사가 있었어. 여기서 독일에서 온 흑인 한 명이 돌아가야 할 정도로 검사는 삼엄했어. 배에 버스가 오른 후, 승객들은 모두 배에 있는 객실로 가야 했는데, 배 중간에 바도 있고, 상당히 크고 깨끗한 배였어.
다시 버스에 올라 배에서 내리고 나니(도버를 건넌거지) 다시 입국심사가 있었는데, 입국심사를 위해서는 패스포트를 들고 심사대에 가서 인터뷰 해야 했어. 비행기표 보여주고 영국에서 머물 주소 알려주고, 질문이 꽤 많았는데, 미술학원 선생 이라니까 더 이상 묻지 않더군. 여기도 선생이라면 괜찮은 사람인줄 아는 선입견이 있나봐.
여기서도 두 명의 남자 승객들은 불려가서 가방을 모두 뒤집고 인터뷰하는 엄격한 심사를 해야 했어.
심사 후 다시 버스에 올라 아침 7시 30분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예약해놓은 민박집까지 찾아가는게 상당히 고역이었는데, 빅토리아 역에서 거리도 상당히 먼데다가 중간중간 지하철 운행을 안하는 곳이 있어서 버스를 많이 갈아타고 와야 했어. 처음이라 지리도 하나도 모르겠고, 참 힘들게 민박집 찾아왔다. 주인아줌마, 아저씨는 친절하고 민박집도 깨끗했어.
민박집에 도착하니 다른 학생들이 나서길래 얼결에 따라나서서 마담 투소라고 하는 비싼(19.99파운드) 박물관에 갔는데, 유명인사들을 밀랍으로 똑같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유명해. 특히 영화배우들 만들어 놓은 곳에서 사진 찍는게 가장 인기가 않았는데, 파티장 같이 만들어진 홀에 밀랍인형들을 세워 놓았어.
수많은 밀랍 인형들을 사람들은 이리저리 포즈 취해가면서 사진찍고 좋아라 만지고, 무대에서는 밀랍인형 옆에서 춤추고 노래하지.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징그럽기도 하고, 시체놀이나 시간이 생각나기도 하고.. 하여튼 찝찝했어.
놀이동산처럼 줄줄이 차같은거 타고 spirit of London이라는 방을 지나는데도 있었는데, 완전 역사해석이 키치수준인데다가, 결국 그냥 고급 놀이동산이었어.
귀신의 집처럼 chamber of horrors도 있는데 무섭게 생긴 밀랍인형들 사이사이에서 사람들이 분장하고 관객들을 놀래키지.
이런 방들 사이사이에는 돈쓰게 하는 온갖 기법들이 동원되는등, 박물관 전체가 상당히 징그러웠다.
마담 투소를 나와서 대영박물관에도 갔었는데,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안에 들어가보진 못하고 문앞근처 도서관에서 몇 컷의 사진만 찍고 나왔다.
그저께 밤 버스탄 이후로 비자검사 등등 해서 잠을 하나도 못잤는데, 무리해서 움직이니까 오늘 일정이고 뭐고 감기가 확 도져서 침대에서 오늘은 4시까지 앓았다. 으실으실 쑤시고 아팠는데 저녁되니 좀 괜찮더라구.
민박집에서 저녁먹고, 다른 사람들이랑 Tesco라는 대형 마켓에 구경가보았다. 영국물가가 얼마나 하는지 궁금하더라구. 돌아본 결과, 빵 빼고 다 비싸다는 것. 빵 이외의 것은 서울의 2,3배의 물가를 자랑하더라. 여기서, 잘 때 따뜻하게 더운물 채워서 안고 잘 수 있는 고무물통 샀다. 감기 때문에 으슬으슬 추운데 난방이 잘 안되니까 말이야. 이 고무물병 아주 좋아. 따뜻하고.
1/13 내셔널 갤러리, 자연사 박물관, 오페라의 유령
오늘은 내셔널 갤러리와 자연사 박물관을 보고 나와서 저녁때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뮤지컬을 보았다.
내셔널 갤러리는 회화작품만 모아놓은 국립박물관인데 규모도 상당하지만 무엇보다 대표작들을 추려놓았다 할 만큼 컬렉션의 질이 좋은 것 같았다. 쇠라의 작품을 비롯해, 반고흐의 해바라기와 의자, 또 렘브란트의 작품도 좋은 것들이 상당수 있었고, 터너의 풍경화 3점도 볼 수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보다 더 놀라웠던건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공룡을 비롯해서 일반 동물, 사람 등등에 이르기까지 규모의 방대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다, 규모뿐만 아니라 전시 방법 등도 아주 재미있었어. 특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도구들이(물론 나도 가지고 노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만) 시기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영국은 이런 박물관들을 어떻게 전시하는게 효율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이런 박물관들이 입장료 없이 모두 공짜라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입구 앞에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걷는 통이 있지만, 이런 좋은 박물관이 공짜라니 문화적 자부심이 장난아닌 것이야. 외국인들에게도 쉽게 개방하고..
런던은 매우 큰 도시인 것 같은데, 베를린에 비해서 옛날 건축물들과 현대적 건축물들이 잘 어울려. 사람들도 외국인을 많이 대해보아서 그런지, 매우 상냥하고 친절해. 런던을 보고 있자면 오래된 자본주의 전통도시라는 생각이 팍! 들지. 그리고 물론 런던도 코스모폴리탄시티인건 사실이고. 거기에다 관광객들도 무지 많아서 외국인들 정말 많아. 하지만 백인들의 친절하고 외국인 다독이는 태도를 보면, 만인이 주인스럽진 않은 듯.
런던에는 관광지도 너무 많아서, 정해진 시간 내에 다 보지도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친구 Y가 런던 근교도시 Sheffield에 사는데, 들렀다 가라고 해서 내일밖에 런던 관광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는 듯.
런던에는 버스시스템이 거의 지하철만큼 잘되어 있고(심지어 버스정류장에 다음차가 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을 정도라니까), 노선도도 잘 그려져 있어서 아주 좋아. 이런 면을 보면, 영국의 시스템도 독일 못지 않은 듯. 하지만 영국은 사람들이 보다 활기차고 자신감 있어 보여서 독일처럼 시스템이 사람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적어.
저녁때 본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재미있었다. 싼 티켓이라 배우들 머리 꼭대기밖에 안보였지만 생전 처음 본 뮤지컬인데다가 배우들도 아주 열심히 공연을 하더라구. 재미있었어.
1/14 대영박물관, 런던야경
나는 어제 다 못본 자연사 박물관 오늘 다 보고, 대영박물관 보고, 런던야경 구경하러 돌아다니다 늦게 들어왔다. 정말 다시봐도 자연사 박물관은 정말 잘 만들어 놓은 곳인 것 같아. 오늘은 광물질 있는 방과 운석들 있는 곳 등을 돌아다녔는데, 광물 종류도 어마어마했지만, 정말 설명이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좋더라. 건물도 오래된 건물인 것 같은데 참 보기 좋아. 아래의 카페도 매우 싸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시간내서 찬찬히 구경하다가 배고프면 간단히 먹고 다시 구경하기 딱 좋은 것 같아.
대영박물관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더군. 특히 이집트관의 미이라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더라. 루브르도 만만치 않게 다른나라 물건들을 약탈했지만, 시체들을 버젓이 전시하는 정도는 아니었거든. 세계 각지의 주옥같은 물건들이 약탈되어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참 징하다고 해야할지. 특히 파르테논 신전 관을 보면 거의 신전을 떼서 전시를 하는 것 같더라고.
루브르는 회화작품도 같이 전시되는 반면에 영국의 경우에는 회화는 내쇼널 갤러리에, 다른 조각이나 포획물들은 대영박물관에 분리해서 전시하는 것 같아.
전시공간의 구조는 아주 편리하고 좋더라. 채광도 뛰어나고. 루브르 볼때랑 사뭇 짜임새가 달라. 전시공간이 오래되긴 했어도 현대적인 느낌이 든달까..
대영박물관 다 보고 다시 민박집 들어가서 저녁먹고 나오려고 했는데, 국철 선로에 문제가 있는지 국철이 운행을 안해서 30여분 기다리다가 다시 시내로 나와서 런던 야경을 구경했지. 런던은 거의 조명발의 도시라 할 만큼 야경이 예쁘더라. 하긴 날씨도 안좋은데 밤에 야경이라도 예쁘지 않으면 이곳 사람들이 무슨 낙으로 살까 싶기도 하다.
오늘 야경으론, 빅 벤, 웨스트민스터사원, 런던 브릿지, 템즈 강가 등을 돌아보았다. 날씨가 추운데도 템즈 강가에는 반팔입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탐즈 강가는 조깅하기에 아주 좋겠더라고. 예쁘고, 정리도 잘 되어있고..
런던 브릿지 사진 찍는데, 옆 공원에서 온 여우가 와있더라구. 꼬리보고 여우인줄 알았는데, 생전 처음 본 우리밖의 여우였어.
국철은 운행을 안해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맥주 약간 사서 여기서 만난 사람들하고 나눠 마시고 수다를 떠니 재미있었다.
내일은 Sheffield에 사는 Y네 갔다가 모레 런던으로 돌아온다. 글피에 일본항공 타고 집으로 가고.. 긴 여행이 마무리 되려고 하니, 느는 것은 허기이구려.
내일 Y네 가기전에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들렀다 가려고.
1/15 셰필드행 열차, 테이트 모던 갤러리
나는 지금 Y네 집으로 가는 Sheffield행 열차를 타고 있다. 런던에서 2시간 30분 떨어진 곳이다. Sheffield에 대한 정보는 내가 가진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떤 곳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내 가이드 북에도 안적혀 있더라구.
Y와는 벌써 졸업하고 5년이 지난 지금은 만나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다.
Sheffield행 기차 티켓은 리턴티켓이 49파운드나 해. 정말 런던의 교통비는 살인적이야. 런던은 빵 빼고 모든 물가가, 특히 교통비가 가장 비싼 것 같아.
오늘 오전에는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갔다 왔어.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원래 화력발전소였는데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이라, 외관상 보기에도 큰 굴뚝이 있어. 갤러리 안쪽은 깨끗하게 정리를 잘 해놓았더군.
오늘의 소득은 시그마 폴케의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
도트로 그린 그림들 두 점 외에 나머지 그림들은 벽지에 그린 것과 드로잉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보기에 상당히 흥미로왔어. 미국 팝아트 작가들의 작업이 근처에 있었는데 느낌이 아주 다르더라구. 집에 돌아가면 꼭 책을 다시 읽어보고 드로잉을 해봐야지.
폴케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나우만의 작품 외에 크게 흥미로운 작업을 찾지는 못했어. 나의 이해력 부족 때문일까? 그런 것 같진 않은데~
1/17 다시 런던으로.
나는 런던 판크라스 역에 가는 아침 7시 28분 열차를 타고 있다. 그저께 밤에 Sheffield에 도착해서 Y랑 중국식당 가서 맛있는거 먹고, 와인사서 저녁부터 in this world라는 영화를 비롯해 4개정도의 DVD를 보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참 재미있었어. 그래서 생각보다 하루 더 자고, 오늘 아침차로 런던으로 가는 거야.
Y랑 오랜만에 이야기하느라 밖에 나오지도 않고 계속 집에만 있었다. 하하
이런 재미로 여행하는 거지.
1/17 오늘 비행기 탄다.
아직 민박집에 있는데, 여기시간으로 6시 15분(저녁)에 비행기타고 도꾜로 간다. 내일 도쿄에 오후 3시쯤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하루자고 모레 서울로 가.
도착시간은 오전 11시 50분이라고 적혀있는데, 내가 공항을 나서는 시간은 1시정도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