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醉不歸불취불귀_ 허수경(1964-2018)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¹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1992년 발표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에 수록]
¹몽생취사夢生醉死: 취생몽사醉生夢死 패러디, 신조어.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에 꾸는 꿈 속에 살고 죽는다는 뜻으로,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F. 슈베르트(1797-1828)가 1827년(30세) 작곡한 미완성, 단악장(單樂章)
피아노 3중주 E플랫 장조 D. 897 「Notturno*」이며,
(*Notturno: 夜想曲, 18C 유행한 야외 밤 공연을 위한 세레나데風 악곡)
ATOS Trio 연주입니다.
(아네트 폰 헨 바이올린, 슈테판 하이네마이어 첼로, 토마스 호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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