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학교 입학한 저가 지난 여름에 유럽을 여행하면서 쓴 일기예요.
유럽으로 간다!
2003년 7월 24일 목요일
날씨 : 비가 왔고, 서서히 개임.
낮 12시 45분부터 KL866기의 탑승이 시작되어 2시 10분 현재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을 지나고 있다. 텔레비젼에서 어제 MBC 뉴스데스크 9 를 보내주고 있다.네덜란드 항공사라 그런지 외국인이 많고, 외국인 스튜어디스들이 점심식사를 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아까 전 까진 비행기가 흔들렸는데, 지금은 아주 편안하다. 나는 중간의 39E 좌석에 앉았다.
새벽 3시에 일어나 8시 40분에 인천공항에 왔고,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는 이영표·박지성 선수를 아주 가까이서 봤다. 박지성 선수로부터 사인도 받았다. 네덜란드까지 가려면 10시간이 걸리고, 그 곳에서 런던 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인천공항 까지 오는데, 강릉에서 원주까지 영권이네 아빠 차를 타고 갔고, 6시에 원주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강릉에서 지금 몽골의 울란바토르 상공까지 왔다. 바깥온도는 -45℃,시속 940㎞로 가고 있다. 아직도 8시간을 더 가야한다. 평생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가는 중이다. 1년만에 하는 해외여행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비행기를 탔지만 이륙은 언제나 긴장이 되는 순간이다.
암스테르담을 거쳐 런던에 도착하는 시간이 현지 시간으로 9시쯤 될 것 같은데, 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만 하면 정말 지겨울 것 같다. 런던에 빨리 가고 싶다.
아마 이번 여행은 매우 운이 좋고, 즐거울 것이다. 그 넓은 인천공항에서 축구스타를 두 명이나 만났으니 말이다.
지금은 발트해 쪽으로 왔다. 기내식을 두 번이나 먹고, 암스테르담 착륙을 한 시간 이상 앞둔 지금은 컵라면,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었고, 네덜란드어로 안내방송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발트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북유럽이 보인다. 지금은 한국시간으로 밤 10시 25분인데, 서쪽으로 와서 해가 질 줄 모른다. 영국시간으로는 낮 2시 25분이다. 땅에 발을 내딛으면 정말 이상할 것 같다. 아까 전부터 계속 산과 강, 얼은 호수, 간간히 보이는 마을만 보면서, 시베리아를 지나왔는데, 넓은 발트 해가 무척 이상하게 보인다. 이제 덴마크 쪽으로 가고 있다. 속도는 1000㎞/h이하로 줄여졌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내에서만 움직이고, 1.25유로의 물과 1.6유로의 스프라이트를 한국보다 비싼 값에 마셨다. 엽서도 샀다.
지금은 스키폴 공항의 D43 탑승구에서 KL1033기로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에서 네덜란드로 올 때는 250석 정도였는데 이건 그 것의 반도 안되는 비행기다. 이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와 영국사이의 도버해협 북쪽을 건넜다. 흔들리기도 하고, 영권이가 잠을 자서 평생에 한 번 볼까말까한 런던상공을 같이 못 봐서 아쉬웠다. 전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착륙했다. 기분이 무척 좋았는데, 입국심사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무사히 통과시켜 주었다. 짐도 다 찾고, 1시간 동안 히드로 공항에서 숙소인 이곳 브리타니아 호텔로 왔다. 지금 나와 영권이에겐 5유로 50센트가 있지만 파운드로 통하는 이 곳 영국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1달러는 내일 아침에 줄 팁이다. 일단 내일은 대영 박물관과 윈저 성을 간다고 한다. 이 영국이란 곳이 시차와 더불어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져서 사람을 크게 혼동시킨다.
이 호텔의 나와 영권이가 묵는 622호는 더블룸이고, 화장실, 텔레비젼, 전화, 옷장, 서랍, 책상, 의자 등이 갖춰져 있다. 영국의 비싼 물가와 고급스럽고, 귀족스러운 사람들과는 왠지 약간 안맞아 보이는 호텔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3박을 하기엔 충분한 곳이라 만족스럽다.
런던구경
2003년 7월 25일 금요일
날씨 : 비가 오다가 갬(런던)
아침 8시 30분부터 런던아이와 빅벤과 국회의사당을 보는걸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런던아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다. 밀레니엄을 기념해서 만들었고, 영국항공이 주축이 되었다. 빅벤은 그 시계를 만든 벤자민의 큰 몸집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일당 그걸 보고나서 퀸 엘리자베스 2세의 별장 윈저성으로 향했다. 런던은 산이 없는데 시외곽에 유일하게 높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 윈저성이 잇어서 찾기 쉬웠다. 윈저성은 외관이 장관이었지만 실내의 '마리 여왕의 인형의 방'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런걸 만들거나 보관하는 것은 정말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1시간 동안 구경하고 방을 빠져나와 보니 점심 시간이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엽서와 초콜릿을 샀다.
그 다음엔 자연사 박물관에서 두 시간 가량 공룡과 포유류, 어류, 파충류, 돌등을 구경하고 대영박물관으로 갔다. 대영박물관이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영국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도둑질 해 온 것을 전시해 놓았다. 예를 들어 이집트에서 람세스 석상과 미라, 로마·그리스에서 파르테논 신전, 앗시리아에서 고대벽화를 약탈해다 전시해 놓았다. 이런걸 약탈하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뤘을지 짐작이 간다. 90분 코스로 약탈의 전시관을 보고 우리들은 '버버리'란 유명 상표의 본점으로 유명한 런던시내 중심가 옥스포드 서커스, 피카딜리 서커스 주위를 구경했다. 산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많이 돌아다녔다. 런던 중심가에서 나와 숙소인 템즈 강변으로 이동하던 중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영국인 가이드를 해주시면서 런던의 타워 브리지를 건넜다. 지금은 8시가 넘었을텐데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그래서 야경을 보려면 9시는 넘어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지금은 모두들 자유시간이다.
런던의 마지막 밤
2003년 7월 26일 토요일
날씨 : 맑다가 비가 왔다
이제 밤이 되었다. 오늘은 힘든 일이 좀 많아서 기억이 잘 않난다. 여하튼 아침에 런던탑에 갔다. 템즈강을 끼고 있는 견고한 런던 탑에 들어가기 전에 런던타워브리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타워브리지가 들어올려졌다. 큰배가 이동하느라 다리를 들어올렸다. 이것도 운이 좋아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런던 탑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와 영국왕실의 온갖 귀중품이 모여져 있는 아름다운 곳인가 하면, 사형수 몇천 명의 목이 달아난 곳도 이 곳이다. 약간 살벌하다. 이렇듯 큰 대조를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는 곳이 런던 탑이다. 무기들만 모여있어 나와 영권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도 있었다. 런던 탑에서 나온 후에는 호스가즈와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의 부유한 저택인 다우닝가 10번지에도 들렀다. 호스가즈를 지나 세인트제임스 파크와 버킹엄 궁전을 찍으면 멋있다. 다우닝가 10번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쌀 거라고 생각한다. 버킹엄 궁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살고 있다. 버킹엄 궁전은 밖에서 봐도 타워브리지나 국회의사당 처럼 통일되어 깔끔하기 보단 뒤죽박죽이다. 우리는 여왕의 즉위식으로 유명한 웨스트민스터사원도 봤다. 버킹엄 궁전에서 유명한 내셔널 갤러리로 가려고 하니, 도로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그래서 어떤 축젠가 보려고 하니까 동성애자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시위였다. 시위를 매우 재밌게 즐기고 있었다. 그 시위는 시작과 끝이 안 보였고, 참가 인원수도 3∼4만 명 이 될 것 같았다. 그런 건 사람의 자유니까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셔널 갤러리에 가기 앞서 피자헛에 가서 내 영어실력을 발휘해 피자를 시켜 먹었다. 우리는 8조각을 4사람이 겨우 다 먹었는데, 우리 옆의 영국인 여자 두 명은 2명이서 8조각을 해 치웠다. 내셔널 갤러리는 동관부터 들어갔는데, 그 곳은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와 전함 테메레르 등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신관에도 비너스와 마르스, 암굴의 성모 등 유명한 작품들이 많았다. 내셔널 갤러리를 짧게 보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갔다. 내셔널 갤러리 바로 앞의 직사각형 모양 광장인데, 프랑스와의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한 넬슨 제독을 기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중앙엔 4개의 멋진 사자상과 긴 탑이 있고, 탑 위에 넬슨 제독의 동상이 있다. 그 곳에는 비둘기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 뒤에는 일행들과 헤어져서 2층 버스를 타고 바로 옆 웨스트민스터 지역에서 내렸다. 그 곳에서 다리를 건너 런던아이를 탈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탈 수 없어 아쉬웠다. 그 다음엔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서 옥스퍼드 서커스에 갔다. 별로 가고 싶진 않았다. 그 곳에 가서 나와 영권이는 기념품을 사고, 부모님께서도 할머니 선물을 사셨다. 그 선물까지 다 사고, 옥스퍼드 서커스를 돌아다니다가 hamey라는 곳에 가서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장난감, 인형, 게임기 등을 정말 재미있게 구경했다. 5층에 있는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지하철과 2층버스를 타고, 타워브리지의 야경을 보러 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가 너무 늦게져서, 시간도 보내고 구경도 할 겸 템즈강 유람선을 탔다. 타워브리지에서 웨스트민스터까지 갔다가 다시 타워브리지까지 왔다. 그 때 시간이 밤 9시 였는데, 그 때 까지도 해가 지지 않아 타워브리지에 불이 안 들어와서 다시 웨스트민스터 가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야경을 찍고 왔다. 빅벤과 국회의사당의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황색의 건물 모습은 조명을 받자 황금색으로 변하였다. 야경을 다 보고 나서, 런던에서 새로 개통된 주빌레(회색)라인을 타고, 호텔 근처인 까나리워프 역까지 와서 저녁식사 뒤에 잠을 잤다. 런던에서의 3일 중에서 오늘이 제일 좋았다.
지금은 유로스타 안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제 너무 늦어서 일기를 지금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곧 오늘 일기로 옮겨서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