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파른 오르막 길이라는 문장은 여행자에게 특히 깊게 스며든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삶을 배운다. 그리고 삶은 언제나 오르막에서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
산을 오르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체력과 의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선택이다.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호흡은 가빠지며 생각은 점점 단순해진다. 이때 사람은 가장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왜 나는 이 길을 오르고 있는가. 어디까지 가고 싶은가. 그리고 지금 멈춘다면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
여행지의 산길에서 만나는 오르막은 늘 정직하다. 속도를 허락하지 않고 요령도 통하지 않는다. 한 걸음씩 오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삶 또한 그렇다. 빠른 성취를 약속하지 않고 대신 축적된 시간만을 인정한다. 힘든 시기를 건너온 사람의 눈빛이 깊어지는 이유는 그 시간이 생각과 태도를 단련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상보다 하산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점이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과 여유 있게 펼쳐지는 풍경은 오르막에서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이는 보상의 구조가 아니라 이해의 구조에 가깝다. 고생 끝에 주어지는 편안함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시야의 확장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본 사람만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여행 중 만나는 풍경도 비슷하다. 힘들게 찾아간 고개 위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사진 한 장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체온과 숨소리가 풍경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같은 장소라도 누군가는 감동하고 누군가는 무심히 지나친다. 삶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어떤 이는 깊이 이해하고 어떤 이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우리는 종종 너무 이른 포기를 합리화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유로 지금의 고통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여행자는 안다. 조금 더 오르면 길은 완만해지고 시야는 넓어진다는 사실을. 삶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의 가파름은 영원하지 않다. 다만 그 구간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다음 풍경이 허락된다.
여행은 삶을 닮았고 삶은 산행을 닮았다. 오르막에서 우리는 자신을 단련하고 하산에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한다. 지금 누군가의 삶이 숨이 찰 만큼 가파르다면 그것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과정의 증거다. 결국 삶이라는 산은 올라간 높이만큼 내려오며 사유할 시간을 선물한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늘의 고단함을 조금 더 단단하게 견뎌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