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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 골목길에서...

작성자카페 지기|작성시간26.06.11|조회수16 목록 댓글 0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

골목길에서 나를 돌아보다.


인부지불온 불역군자.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사람.

나는 피렌체의 골목길을 걷는다.

두오모 성당을 벗어난 작은 길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햇살은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듯
조용히 내려앉고
낡은 벽과 창문 사이로
따뜻함만 남긴다.

나는 그 길 위에서
나를 돌아본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고
내 탓보다 남의 탓으로
마음을 돌리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조용히 떠오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따뜻하면 되는 삶.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이 골목이 말없이 알려준다.


나는 로마로 이어진다.

판테온을 지나
조용한 골목에 들어서면
수천 년의 시간이
말없이 서 있다.

드러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
나는 그 앞에서
내 삶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인정을 바라며 살아왔는가.
이제는 안다.
묵묵히 걸어온 시간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나는 베네치아의 저녁을 걷는다.

리알토 다리 위에 서서
잔잔히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물은 말이 없다.

그저
자기 길을 따라
조용히 흐를 뿐이다.
내 삶도 그랬을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름의 방향으로
흘러온 시간들.
이제는
조금 덜 애쓰며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

바람처럼 스쳐도
온기를 남기고
물처럼 흘러도
부드러움을 남기는 사람.
그런 삶이면 충분하다.

이름 없이 사라져도 괜찮다.
다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했던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삶은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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