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말씀>
맑은 가난이나 청빈이라는 말은 이제 거의 들어볼 수 없다.
맑은 가난은 인간의 고귀한 덕이다. 과잉 소비와 포식 사회가 인간을 병들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소비를 많이 하는가. 사실 소비자라는 말은 인간을 모독하는 말이다.
소비자라는 말은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것은 인간성을 모독하는 말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무소유는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유보다 값지고 고귀하다.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사람은 삶을 제대로 살 줄 알아야 한다. 우리들의 자유를 우리들의 자유로운 날개를 쇠사슬로 묶어 버린다. 그것은 또한 자기 실현을 방해한다. 무엇을 갖고 싶다는 것은 비이성적인 열정이다. 비이성적인 열정에 들킬 때 벌써 정신적으로 병든 것.
우리들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데 있다. 삶의 부피보다는 질을 문제 삼아야 한다. 사람은 무엇보다 삶을 살 줄 알 때 사람일 수가 있다.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텅 비울 수 있어야 한다. 텅빈 곳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 나온다.
<법정스님인생응원가/정찬주
151~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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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캬페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16 덜어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행복은 어느 순간부터 ‘채우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된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한다고 배워왔지만, 정작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건 가진 것이 아니라 버리지 못한 것들이었다.
욕심.
불안.
집착.
미움.
이 네 글자가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생각보다 크고, 그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한 번 쌓이고 나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눌리고, 생활은 조급해지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흐려진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마음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책상을 정리하듯이, 벽장을 비우듯이, 마음속 서랍들을 하나씩 열어본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면 공간이 생기듯, 감정도 덜어내면 마음 속에 숨결이 생긴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지금 가진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불안을 덜어내니 오늘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집착을 놓아보니 사람도 관계도 자연스러워지고,
미움을 떠나보내니 마음 한구석이 밝아진다.
행복은 결국 내가 만든 여백 속에서 피어난다.
덜어낼 용기 하나면 충분하다.
오늘도 마음 어딘가에 쌓여 있는 무거운 조각을 조용히 털어내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